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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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6-19 19:08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직분에 대한 계급의식


‘알다가도 모를 일’이란 말은 일이 예상 밖으로 진행되어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세상은 너무도 넓고 크기 때문에, 이런 일들은 항상 있다. 그 가운데서 종교인들은 특히 자기들의 관점을 뚜렷이 하여 그 관점을 관철(貫徹)시키려고 사회운동에 뛰어들기도 한다. 최근에 작은 나라인 대한민국에서는 기독교를 대표한다고 자부하고 자처하는 한 회장이 이 나라의 대통령을 하야시키려고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많은 국민들은 지탄을 받을 행위라고 외친다. 심지어 같은 연합회에 속해 있던 많은 교단들도 놀라고 의아해하게 되었다.
‘평신도’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종교문화의 성격을 비추어 주는 중요한 용어이다. ‘평신도’로 통용되는 속에 직분이 없는 자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봉건적인 사회는 계급사회와 밀접하다. 봉건적인 사고방식 속에서 그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강조하여 내세운 ‘직분’은 근본적으로 ‘직업’과 구분 지은 것이다. 직분은 하늘로부터 부여받는다는 사상에서 나온다. 직장은 인간이 구하여 가지고 있다는 사상에서 직분과 차이를 지닌다. 이렇게 보면 전자는 신본주의에 기초한 것이고, 후자는 인간을 본위에 둔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직분과 직장을 들어 이원론(二元論)적으로 획일화시키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가 하나(global)로 확인되는 이 시대에 그 속을 들여다보면, 봉건적인 사고가 만연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종교문화에서 그러하다. 다른 한편에서 비추어 본다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 누구나 종교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문화에서 계급을 매기고 있는 사회를 두고 비판하기에는 그 사회가 너무 크다. 직분은 인간 스스로 가진 것이 아니고 하늘로부터 받았다는 의미에서, 그 모든 직분은 신성하다. 이러한 직분은 하늘로부터 주어졌다는 의미에서 천직(天職)이다. 이러한 깊은 의미는 맡은 일을 통하여 일 자체에 파묻히는 것이 아니라 되는 일에서 되게 하시는 그 주관자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렇게 직분이 결코 계급으로 전락될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하여 두 가지를 제시해 본다. 그 두 가지는 ‘성직자’와 ‘평신도’다. 이 ‘성직자’와 ‘평신도’란 말을 사용하면서 그 안에 계급의식이 없다고 부정할 수 있겠는가?

첫째, ‘성직자’다. 원래 계급화하지 않았다고 말하겠지만, 지금 계급으로 매겨져 있지 않은가? 만약 계급으로 매겨져 통용되는 집단이라면, 그 집단은 종교집단으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보통의 사회도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한다. 이러한 가치관은 얼마나 값지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것이 구호로서만 외쳐지고 사람들 속에 실제로 그러한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계급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도덕윤리 차원에서도 근본적으로 차별화한다면 그 성직자는 교주가 되어 있는 것이다. 신(神)을 모르고서야 도대체 인간 본질을 아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둘째, ‘평신도’다. 이 ‘평신도’는 성직자와 차별화한 것이며 직분의 특수층을 전제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비판하기도 하고 비판받기도 하면서 종교생활을 한다. 이러한 ‘평신도’들은 무조건 성직자나 직분 맡은 이들을 보고 따라간다. “신은 예배하는 자를 찾고 계시다”라고 한다. 여기서 “예배하는 자”는 신을 알려고 하는 자를 의미한다. 무조건 믿어보자고 한다. 인간은 믿고자 하는 대상을 잘 알지 못하면 그 대상에게 큰 신뢰를 던지지 않는다. 무조건 믿고 보자는 것 자체는 마치 도대체 모르겠으니 희망을 가지려고 발버둥 치는 것과 흡사하다. 인간끼리 계급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은 진정한 천직을 오해하는 데서 말미암는다.
‘성직자’와 ‘평신도’에서 진정으로 직분 맡은 자와 신도로 철저하게 개혁될 수 있을까? 여기에서 진정은 말의 차원이 아니고 사람들의 의식(意識)을 의미한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근호 목사 (논설위원, 중어중문학박사)
이메일 : yan8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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