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20-02-07 19:34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낮잠을 자는 자의 대가


宰予晝寢
재여주침

子曰 朽木不可雕也 糞土之墻 不可杇也 於予與 何誅
자왈 후목불가조야 분토지장 불가후야 어여여 하주
『논어』 「공야장」의 계속이다.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재여가 낮에 잠을 잤다.
공자가 말했다. “썩은 나무는 조각을 할 수가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을 할 수가 없다. 재여에게 (내가) 무엇을 꾸짖겠는가.”

재여가 낮잠을 잤다. 영어 번역(http://www.indiana.edu/~p374/)에서는 재여가 자기 방에서 낮에 잠을 잤다고 의역하여 번역하였다. 어쨌든 재여가 낮잠을 자는 모습을 공자가 보게 되었다. 공자는 재여를 썩은 나무와 거름으로 쌓은 담장과 같은 존재로 비유하였다. ‘於予(어여)’는 ‘재여에게’라는 말이고 ‘與(여)’는 어조사로서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 ‘주(誅)’는 ‘책(責)’의 뜻으로 ‘꾸짖다’, ‘책망하다’ 등의 의미다. ‘하주’는 “어떻게 더 이상 책망을 하겠는가?” 또는 “무엇을 더 꾸짖을 것이 있겠는가?” 등으로 해석된다. 심하게 말하면 공자는 재여가 이렇게 낮잠까지 자는 것을 보고서 여는 갈 데까지 간 게으른 사람이고 배움의 자세를 잃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썩은 나무는 한물간 재료다. 썩은 이상 그 나무는 땔감으로도 쓸모가 없다. 썩은 나무를 조각해서 보기 좋은 작품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거름으로 쌓은 담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무슨 덧칠을 한다고 해서 보기 좋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거름으로 쌓은 담은 더러운 냄새나 풍길 것이고 머지않아 무너져 내릴 것이다.
하지만 재여(그는 재아(宰我, B.C. 520-B.C. 481)로도 불린다)는 공자의 위대한 제자들이었던 십철(十哲) 중의 한 사람이었다. 재여가 지금은 낮잠을 자다가 스승에게 들켜서 꾸지람을 들어야 하는 처지이지만 실제로는 공자의 수많은 제자들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인재였던 것이다. 아마도 재여는 공자의 말을 듣고 자성한 후에 자신의 태도를 고쳐갔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정진해서 후에 뛰어난 제자의 반열에 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잠은 자야 한다. 특히 8시간 이하의 범위 내에서 충분히 숙면을 취하는 것은 성취도나 건강의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밤낮이 바뀌어 있고 낮잠을 많이 자야 한다면 그런 류의 잠은 분명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잠을 잤는데 능력이 향상되지 않거나 활력적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런 잠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 썩은 나무처럼 생생함을 잃거나 푸석푸석하여 무능해져서는 곤란하다. 속으로 문드러져서 썩은 냄새를 풍기며 일상생활에서 무너져 가서도 안 된다. 사람이라면 어떠한 역경에 대해서도 대응하고 생명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마음으로든 외적으로 드러난 몸의 상태든 청량함을 유지하고 신선함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가룟 유다와 그의 무리들에게 붙잡히기 전날 밤에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셨다. 그 밤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깨어 기도하라고 당부하고는 좀 더 떨어진 곳에서 기도하셨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제자들은 졸고 있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잠시도 깨어 있지 못하겠느냐고 하시고는 다시 돌아가서 기도를 계속하셨다. 얼마 지나서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니 이번에는 제자들이 아예 자고 있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편히 자라고 하셨다. 하지만 영혼이 잠드는 것은 결코 허락하지 않으셨다. 시험에 들지 않기 위해 깨어 기도하신 것도 영혼이 잠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선한 그리스도인이여!! 마땅히 잠을 자도록 하자. 육신을 편히 쉬게 하자.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 하지만 영혼의 잠은 자지 말자. 항상 우리의 영혼을 깨어 있게 하자. 지금은 마땅히 자다가 깰 때이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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