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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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2-02 19:40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원장님께 (下)


원장님! 그동안도 편히 주무셨지요? 전에 약속대로 계속 말씀드리려고 해요. 지난번 너무 무례하게 글을 올린 것 같아 좀 송구스럽기도 했어요. 사실은 모든 사연을 마음에 간직한 채, 하나님 나라에 갈려고 마음을 다잡기도 했지요. 잘못하면 남을 비방하거나 헐뜯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고, 성령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어요. 남을 비방하거나 헐뜯는 것이 얼마나 치졸하고 어리석은 것임을 잘 알고 있거든요. 저로서는 인간적으로도 정말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 많아서 숨기고 싶었어요. 자신을 위장하려는 비겁한 행위라는 생각에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하나님께서 나를 나 되게 하시는 은혜의 섭리였음을 깨닫고 사실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리려고 결심하게 되었답니다. 원장님! 비방하고 헐뜯는다고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성경적으로 틀림이 없으면 수긍도 하시고 이해도 하셔야 하잖아요. 성경은 틀리면 ‘아니라’ 하고 옳으면 ‘예’ 하라고 했으니까요. 설령 제가 원장님이 틀렸다고 지적해도 성경적이면 나무라거나 질책하지 말아 주세요.

한동안 원장님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과 제일 가까운 분으로 생각했었죠. 기도원 터를 정할 때도 하나님의 지시를 받아 정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설교하실 때도 장차 되어질 일에 대해 예언을 하시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하나님의 비밀을 계시받아 예언하는 훌륭한 선지자로 알았어요. 가끔 왜정 치하에서 해방되던 날이나 6·25동란도 예언하신 대로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셨고요. 때로는 원장님이 하나님처럼 느껴져서 직접 뵙기가 정말 두려울 때도 있었으니까요. 제 심령에 아직도 타다 남은 죄가 많이 있다고 생각해서였죠. 그 당시까지 성령의 향기를 맡아보지 못했어요. 어느 수련회 때 심령의 죄가 성령의 불로 완전히 타버리면 성령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들었거든요. 원장님은 하나님의 비밀도 계시를 받아 다 아시니까, 내 죄는 말할 필요 없이 다 아실 거라는 생각에서였죠.

제가 신학교 마지막 학년 여름에 ‘심령대수련회’가 열렸잖아요. 전국 각지에서 성도들이 구름떼처럼 운집해서 인산인해를 이룬 성도들로 임시 마련한 천막 안을 가득 메웠었지요. 여전히 장내가 한바탕 고조된 분위기의 뜨거운 열기로 달구어진 후에, 원장님은 단에 오르셨어요. 성경을 펴시고 다니엘 11장 27절을 읽으셨거든요. 이어서 당시 시국에 대해 예언하셨어요. 미국 대통령과 소련 수상이 한 밥상에 앉아 서로 거짓으로 평화를 의논하지만, 반드시 형통치 못할 것이라고 예언하셨잖아요. 그 이유는 소련의 우주선이 달에 도착하면 예수님 재림시기가 가깝고, 인간이 도착하면 예수님이 재림하시기 때문이라고 예언하셨어요. 본문의 두 왕을 미국 대통령과 소련 수상으로 해석하신 거예요. 너무 놀라웠죠. 성경에 현 시국에 대한 예언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이 저를 경악하게 했답니다.

원장님의 예언을 들을 당시는 매우 두려웠어요. 아직은 저의 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이었으니까요. 한편으로는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운 나머지 예수님이 어서 오시기를 고대하기도 했거든요. 심한 갈등을 겪으며 때때로 산 계곡을 찾아 울면서 불렀던 복음송이 기억나네요. ‘낮에나 밤에나 눈물 머금고 내 주님 오시기를 고대합니다. 먼 하늘 이상한 구름만 떠도 내 주님 오시는가 바라봅니다.’라는 복음송을 한없이 반복하며 계곡을 헤매면서 울고 또 울었답니다. 예수님의 재림에 대한 심한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죠.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 죄로 더러워진 심령에 기름이 준비될 리 없기에 신랑이신 주님을 맞이할 자신이 없었으니까요.

그 후, 원장님은 신학교 교사를 건축하려고 넓은 터에 깊은 구덩이를 파고 굵은 철근과 시멘트로 기초공사를 하시더군요. 거액의 건축비를 위한 연보도 하셨잖아요. 전국에서 온 많은 성도에게 건축 연보를 작정하도록 종용하셨거든요. 제 미숙한 소견이지만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었어요. 이미 있는 시설에서 학교를 경영하다가 재림하시는 예수님을 맞이하면 될 것인데! 예수님 재림 후에도 신학교가 필요한 것일까! 아니! 구름을 타고 오시는 주님을 공중에서 영접하여 살게 될 것인데! 강의 시간에 침례교 목사님에게서 배웠거든요. 아무리 백방으로 생각해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답니다. 집회가 끝나고 한 달여 지난 1959년 9월 13일에 소련 무인우주선 ‘루나’ 2호가 달에 착륙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죠. 예수님 재림이 임박했다는 확신과 함께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답니다.

다음 해인 1960년 4월, 저는 온갖 고뇌와 갈등을 안고 졸업을 하게 되었죠.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성자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죄로 인해 좌절되었다는 것이었지요. 근본적으로 죄 문제의 해결 없이는 아무것도 자신이 없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성령의 향기를 맡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역시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가 솟구치게 되었거든요. 거듭 속았다는 배신감과 허탈감이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되었어요. 이제는 누구도 만류할 수 없는 장래의 확고한 목표를 정하고 굳은 결심까지 하게 된 거죠. 결국 고민이나 두려움 또는 배신감과 허탈감을 다 뒤로하고 귀향길을 택하게 되었거든요.

그 후, 여러 해가 지난 1969년 7월 20일에 미국 닐 암스트롱이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에 의해 달에 착륙했잖아요. 예수님은 재림하지 않았어요. 원장님의 예언이 빗나갔잖아요. 몇 년이 지나 성경에서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어요. 다니엘서의 두 왕은 헬라 제국의 황제 안티오커스 4세와 애굽 왕 프톨레미 6세를 가리킨 것이더라고요. 원장님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무너지고, 도리어 미움과 증오가 증폭되더라고요. 제 인생의 황금기를 거짓과 속임수에 말려들어 낭비했다는 생각에서였죠. 지금은 달라졌어요. 성경을 연구하면서 제가 오늘의 성경 교사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하셨기 때문이랍니다. 원장님의 역할이 아니었으면 저는 지금 종교를 빙자한 어떤 집단의 교주가 되어 살고 있을지도 몰라요. 원장님!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된 이유를 아시겠죠? 나머지 자세한 이야기는 미루어두고 싶어요. 자세히 밝힐 기회가 오겠죠. 예수님 재림하실 때까지 안식처에서 편히 주무세요.

2021년. 변화된 제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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