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6-02-21 21:13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헤롯 대왕의 권모술수와 제3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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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권 박탈로 조선의 반(半)식민지화를 초래한 을사늑약 체결의 협력자 학부대신 이완용은 일본을 받아들임이 불가피한 대세임을 역설하면서 외교권은 잠시 빌려준 것일 뿐 부강해진 후 되찾으면 되리라는 궤변을 내놓았다. 관리의 평균 월급이 20원이던 시절, 조국을 판 대가로 하사받은 15만 엔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가문을 부강케 한 그가 1926년 향년 69세로 숨을 거두자 모 신문은 흥정으로 나라를 넘긴 구문(口文) 공신이 염라국에 입적했으니 염라국의 장래가 염려된다는 촌평을 날렸다. 주미 대리공사의 미국통에서 2대 독립협회장으로, 아관파천을 주도한 친러파에서 다시 친일파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그는 독립문 현판 외에 여러 전각에 필적을 남긴 당대의 손꼽히는 명필이었다.

주변 정세에 따라 변화무쌍한 행보를 보였던 부친 안티파터처럼, 헤롯 또한 패권의 향배에 따라 냉철한 판단력으로 카멜레온처럼 정치색을 바꾸던 처세술의 달인이었다. 2차 삼두체제에 저항했던 카이사르의 암살자들이 필리피(빌립보) 전투에서 제거된 뒤, 로마의 권력은 서방을 맡은 카이사르의 양자 옥타비아누스와 동방을 맡은 카이사르의 오른팔 안토니우스의 양분 구도에 놓인다. 파르티아 공격 중에 헤롯의 도움을 입은 안토니우스는 예루살렘 탈환을 지원했고, 헤롯은 후견인 안토니우스의 이름을 딴 안토니아 요새를 건축한다. 에돔 출신의 로마 앞잡이라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왕좌의 정당성을 부여받고자 하스모니아 가문의 마리암매와 혼인한 헤롯의 결정은 이후 만만찮은 풍파를 불러오게 된다.

혈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헤롯의 장모는 사위의 출신 배경을 경멸했고, 카이사르에 이어 안토니우스의 여인이 되어 뛰어난 지략으로 제국을 유지해가던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7세와 연결해 호시탐탐 헤롯을 제거하려 했다. 헤롯이 인기 높던 처남 요나단을 대사제에 임명하자 대중은 환호했지만, 곧 헤롯의 거추장스러운 경쟁자는 수영장의 익사체로 발견된다. 호소를 접한 클레오파트라의 간청에 안토니우스는 헤롯을 소환했으나, 헤롯은 예의 그 달변으로 인과의 치죄가 아닌 화합의 연회를 이끌어낸다. 한편 균열의 조짐을 보이던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제휴는 안토니우스가 아르메니아 원정 후의 개선식에서 클레오파트라를 만왕의 여왕으로 치켜세우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풍부한 경제력의 이집트가 포함된 동방이 아닌 정통성의 명분을 세울 수 있는 로마가 포함된 서방을 택한 혜안에서 보듯,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가 지명한 후계자답게 매사 주도면밀했던 인물이었다. 누이 옥타비아와의 이혼을 택함으로 상당한 지지기반을 잃은 안토니우스를 로마의 배신자로 몰아붙여 추진력을 얻은 옥타비아누스는 주전 31년 로마의 패권을 놓고 겨룬 그리스 북서부 악티움에서 객관적 열세를 딛고 승리했다. 헤롯은 패자에 줄을 댄 불운아였으나 옥타비아누스가 있던 로데스로 평민복을 입고 나아간다. ‘저는 안토니우스의 패배와 파멸에 동참하며 제 면류관을 버리나이다. 다만 당신께서 물으실 것이 누구의 친구였는지가 아니라, 우정의 진실함에 대한 심문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렇게 나아왔나이다.’

명연설은 로마의 일인자를 감동시켰고 헤롯의 왕국을 견고히 세워준 옥타비아누스, 곧 로마 제정을 연 아우구스투스(존엄한 자)는 잔인하나 유능한 관리자인 유대의 왕을 깊이 신뢰했다. 로마 황제 다음의 막강한 재력을 가졌던 헤롯은 후원자와 백성의 환심을 얻고자 예루살렘 대역사에 착수한다. 웅장한 위용의 요새와 왕궁을 넘어선 압권은 기존 제2 성전의 자리에 올려진 제3 성전이었다. 일출 때 흰 대리석과 금은으로 꾸며진 자태가 눈부시던 장관은 84년의 공사로도 미완이었던 주후 70년, 거짓 왕이 의지하던 로마에 의해 예수의 예언대로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무너지게 된다. ‘자기 이름을 두시려 택하실 한 곳(신 12:11)’에 인간의 이름을 높이려 세워진 교만을 깨뜨리시고 지금까지 전 재건을 막고 계심은 선한 율법 아래 죄인임을 고백게 하신 우리로 참 성전 그리스도 안의 은혜만을 겸손히 바라도록 하심이리라.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재규 자유기고가

그리스도 예수의 출생과 성경의 목적
로마의 동방 경략과 헤롯의 등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