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신학

 
작성일 : 11-06-01 15:46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삼손과 푸른 칡


날 때부터 나실인이었지만 유명한 난봉꾼으로 살았던 사사 삼손의 이야기는 주일학교 때부터 단골주제로 등장해서 너무나 잘 알려진 스토리 중 하나일 것이다. 단 지파 출신의 삼손과 인접한 블레셋과의 갈등은 마지막 사사로서 ‘사사시대’에서 ‘왕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대를 살아간 사무엘에 등장하기 직전, 즉 사사시대 말기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후 이스라엘 최고의 호적수로 부상하며 사울이 다스리는 이스라엘을 초토화시킨 블레셋 제국이 출현하기 전, 국경을 중심으로 한 블레셋과의 갈등이 본문의 시대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사사 삼손은 사사기에 나오는 일반적인 사사와 다른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로 그는 날 때부터 나실인으로 택정받은 사사였다. 둘째로 다른 사사들이 군사들을 이끌고 대적들과 싸운 반면 삼손은 홀로 싸웠다. 셋째로 삼손이라는 ‘존재’ 그리고 삼손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블레셋을 대적하는 충분한 전쟁 억지력을 보여주었다.

본문에 등장하는 들릴라는 삼손이 속한 단 지파와 블레셋과의 국경에 위치한 소렉 골짜기 출신이다. 그녀는 아마도 소렉 골짜기가 배출한 당대 최고의 미녀였을 것이다. 그런 미녀와 당대 최고의 천하 장사, 이름만 들어도 블레셋이 벌벌 떠는 삼손의 ‘러브스토리’ 아니 어찌보면 ‘스캔달’이 본문의 주된 내용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천하장사는 미녀를 좋아했던 것 같다.

본문에는 삼손의 힘의 원천과 비밀을 캐내고자 하는 블레셋과 이를 이용해 자신의 비밀스런 능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극대화 해서 블레셋에게 공포감을 안겨준 삼손의 지략이 숨어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성지에만 자생하는 식물과 그 속에 담긴 유대인들의 문화를 통해 캐내야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한국의 성도들이 스스로 캐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다. 삼손의 숨겨진 지략의 초점은 바로 ‘마르지 않은 푸른 칡’이라는 말에 있었다.

삼손과 들릴라 이야기에 나오는 ‘푸른칡’은 히브리어로 ‘이트란’이라고 하는 식물이다. 한약제로 쓰이는 ‘칡’ 즉 한약명으로 ‘갈근’으로 불리는 약재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이트란은 로프(밧줄)를 만드는 대표적인 식물이기 때문에 ‘로프 나무’라고도 불린다.

지중해에 접한 서부 해안평야와 네게브 사막에 많이 자라는 이트란은 성경에 사람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삼손의 고향인 소렉 골짜기 상부 도시인 ‘소라’에는 이트란이 자라지 않는다. 삼손은 들릴라에게 ‘마르지 않은 푸른 칡(이트란) 일곱’으로 로프를 만들어 자신을 결박하면 자신의 힘이 약해진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이 안에는 사사 삼손의 번뜩이며 넘치는 지략이 숨어 있다. 흔히 삼손에 대한 이미지를 그릴 때 힘센 천하장사, 그리고 여자만 밝히는 난봉꾼을 떠올리기 쉽다. 여자들의 경우 미모와 지성을 겸비하는 것이 흔하지 않고, 남자들의 경우도 힘과 지혜를 겸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본문 속에 숨어 있는 지략만을 볼 때 삼손은 분명 천하장사의 힘과 함께 번뜩이는 지혜의 소유자였음이 확실하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소렉 골짜기는 이트란(로프나무)이 없다. 들릴라로부터 정보를 빼낸 블레셋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주지인 해안평야에 널려 있는 아트란 일곱줄로 끊어지지 않는 로프를 만들어서 삼손이 있는 소라에까지 가져와야 했다. 그런데 삼손은 분명히 ‘마르지 않은’ 이트란 밧줄이라고 강조했다.

블레셋이 살고 있는 해안평야에서 이트란 밧줄을 만들어 삼손이 있는 소렉 골짜기 상부의 소라까지 당도하면, 이트란 밧줄은 도중에 모두 말라 비틀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블레셋이 마르지 않은 이트란 밧줄로 삼손을 결박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과 작전이 필요한 것이다. 가능한 전략과 작전을 상상하면서 3000년전 소렉 골짜기의 삼손과 블레셋의 물고 물리는 전쟁과 삼손과 들릴라의 러브 스토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작전을 떠 올리기에 앞서 블레셋이 정착한 지중해변 남쪽의 블레셋 평야와 삼손과 들릴라가 살고 있는 소렉 골짜기의 지형을 알아야 한다. 블레셋 평야는 말 그대로 평야에 위치하지만 소렉 골짜기는 예루살렘이 위치한 유다 산지(해발 800미터)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구릉지대(해발 300∼500미터)에 있다.

이런 지형적 상황에서 마르지 않은 이트란 밧줄을 소렉 골짜기 상부인 소라까지 운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는 블레셋 병사들이 각각 팀을 짜서 이트란 밧줄을 만들고 전속력으로 달려서 삼손이 있는 소라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블레셋 평야에서 소라까지 가는 산등성이 오르막길을 혼자서 전속력으로 달리기보다는 몇백미터씩 구간별로 나누어 ‘이어달리기’를 해야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혼자서 헉헉대며 산등성이를 올라가다가는 정성껏 만든 이트란 밧줄이 도중에 다 말라버릴 것이고 그런 밧줄로 삼손을 묶어보았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마르지 않은 이트란 밧줄’을 만들어 삼손을 결박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블레셋 사람들이 동원되어야 가능한 최고의 군사작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간신히 마르지 않은 이트란 밧줄을 만들어 삼손을 결박했는데, 이를 가법게 끊어버리는 삼손이 아닌가? 천하장사 삼손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삼손의 신비한 힘의 근원에 대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블레셋 마을 곳곳에 퍼졌을 것이다. 삼손에 대한 이야기는 또다시 블레셋 마을에서 회자되고 신비한 힘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는 눈덩이처럼 부풀려 질 것이다. 이로써 삼손은 그 이름만 들어도 블레셋이 벌벌 떠는 강력한 전쟁 억지력의 상징이 된 것이다. 옛말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울 때 ‘호랑이가 물어간다’고 말했지만, 삼손이 사사로서 이스라엘을 지킬 때에는 블레셋에서 아기가 울 때 ‘삼손이 물어간다’고 하면 블레셋의 아이가 울음을 뚝 그치지 않았을까?

광야를 지나는 나그네들을 괴롭히는 것은 뜨거운 햇빛만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있는데 이는 광야의 극성스런 파리들이다. 한 번은 온 가족들이 이스라엘 최남단의 항구도시인 에일랏을 거쳐 광야 한복판에 위치한 팀나 공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 가족들은 광야의 파리떼의 위력을 절감했다. 아무리 손으로 쫓아내도 다시 들러 붙고 심지어 귀속에도 들어가고 입을 벌리면 입 안으로도 들어오는 파리떼로 인해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해안 평야와 함께 네게브 사막에 잘 자라는 이트란은 광야의 파리떼를 잡는 ‘끈끈이’로도 사용된다. 이는 이트란을 말려서 설탕물을 발라서 걸어두면 그 곳에 파리들이 들러붙어 옴짝달싹 못하고 죽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광야의 파리떼를 무력화시키는 ‘네게브 산’ 파리끈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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