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9-05-29 20:0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예와 겸양과 인내를 갖추어야


子曰 能以禮讓 爲國乎何有 不能以禮讓 爲國 如禮何
자왈 능이예양 위국호하유  불능이예양 위국 여예하
子曰 不患無位 患所以立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자왈 불환무위 환소이립  불환막기지 구위가지야
『논어』, 「이인」의 계속이다.

공자가 말했다. “예와 겸양으로써 한다면 나라를 다스림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마는 예와 겸양으로 할 수 없다면 예가 (있는 들)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공자가 말했다. “설 자리가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어떻게) 지위에 설지를 염려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려지게 될 만한 것을 구하라.”

본문에서 말하는 예는 각종 규범이나 규례, 또는 조례들이라고 볼 수 있다. 겸양은 예의 실상, 곧 예의 드러남이다. 예가 있고 이 예가 겸양으로 실천될 때 나라를 다스림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으리라는 것이 공자의 입장이다. 겸양으로 하지 않는다면 모든 규범이나 규례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예(오늘날에는 모든 법률이나 규례, 행정절차 등을 의미)만을 가지고서 나라를 다스리기에는 마음으로 따르는 다스림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겸양의 실천으로 본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위(位)는 관직이나 직책을 맡는 것이다. 군자라면 마땅히 천하를 다스릴 포부를 품어야 한다. 당연히 그 위는 천하를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여야 한다. 그래서 군자는 먼저 어떻게 그 직에 설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군자가 자신을 준비된 사람으로 여긴다면 이러한 자신을 누군가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공자는 이것을 경계한다. 군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줄 만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자임을 스스로 증명하려 하라는 것이다. 군자가 자신의 능력을 다른 이들 앞에서 드러내기보다는 예와 겸양을 겸비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그가 그러한 사람임을 저절로 느끼게 할 것을 요구받는다.
공자가 군자에게 제시하고 있는 생활자세는 세 가지다. 하나는 예를 아는 것이다. 예는 고전(古典)이나 고법(古法)에 대한 통달은 물론 당시 사회의 규례들을 익히는 것도 포함된다. 사실 공자는 육예(禮·樂·射·御·書·數)에 통달한 자로 알려져 있다. 예를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가지 예들은 모두 일상생활을 조화롭게 해 나가는 데 필요한 것들이었다. 음악은 즐거운 생활을 위해서, 활쏘기는 군사훈련과 고기 사냥을 위해서, 말몰이는 오늘의 운전과 같은 이동수단이고, 글쓰기는 의사소통, 셈하기는 경제생활 등에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겸양이다. 예에 통달하여 실천하되 겸양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뭘 좀 안다고 그것을 드러내려 해서는 예를 안다는 것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 예를 자랑하는 것이 자신을 낮추어서 겸양으로 실천해 가는 것만 못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육예를 갖추어 겸손히 실천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 줄 때까지 인내하는 것이다. 사람이 뭘 좀 안다고 느끼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드러내려는 마음이 순간적으로라도 들기 마련이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서는 인내의 훈련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대신에 스스로를 가꾸어 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즉 군자는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하든 안 하든 늘 인정받을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자 자신이 이러한 자세로 일생을 마쳤기에, 출생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고 사회적 지위도 빈천했던 그가 중국의 전 역사에서 영원한 문성왕(文成王)의 칭호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공자가 문성왕이라고 하는 사실은 아마도 후대에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본문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에게 예를 안다는 것은 성경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알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그리고 겸양해야 한다. 성경을 많이 알고 실천하려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당연한 일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일생을 마칠 때까지 힘이 있는 한 그렇게 해야 한다. 마땅히 할 일인데 성경을 좀 안다고 자신이 성경을 아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그(녀)가 성경을 아는 사람이라고 인정함과 상관없이 인내하며 성경을 공부하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대한의 선한 그리스도인들이여!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분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여서 하늘나라를 유업으로 받자.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네 멍에를 메고 내게 나와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마 11:28~29).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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