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22-01-12 10:38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W.C.C.의 사회구원적 기독론에 대한 비판적 분석


교회 개혁에 대한 연속 기획으로 본 호부터 몇 차례 교회와 신학 분야에서 교인들이 꼭 알아야 하는 문제를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알리고자 합니다. 이 논문은 저자의 허락을 받았으며 논문 전문 그대로 게재합니다. 아울러 본보의 견해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려드립니다.



1. 서론

2. WCC와 사회구원
  2.1 사회구원 단체 구성을 위한 교회 연합
  2.2 정의와 평화
  2.3 사회구원과 종교 다원주의

3. WCC의 기독론
  3.1 하나님, 구세주, 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3.2 유사 기독론

4. 결론





1. 서론

W.C.C.(세계교회협의회, World Council of Churches, 이하 WCC)가 교회 연합 혹은 일치를 추구하면서 이제는 단순히 종교 간의 대화를 넘어 보다 급진적으로 종교의 다원성을 제기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왜냐하면 이미 오래전에 WCC 총회에 타 종교인들까지 초대하였고, 2013년 부산에서 열릴 제10차 총회에서는 완연한 종교 다원주의적 전환을 제안하는 움직임도 있어서이다. 조만간 세계 ‘교회’ 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의 이름을 세계 ‘종교인’(?) 협의회(World Council of ‘Religious Men’)로 개명 제안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과도한 추측일까?
이 글에서 필자는 교회들의 모임이 주님도 하나요 믿음도 하나요 하나님도 하나이기에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엡 4:3-6) 기독론적, 구원론적, 교회론적 주제가 어떻게 기독론의 독특성과 구원의 유일성을 희생시켜가면서 선언되는지 집중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WCC가 출발할 때부터, 아니 그 이전의 신앙과 직제(職制) 세계 대회 때부터 싹터온, 사회구원적 교회 사역을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사회구원적 기독교인의 정체성 인식은 전통적 기독론을 애써 외면하려 하여 겉과 속이 다른 ‘유사 기독론’으로 발전시켰고 이제는 거의 탈기독론 수준에까지 이르게 하였다. 나아가 기독론의 왜곡으로 사회구원적 활동은 종교 다원성 혹은 종교 다원주의적 경향이라는 파격적인 신학적 곡해를 낳았다. 이 논문은 이러한 WCC의 사회구원적 기독론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심각한 왜곡의 실체를 분석 비판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WCC가 본래 사회구원적 삶을 신앙과 교회의 본질로 보고 출범시켰다는 것, 그래서 교회 연합은 일종의 들러리 형식의 모토로서 가끔 메아리만 울리게 만들었다는 것을 밝히고, 그런 다음 WCC의 사회구원적 사역에 중심 역할을 한 ‘미숙아적’ 기독론이 자리하고 있음을 비판적으로 분석, 그것의 심각한 결함을 탐색할 것이다.


2. WCC와 사회구원

오늘의 사회구원적 교회 사역은 WCC가 출범할 때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교회 연합 운동은 이러한 사회구원적 기독교의 자기 정체성을 위해 도입된 것이었다. 그래서 WCC 내에서 교회 연합을 위한 목소리와 신학적 논의는 점차 수면 아래로 잦아들고, 정의와 평화의 세계 구축을 위한 정치, 사회, 경제적 구조악을 제거하는 투쟁 논리 개발만 논의의 주류로 삼게 되었다. 종교 다원성(religious plurality) 논리 역시 이러한 사회구원적 사역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낼 주제였다. 기독론은 이러한 WCC의 실천적 과제를 뒷받침하는 데 어설프게 이용되었던 것이다.

