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문화

 
작성일 : 20-02-07 19:3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찬송가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The Love of God)


이 찬송의 작사·작곡가인 프레드릭 리먼(Frederick M. Lehman, 1868~1953) 목사는 미국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하였는데, 그 교회는 목회자 사례비도 감당하기 힘든 작고 가난한 교회였기 때문에 그는 공장 및 병원 등에 나가 일을 해야만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었다. 1917년 어느 날, 일하던 중 점심시간이 되어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으려다가 도시락통을 포장한 종이가 눈에 띄었다. 그 종이에는 “바다를 잉크로 가득 채우고 하늘을 양피지로 삼아도 어찌 하나님의 사랑을 다 적을 수 있을까”라는 내용의 시가 적혀 있었다. 리먼 목사의 눈에 띈 이 시는 어느 정신병원의 벽에 누군가가 유대인의 시 ‘하다무트’의 구절을 영어로 써 놓으면서 알려진 것이며, 유대인 이민자가 쓴 것으로 추측된다. 이 시는 독일 봄스(Worms)에 있는 유대인 회당의 찬양대 지휘자인 마이르 벤 이자크 네호라이(Meir ben Isaac Nehorai)가 1050년에 쓴 유대교 찬양시 ‘하다무트’ 서곡으로, 유대교 칠칠절 찬송의 일부이며 십계명을 읽기 직전에 노래하는 서곡(Prelude)이다. 칠칠절이란 이스라엘 3대 절기 중의 하나인데, 유월절로부터 7주 후 50일 만에 지키는 절기로 오순절(레 23:16)이라고도 하며, 이날 추수의 첫 열매를 드렸다고 해서 맥추절(출 23:16) 또는 맥추의 초실절(출 34:22)이라고도 불렀다.

리먼 목사는 이 시에 감동을 받아서 찬송가의 3절 가사에 그대로 인용하였고 1절, 2절 및 후렴 부분을 추가로 작사하였으며, 그 후 그의 딸이 현재와 같은 형태의 화음을 넣은 곡으로 편곡·완성하였다. 리먼 목사의 목회 특징은 강론 도중에 찬송을 많이 부르는 것이었다. 그는 틈이 날 때마다 찬송시를 썼으며 후에 나사렛 출판사를 차려 시집을 5권이나 발간하였다. 아랍어로 되어 있는 시의 원문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영어로 번역된 영문 찬송가의 3절 내용은 아래와 같다.


Could we with ink the ocean fill,
바다를 잉크로 가득 채운다 해도,

And were the skies of parchment made,
하늘을 양피지로 만들었다고 해도,
Were every stalk on earth a quill,
땅 위의 모든 나무줄기가 깃펜이라 해도,

And every man a scribe by trade,
세상 모든 사람이 필경사라 해도,

To write the love of God above,
(하늘 양피지) 위에 하나님의 사랑을 기록하려면

Would drain the ocean dry,
바다가 마르고

Nor could the scroll contain the whole, Tho’ stretched from sky to sky.
하늘 전체에 양피지 두루마리를 펼쳐도 모두를 기록할 수 없네.

이 찬송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된 것은 1959년 발행한 청년 찬송가이었고, 지금의 가사로는 1962년 발행한 새찬송가에 실려졌다. 이 찬송은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전도대회에서, 한국전쟁 때 사고로 맹인이 된 후 미국으로 입양되어 성악가가 된 킴 윅스(Kim Wicks)가 불러 더욱 유명해졌다. 현재 이 찬송은 통일찬송가(1987년) 404장, 새찬송가(2006년) 304장에 실려 있다. 한글로 번역된 찬송가의 가사는 아래와 같다.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말로 다 형용 못 하네.
저 높고 높은 별을 넘어 이 낮고 낮은 땅 위에
죄 범한 영혼 구하려 그 아들 보내사
화목제로 삼으시고 죄 용서하셨네.

(후렴) 하나님 크신 사랑은 측량 다 못하며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 성도여 찬양하세.

괴로운 시절 지나가고 땅 위에 영화 쇠할 때
주 믿지 않던 영혼들은 큰 소리 외쳐 울어도
주 믿는 성도들에게 큰 사랑 베푸사
우리의 죄 사했으니 그 은혜 잊을까?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
하나님의 크신 사랑 그 어찌 다 쓸까?
저 하늘 높이 쌓아도 채우지 못하리.

후렴에서 높은음으로 노래하는 부분인 ‘하나님 크신 사랑’과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은 이 찬송의 절정을 이루는 부분으로, 작곡자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고음으로 처리하였다고 생각된다.

노래는 작곡한 조에 따라 느낌이 미묘하게 달라지므로 작곡자가 만든 원래의 악보로 불러야 하지만 찬송가는 일반 성도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이 찬송가는 리먼 목사가 내림마장조(E♭major)로 작곡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악보와 같은 음으로 사용하였으나, 2006년 발행된 새찬송가에서는 반음을 낮추어 라장조(D major)로 수정되었다. 아마 높은 음을 부르기 힘들어하는 성도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이 든다.

먹물(잉크)과 양피지 두루마리라는 표현은 현대인에게 잘 와닿지 않는 표현이지만, 11세기에 유대교인인 이 시인은 광활한 하늘과 잉크 빛같이 파란 바닷물을 바라보며 이런 멋진 시상이 떠올랐을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으심을 받은 이 우주를 포함한 모든 피조물들은 유한하다. 우리는 결국 없어져 버릴 유한한 세상 것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영원하고 변치 않는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리먼 목사가 후렴 부분에서 강조한 것처럼,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영원히 변치 않는 하나님의 사랑을 기쁨으로 찬양할 뿐이다. 그러나 유한세계의 지극히 제한된 지구라는 좁은 공간에 살고 있는 유한한 인간이 무한하신 하나님을 찬양하기에는 늘 부족하고 아쉬운 마음뿐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저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니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이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니라.”(요한일서 4:9~10)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한용환 장로 (기독교지도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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