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21-07-21 20:46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미국에서 본 한국 교회의 내용과 방법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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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크리스천신문’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미주에서 성경 중심의 복음주의 신앙에 바탕을 둔 건학 이념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후학들을 양성하시는 총장님을 뵙게 되어 더욱더 기쁩니다. 먼저 한국 교회 독자들을 위해 총장님의 신앙 이력을 중심으로 총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전통적인 장로교회에서 자라났습니다. 합동측 홍성교회의 황금천 목사님과 충현교회의 김창인 목사님, 그리고 서대문 동산교회의 김성환 목사님이 어릴 적 기억에 남는 목사님으로, 신앙적인 분위기는 초기 합동측 장로교회 모습이 몸에 습관처럼 베어있습니다. 30대 초반에 한국성서대학교에 편입하여 당시 학교 설립자이시며 학장이시던 강태국 목사님으로부터 청교도 신앙에 바탕을 둔 근면한 삶을 배웠으며 성경 한 구절 한 구절을 철저히 읽는 훈련을 받았으며 짧은 기간이었지만 김진택 목사님의 구약주석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합동신학대학원을 다니며 영종도에서 전도사로서 개척하였고(현재 영종중앙교회), 이 당시 성경신학에 관한 서적을-G.E. Ladd, Gerhardus Vos, Palmar Robertson 이런 분들의 서적-집중적으로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성서유니온의 윤종하 선생님을 통하여 성경묵상훈련을 받으며 큐티 가이드북인 매일성경 집필위원으로(5년간) 활동했습니다. 42세에 미국에 유학을 와서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원에 목회학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이 기간에 독일신학을 접했습니다. 몰트만(Jürgen Moltmann)과 에벨링(Gerhard Ebeling, 1912- 2001)의 저서를 통해서 영성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지금의 개신교가 갖지 못한 삶 속에 스며들어있는 기독교 영성을 성령적 교회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박사 논문을 작성하면서 ‘다중(Multitude)’에 관한 공부를 하였고 지금은 다중적 신학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목회는 예순 초반에 은퇴하여 원로목사로 재직 중입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신학교 강의를 한 기간이 약 35년 정도 되는데 주로 성경주석과 교회사 그리고 교의학개론을 강의했습니다. 잘 정리가 되지 않아서 여전히 아쉬움은 있지만 성경신학(Biblical Theology)과 교의학(Christian Doctrine)을 접목하는 강의를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현대신학도 여전히 성경신학과 교의학의 균형 잡힌 연관성을 선명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시대의 중요한 신학적 과제라고 봅니다. 축자영감론에 근거를 두고 성경본문의 문자적 해석에 치우치면서 신학이 관념화되고 형이상학적 이론으로 흘러가는 경향은 극복해야 할 신학의 과제라고 봅니다. 무섭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신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역동적인 신앙을 보여줄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성경신학을 고민하는 중입니다.

오이코스대학교(Oikos University, www.oikos.edu)는 어떤 대학교인지 간단한 대학 역사를 소개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오이코스대학교를 건립하신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신학과 신앙을 대학의 이념으로 삼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이코스대학교는 2004년에 설립된 기독교 종합대학입니다. 설립된 해에 유학생들을 입학시킬 수 있는 I-20 form 발행을 승인받았으며 2014년 정규대학(Accredited school)으로 승격되었습니다. 한의과 대학과 간호대학도 운영했었으나 실패하고 지금은 신학대학과 음악대학, 경영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 대학 모두 학사과정부터 박사과정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학교설립 이념은 ‘오이코스’라는 학교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인종과 빈부의 차이 없이 ‘함께 더불어 삶’입니다.
건학이념은 다분히 추상적인데, 실제 교육목표는 학생들의 구성원에 따라 조금씩 실시간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설립 초기에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한국으로부터 온 유학생들이었으나 지금은 재학생 80%가 동남아 및 중동지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라 이들에 대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역이 더 시급한 과제로 대두한 상황입니다. 저희 대학의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설립 이념은 ‘예수 정신’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가슴에 품고 세상과 따뜻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배출하고자 합니다.

