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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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5-18 09:5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조 교수님께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신학교 교수로 계실 때에 같은 숙소에 거했던 제자예요. 저를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특별히 조교로 차출해 교수님 곁에서 기숙하도록 배려하셨잖아요. 동생처럼 알뜰히 챙겨주셨고요. 세월이 오래 지나도 잊을 수 없거든요. 요즘 교수님 생각이 잦아져 늦게나마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제가 졸업 후에 갑자기 사라져서 매우 궁금하셨죠. 제 마음에 쌓인 고민을 다 털어놓을 수 없었어요. 들으시면 꾸중도 하실 뿐만 아니라, 기도원 분위기에 깊이 심취해 계신 교수님께 감히 말씀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요. 나이가 들어 이제라도 말씀을 드려야 마음이 편할 것만 같아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당시 교수님은 알고 계셨잖아요. 제가 우는 날이 많았다는 사실을 아시고도 모르는 척하셨거든요. ‘너 왜 울었니?’라고 묻지 않으시는 것만도 너무 좋았어요. 차마 말씀드리기가 부끄럽고 창피해서요. 여전히 마음으로 음욕을 품은 죄는 해결되지 않았고, 성자의 꿈도 점점 희미해져 간다는 말씀을 어떻게 드릴 수 있겠어요. 나중에 깨닫고 보니 성경을 알지 못하여 남을 속이고 나 스스로 속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용기를 내어 새로운 포부를 안고 교수님 곁을 떠나 귀향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 당시 자세히 말씀드리고 떠났어야 하는 것이 도리인 줄 알면서도 말씀드리지 못한 거예요. 교수님! 이해해주시고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5년간의 학창 시절, 성령의 불을 받고 향기를 맡아야 죄 문제도 해결되고 성자의 꿈도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었거든요. 그렇게 배우기도 하고 나 스스로 그럴 것이라고 믿었으니까요. 모두가 잘못 믿은 거였어요. 성경을 통해 오순절 다락방에 성령이 임한 이유와 목적에 대해 분명하게 알게 되었죠. 그 이유는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보혜사 성령을 통해 깨닫게 하실 것을 약속하셨잖아요. 승천하시기 전에도 제자들에게 성령이 임하시면 권능을 받고 땅끝까지 예수의 증인이 되게 하신다고 약속하셨거든요. 그 약속대로 보혜사 성령이 작정한 날짜와 장소에 임한 사실을 알게 되었죠. 약속대로 성령이 임하신 목적은 먼저 제자들로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깨달아 알고 땅끝까지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게 하시려는 거고요. 다음은 신약성경을 기자들로 기록하게 해서 기록된 성경 진리의 터 위에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견고히 세워 승리케 하시려는 데 있더군요.

제자들은 다락에 모여 예수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며 전혀 기도에 힘쓰고 있었죠. 오순절 날이 이르자, 홀연히 강한 바람 같은 소리와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보여 그들 위에 임하므로 성령의 충만함을 받았거든요. 바람 같은 소리나 혀같이 갈라진 불은 성령이 약속대로 임하신 것을 확증하는 표적이었어요. 성령이 말하게 하심에 따라 다른 방언으로 말한 것은 각국에서 모여온 유대인 2세들이 각기 자기들의 언어로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복음을 듣고 깨달아 약속대로 땅끝까지 증인이 되게 하시려는 섭리였고요. 임하신 성령은 세상 끝날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와 함께 있을 것을 약속하셨거든요. 성령이 임하신 오순절에는 죄가 타는 고약한 냄새나 향기도 없었고요. 나팔을 불고 북을 치거나, 하얀 가운을 입고 빠른 속도로 찬송을 인도하거나, 책받침대로 강대상을 두드리거나, 큰 소리로 부르짖거나, 통성으로 기도하거나, 통곡하며 우는 일이나, 안개 같은 은혜가 내린 사실이 없었거든요, 다만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들리거나, 불의 혀같이 갈라진 것이 무리 위에 임했는데, 이는 성령이 임한 표적이기 때문에 오순절 후에는 다시 있을 필요가 없는 거고요. 방언과 예언은 신약성경이 완성된 후에는 폐한 것이거든요.

교수님! 머리가 좀 복잡하셔도 이해해주세요. 교수님이나 저나 성경을 성경대로 깨닫지 못해서 속이기도 하고 속기도 했으니까요. 누구나 성경을 모르면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너무 많은 사람이 사회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속으며 살고 있다는 생각에 새로운 결심을 했어요. 기도원에서 성경에 대한 무지로 인해 나 스스로 많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죠. 사회적으로는 백성들이 너무 무지하고 가난하므로 고무신 한 켤레에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의 당락이 좌우되기도 했거든요. 교회는 물론 사회 역시 무지와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어요. 이제는 ‘계몽운동’을 하며 사상가로 살아야겠다는 굳은 각오를 한 거죠. 무지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농촌에서부터 시작하려고 귀향을 하게 되었답니다.
기도원을 떠나기 전, 서울에서 기도하러 오신 어느 집사님이 저에게 신학교를 졸업했으니 서울로 가자는 거예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 명문대학교에 들어가 공부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겠다는 거였어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솜씨를 보고 감탄하시며 하시는 말씀이셨어요. 잠시 세계적인 화가의 꿈이 되살아나는 듯싶었어요. 화가의 꿈은 부자가 천국 갈 수 없다는 생각과 관련 있는 것이거든요. 일단 “집사님! 고맙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생각하기를 ‘천국에 가려면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데! 화가가 되면 나만의 꿈은 이룰 수 있는데! 그렇지! 나라나 교회가 새롭게 되어야 하잖아!’ 결국 집사님의 호의를 단호하게 거절했죠. “집사님 호의는 고맙지만, 이미 뜻을 정한 바 있어서 사양하겠어요.” ‘백지불여일행(百知不如一行)’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잠시 갈등을 느꼈으나 얼마 후 마음이 평안해지더군요. 그동안 훌륭한 교수님들에게서 배우기는 했어도 나 자신의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속기만 했다는 사실에 기인한 결단이었어요.

교수님! 그 후가 궁금하시죠? 저도 한밤을 지새우면서 다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나온 60여 년 동안 살아온 일들을 다 말씀드리기는 무리인 것 같아요. 다음에 기회가 되는 대로 차차 말씀드리기로 하죠. 부디 주 안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혹시 만나 뵐 수 있으면 원정도 하고 투정도 하면서 옛 사제의 정을 나누고 싶거든요. 언젠가 보내주신 편지에 ‘내 자녀들이 진리 안에서 행한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더 즐거움이 없도다.’라고 적어주신 성구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거든요. 교수님! 감사합니다. 무례함이 있다면 용서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사모님도….



2021년, 사랑받은 제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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