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16-01-29 21:36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책, 다름의 미학


경향신문 1면 하단에는 ‘쫢쫢쫢의 내 인생의 책’이라는 코너가 있다. 신문을 받아볼 때마다 자연스레 눈이 가는 일종의 독후감이다. 독후감을 쓰는 스타일이 사람마다 다르다. 다름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책을 품는 방식에서 개개인의 삶을 상상해 보곤 한다. “공동체 사회에서 최소 수혜자를 충분히 배려하는 사회가 좀 더 정의롭다는 개념은 나의 사회활동에 중요한 사고의 틀을 보완해 주었다.”라는 글쓴이의 고백은 정치철학서인 롤즈(John Rawls)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을 접한 후의 고백이다. 필자 역시 서른 즈음에 그 책을 읽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었다. 한마디로 롤즈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개념을 정의적 차원에서 조화시켜보려고 노력했던 학자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설득력이 있다. 개인의 지식은 직접경험뿐 아니라 주로 독서라는 간접경험을 통해 얻어진다. 책을 통해 얻어낸 지식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 사람만의 독특한 색깔을 나타낸다. 다음에 제시된 상반된 칼럼을 읽어보면 그들이 어떤 유의 책을 주로 읽었거나 선호하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동아일보의 권순활 논설위원은 ‘헬조선, 저주의 어두운 그늘’(2015.9.30.)이라는 칼럼에서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에서 우리나라가 최상위권에 속하는데 젊은이들이 세계에 대해 무지해서 한가한 소리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즉, 지구상에는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이 40억에 이르는데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좋은 환경임에도 노력은 하지 않은 채 현실의 부당함만 따지고 있다는 말이다.

반면 중앙일보의 이하경 논설주간은 ‘헬조선과 지옥불반도를 어쩔셈인가’(2015.9.30.)라는 칼럼에서 “수출 대기업의 직원이나 공무원, 부모를 잘 만난 소수를 제외하고는 늘 불안하다. 빚을 내서 빵가게와 치킨집 사장이 됐지만 절반은 3년을 못 버틴다. 뼈 빠지게 일해도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버는 사람이 태반이다. 자영업자는 평균 1억2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들이 무너지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금융기관이 휘청거릴 판이다. 젊은 세대의 좌절이 출발선의 고통이라면 자영업자의 몰락은 종착역의 비명”임을 말하고 있다. 그는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며 공적 이익을 중시하는 것이 공화주의(共和主義) 정신임을 강조하며 “‘헬조선’과 ‘노오력’에 지친 약자를 보듬고 공화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도대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끝맺는다.

같은 사안을 두고 생각은 정반대다. 행위(글)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상의 결과다. 사람의 사상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가 책과 사람, 환경이라는 점에서 위의 논설위원들은 그것들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의 연배를 고려하면 책과 사람의 영향력이 컸을 게다. 그렇지만 사람의 영향력이라는 것도 실상은 영향을 주는 사람의 정체성의 기저에 책이 있다는 점에서 독서의 힘에 국한한 접근이 비약은 아닐 터이다. 또한, 오늘날 SNS라는 소통네트워크가 실상은 면대면의 심층적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책은 파편화된 개인에게 큰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권순활이 선호하는 책은 아마도 성공담론을 다룬 책이거나 위인의 삶에 관한 내용이 아니었을까. 그런 유의 책은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고 자기 뜻을 이뤄낸 인물에 열광하며 독자들에게 그런 삶을 살기 위한 극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환경과 제도를 탓하는 사람들을 향해 게으름뱅이로 규정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하경은 아마도 윤리나 종교, 정의담론을 다룬 인문학 서적을 많이 읽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내 인생의 책’이다. 롤즈의 정의론을 접한 후 글쓴이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활동 의미를 찾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삶의 방향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독서는 위대하다. 학교에서건 가정에서건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다. 독서의 효과 측면에서 학부모들은 독서지도를 위해 일종의 이중구속(double bind), 즉 자신은 독서와 담을 쌓은 채 자녀에게만 닦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진희 집사 (장안중앙교회)

승진? 안 해도 좋아!
주의 성실이 크도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