오이코스대학교 역사에서 2012년 4월 2일에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지금 그 사건을 돌이켜 보았을 때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왜 그러한 사건 역사를 섭리하셨는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라는 말을 하게 되면 너무 무섭습니다. 그 무거움에서 좀 벗어나서, 그냥 그 사건을 통해서 주신 작은 깨달음 정도로 이야기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서 학교는 무수한 부정적인 논란에 시달렸고(죽고 싶을 정도로) 재정적으로도 엄청난 손실도 있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많이 안정을 찾았고 그 고단한 와중에서도 학교는 행정적으로 정규대학으로 승인받고 학과도 증설되기도 했습니다. 몇 가지 깨달음은 인간의 지혜가 하나님의 어리석음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겁니다. 앞서 말한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겸손해야 됩니다. 맨손으로 엄청난 일을 이루어가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고 그 과정도 사실 자랑할 만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인간적인 생각이었고 인간적인 자랑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하는 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해왔던 모든 일들이 마치 바람을 잡으려는 것 같은 허무한 노력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바울이 아레아바고에서 했던 논쟁을 회상하면서 이제는 그저 십자가의 어리석음만 말하려고 한다는 그 마음이 조금 맘에 와닿고 있습니다.
또 다른 깨달음은 목사는 늘 목사의 마음으로 서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어떤 상황에서도 목사는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을 자신의 아픔보다 먼저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 해왔던 모든 일들을 뒤돌아보면서 많이 회개했습니다. 생각해보니까 목사로서 살아온 모든 시간이 그저 밥 먹고 살기 위해서 기능적인 목사 노릇을 했다는 생각이 들고 과연 나의 목회가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것이었는지를 부끄러운 마음으로 통렬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총장님이 보실 때 한국 교회의 성장 과정에서 미국 교회는 한국 교회에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시는지 평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신학 사상 전파 측면에서 봤을 때도 어떤 신학이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전해졌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간단하게 언급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말하고 나면 꼭 비난을 받습니다. 한국 교회는 미국 교회로부터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신학을 전수 받았습니다. 즉 하나님의 섭리가 인간의 역사(歷史) 속에서 역사(役事)하지 않는다는 신학입니다. 한국시는지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교회는 미국의 근본주의로 포장된 물질주의(Southern Materialism)가 초기에 선교사들을 통하여 전파되었습니다. 더욱이 60년대 후반부터 오순절(순복음) 운동의 은사운동이 베이비부머 세대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교회가 비약적인 양적 성정을 이루었습니다. 그 결과로 교회는 기복신앙 그리고 맘몬 사상이 지배하기 시작했고 필연적으로 교회는 기업이 되어버렸고 세속화되고 타락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국 교회와 신학계가 전반적으로 ‘성경권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현재 미국 신학계의 주류 사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미국의 신학교와 교회는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서 말씀하신다는 묵직함이 없습니다. 미국의 신학교 대부분은 과정신학에 오염되어 있어서 성경을 가르치지만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기독교 고전 문서를 소개하는 정도입니다. 성경을 가르치는 대신 심리학과, 사회학, 상담학을 가르칩니다. 이런 과목들을 가르치면서 대두되는 이슈들에 대하여 성경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참고 문헌 정도로 인용하는 정도입니다. 애초부터 미국의 신학은 이신론(理神論, deism)에 오염된 ‘하나님의 섭리가 없는’ 신학입니다. 미국 교회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언급하는 죠나단 에드워드(Jonathan Edwards, 1703–1758)를 중심으로 한 제1차 대각성 운동의 중심 신학이었던 뉴잉글랜드 신학은 이신론에 오염된 신학이었습니다. 따라서 물질주의와 도덕주의가 혼합된 운동으로 전개되었고, 원주민 학살 노예제도, 인종차별, 백인우월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성경을 모든 사고와 행동의 기준인 것처럼 인용하지만 근본주의 신학의 요람처럼 인식되는 바이블 벨트에서 아직도 무시무시한 인종차별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미국 헌법의 기본 정신은 하나님 중심이 아닙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의 행복’입니다. 그래서 마약, 동성애 같은 이슈들에 대해서 신학교도 신앙고백으로 가르치지 못하고 강요하지도 못합니다. 성경의 권위에 근거하여 가치를 결정하는 나라가 아니라 실용주의, 공리주의가 모든 행동의 가치를 결정하는 근거입니다.

총장님이 보실 때 한국 교회의 시급한 개혁 과제와 한국 신학교의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개혁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좀 과격한 표현을 한다면 ‘혁명’을 해야 합니다. 이미 교회들이 경직된 수직적 권력구조로 변했으며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변해 있습니다. 교회가 소명을 상실했습니다. 목회자들도 목회사역을 직업으로 인식하고 있고, 교회는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 함몰되어 있어서 개혁은 불가능합니다. 교회가 세상에 위로를 주지 못하고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 교회가 그 부분을 볼 수 있는 자각 기능도 상실한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가톨릭이 프랑스 혁명을 통해서 모든 재산과 권력을 빼앗긴 후에 처절한 자기반성을 통해서 민중 교회로 변화되었던 사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철저히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신앙이 지배하는 성육신적 교회로 변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볼 때 한국 신학교는 보수적인 교단에서 운영하는 신학교와 진보적인 교단의 신학교가 거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목회 기능인 양성소입니다. 참 목자 곧 잃은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목회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학자로서 기독 대학의 후학 양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좀 추상적일 수 있겠지만, 오이코스 정신을 가진 사람들로 변하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예수님의 생명을 소유한 사람들이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예수님의 영원한 생명에 바탕을 두고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차세대 신앙인들이 되었으며 좋겠습니다. 성경신학(Bible Theology)이든 교의학이든 너무 지엽적인 신학문제에 편협하게 몰두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마음’을 담아내는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전달되는 통로가 되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한국 그리고 모든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병 감염사태를 직면하고 힘겹게 견디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병을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성도들은 이러한 사태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 가지 상황의 변화가 있겠으나 아마도 제일 큰 변화나 충격은 교회가 흩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새로운 형태의 신앙공동체로 형성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예루살렘 교회가 박해로 흩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동체가 마태 공동체, 마가 공동체, 누가 공동체, 요한 공동체입니다. 어떤 형태이든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교회들이 나타나게 되겠지요. 모임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어야 할 것이고요. 성찬식의 중요성이 인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배윤리 권사 (교회동역자협회 / 객원기자)

신학교육의 개혁과 대안을 중심으로
교회 재정의 개혁 방향과 대안’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