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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작성일 : 12-06-03 00:5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초강대국 오스만 터키는 왜 무너졌을까?〈下〉


둘째는 17세기의 한세기 동안 이루어진 유럽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16세기에 유럽은 포르투칼, 스페인을 시작으로 대항해 시대를 열면서 교역의 주무대는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겨진다. 1453년 오스만 터키가 비잔틴의 최후 보루인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하고 지중해의 해상권마저 장악해 버리자 유럽은 지긋지긋한 원수인 이슬람 세계를 통과하지 않고 노다지 품목인 ‘향품과 후추’의 나라 인도와 동남아로 향하는 신항로를 개척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지중해와 인도양 바다에서 놀던 오스만 터키인과 달리 대서양의 드넓은 바다를 무대로 활약하는 유럽인에게는 많은 이점이 제공됐다. 이럴 때 ‘노는 물이 다르다’는 말을 쓰는 것 같다.
 
대서양의 폭풍을 뚫고 전진하도록 건조된 유럽의 선박은 지중해와 인도양에서 놀던 오스만 터키의 선박보다 톤수에서 월등하게 앞섰다. 유럽의 선박은 평시에는 엄청난 물량을 저렴한 가격에 운송했고, 전시에는 많은 무기를 실을 수 있었다.

물류비용이 줄고 신대륙과의 무역으로 비약적으로 늘어난 교역은 자연스럽게 중상주의와 자본주의 유럽을 출현시켰다. 드넓은 세계 시장을 무대로 ‘생산자’ 중심의 경제로 전환한 유럽은 이를 지원한 정부와 자본가의 궁합이 들어 맞으면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럽에서 태동한 생산자 중심의 새로운 경제체제는 여전히 ‘소비자’중심의 사회인 중동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셋째, 오스만 터키의 자랑인 예니체리 군단의 군기 문란과 타락이다. ‘신군(新軍)’을 의미하는 예니체리 군단은 무라드 1세(1360-1389) 때 창설된 술탄 직속 최정예부대이다. 기독교 자녀들을 무슬림으로 개종시키고 일생 결혼을 하지 않고 오로지 술탄에게만 충성하도록 특수 훈련된 예니체리 군단은 14-16세기에 오스만 터키가 왕성한 정복전쟁을 펼칠 때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충성과 헌신의 대가로 국가로부터 높은 봉급을 받은 예니체리 군단은 또한 단 한번에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출세의 등용문이기도 했다.

제국이 안정되자 예니체리 군단은 점차 막강한 권력과 강력한 집단 연대로 뭉친 폐쇄적이고 특권적인 조직으로 변한다. 점차 결혼이 허용되고, 1568년부터 예니체리 군단의 자식들이 자동으로 군단의 병적부에 이름을 올리면서 초기와 같은 선발의 신중함과 혹독한 훈련도 사라진다. 이후 이들은 명목상은 술탄의 노예지만 종종 술탄의 머리 위에서 노는 세력으로 부상한다. 길거리에서는 작은 시비로 여차하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전쟁터에서는 훈련된 적들을 대항하기에 아무 쓸모없는 존재로 변했다. 한마디로 이들은 명목상 군인이지만 무장된 불량배와 조직폭력배 수준으로 타락한 것이다. 강력한 오스만 터키 제국을 견인한 예니체리 군단은 결국 제국 자체를 상하게 하는 ‘양날의 검’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넷째, 열심히 배운 유럽과 배우지 않은 오스만 터키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손자에게서도 배울게 있다’는 말이 있듯이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중단없는 배움의 과정이 필요하다. 16세기 전반 오스만 터키의 위용이 절정에 이르는 것을 경이롭게 바라본 유럽은 그 제도 안에서 효율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절대주의 국가’의 모델을 발견한다.

 마키아벨리(1469-1527)를 비롯한 유럽의 사상가들이 허울뿐이고 허약한 프랑스의 왕을 오스만 터키 술탄의 막강한 권력과 비교하며 유럽의 분발을 지적할 때 이미 두 군주의 역할이 역전될 배움의 현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17세기로 넘어가면서 프랑스 루이14세(1638-1715)가 ‘짐이 곧 국가’라고 선포하며 절대권력을 휘두를 때 오스만 터키의 술탄은 이미 예니체리 군단과 신하의 허수아비가 된 것이다. 유럽은 16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대항해 시대를 열며, 경제적, 정치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며 추격했지만, 이것은 오스만 제국에 아무런 자극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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