2.1  사회구원 단체 구성을 위한 교회 연합

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세계교회협의회)가 출범하면서 교회의 분열을 반성하고 교회가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을 제창한 것은 사회구원적 조직체를 구성하기 위한 위장된 교회 연합 구호였다. 물론 교회가 수많은 교파와 교단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은 특별한 경우, 즉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개신교가 분리 독립한 것과 같은 것을 예외로 하고, 그 나머지는 일정 부분 비난받아 마땅하다. 1948년 1차 총회에서 “세계교회협의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구세주로 인정하는 교회들로 구성된다. 교회는 그분 안에서 그들의 일치를 발견한다.”라고 말한 것과, 세계교회협의회 3대총무인 필립 포터(Phillip Potter)가 “우리는 우리가 교회의 분열들로 인하여 얼마나 고통당하고 있는가를 아무리 강력하게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세계교회협의회의 교회 연합 호소는 진정성이 없다. 1948년 1차 총회의 기조연설에서는 교회 연합의 당위성에 대해 짧게 1단락으로 처리한 것이라든지, 같은 총회에서 논의된 주제 가운데 사회구원적 주제와 비교될 만큼 교회 연합에 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것이 교회 연합 자체가 목적이었는지 의심받게 하는 증거이다. 만일 교회 분열 자체를 문제시하고 실제적으로 교회가 하나를 이루는 것을 참된 WCC의 목적으로 규정한다면, 전통신학과 진보적 신학 모두를 공평하게 다루어야 했다. 그러나 전통적 복음과 신학은 배제하고 급진신학 혹은 신정통 신학을 주로 선택하여 교회의 미래 사역을 주도하게 한 것은 교회 연합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였다.
WCC가 교회 연합을 부르짖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사회구원적 사역을 위한 조직체 구성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증거는 1차 총회 이후 9차 총회에 이르기까지 회를 거듭할수록 교회연합이란 주제는 거의 취급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교회의 사회구원적 활동에 대해서만 집중 토의하였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결국 정의와 평화의 세계를 위해 소위 ‘구조악’을 제거하는 ‘해방’의 사역을 교회 사역의 전부로 만들었으며, 이러한 사회구원의 종결판으로서 ‘종교 다원성’ 논리를 WCC의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두 차례에 걸쳐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에 서구 기독교가 직간접으로 연루된 것에 대한 일말의 내적 반성에 기인할 것이다. 세계 1, 2차 대전이 에큐메니칼 운동에 미친 영향은 매우 두드러졌던 것이다. 특히 2차 세계 대전 후, 서구의 정복자적, 제국주의적 선교 및 서구문화로 전환시킨 행동 등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자성적 행동이 1948년 1차 총회의 주제를 ‘인간의 무질서와 하나님의 계획’으로 정하게 만든 것이다. 인권 침해와 기본적 자유, 특히 종교적 자유가 보장받지 못하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국제적 무질서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정의로운 세계 건설에 참여할 것을 다짐하였다.
세상을 위한 봉사에 목표를 두고 WCC가 교회 일치를 적극적으로 도모하려 하였다면, 그것은 사회구원적 기독론에 의한 것이었다. 나중에 우리가 깊이 논의할 것이지만, WCC의 기독론은 외형적 구조만 성경에 가까울 뿐 내용은 비성경적이다. 그리스도의 주 되심이 교회가 세상의 모든 영역, 특히 정치 영역에 간여하는 것을 정당화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1차 총회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과제는 우리는 한 분 주님을 섬기고 있으며, 그분의 다스리는 영역은 분명 정치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분의 구원하시는 목적은 모든 정치적 제휴를 넘어서서 모든 정당과 모든 국가의 사람들을 포용하고 있음을 말과 행동으로써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궁극적으로 교회의 구원 사역 안에 정치적, 사회적 활동도 포함하여, 궁극적으로 사회구원을 정당화하려는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구원받은 자의 외적인 형태로서 사회에 참여한다는 개혁신학적 구원론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하나님의 보편 은총론적 섭리를 무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참여를 넘어서는 사회구원이라 하겠다.
WCC가 사회구원적이 된 것은 1차 총회 때부터였다. 물론 이미 1919년부터 이러한 세상에 대한 봉사를 중요한 교회 연합의 목적으로 간주한 것이 밑거름이 되기는 하였다. 1924년 생활과 봉사에 관한 스톡홀름 회의가 이를 증거한다: “우리는 십자가 앞에서 인간생활의 모든 영역-즉 산업, 사회, 정치, 국제 분야-에 그분의 복음을 적용하는 절박한 의무를 받아들여 왔다.” WCC의 초대 총무인 피셔르트 호프트(W. A. Visser ’T Hooft, 1900-1985)는 이러한 사회구원적 교회 협력이 WCC 설립 후 수십 년 뒤에 일어난 것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진정한 책임사회 형성, 그리고 국제관계 및 인종 간 관계 영역에 있어서 정의와 평화에 대한 세계교회협의회의 관심은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산물이 아니라 세계교회협의회 창설자들의 시기부터 있어 온 유산에 속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구원적 기초에 기독론을 옷 입고 수많은 교파와 교단을 망라한 세계의 모든 교회들을 연합할 것을 의도한 것은, 적어도 WCC의 지도자들에게는 사회복음의 구원론적 적용을 고려하였던 본래의 목적을 정당화하기 위한 제스처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1차 총회의 WCC는 사회구원 단체 구성을 목표로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창립총회를 출범한 것이지, 교회연합이 주요목적도, 궁극적인 목표도 아니었다고 하겠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권문상 목사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W.C.C.의 사회구원적 기독론에 대한 비판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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