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역사 종말에 관한 예수의 가르침(I)
나사렛 예수는 제자들이 가리키는, 외형적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예루살렘 성전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무너질 것을 예고하신다. 그리고 예수는 역사 종말이 올 것과 종말에 대한 징조를 예고하신다. 역사 종말은 예수가 전파한 하나님 나라 복음이 지니는 내용 가운데 하나이다. 그것은 이 세상 나라와 질서가 하나님이 보내신 인자의 심판에 의하여 멸망하고 하나님 나라가 세워진다는 것이다.
19세기 하르낙, 리츨, 헤르만 등 독일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예수의 역사 종말 사상이 신화론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세기에 들어와 알버트 슈바이처는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예수 설교의 종말론적 차원을 새롭게 발견했다. 그러나 그 역시 예수의 종말론적 설교가 묵시록적인 세계관에 의하여 채색된 것으로 이해했고 이 묵시록적 세계관은 신화론적 세계관이기 때문에 과학시대의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슈바이처는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가 실재로 도래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슈바이처의 종말론은 미래적 종말론이기는 하나 그의 ‘철저적 종말론’에서 미래란 환상적이고 신화적이지 실재적 미래로서 다가오는 종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필자는 예수의 종말 설교가 신화적 세계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메시아적 통찰에서 실제적으로 다가오는 세계의 미래적 사실을 예언하신 것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복음서 저자들인 마태, 마가, 누가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의 종말 가르침은 구속사적 관점에서 앞으로 일어날 미래적 사실을 예언하였기 때문이다.
I. 역사 비관주의: 종말론적 환난
예수는 역사의 종말에 대하여 실재적이고 비관적인 입장을 개진하고 계신다. 종말의 때는 미증유(未曾有)의 대 환난의 날이 될 것이다. 복음서 저자 마가는 종말에 일어날 큰 환난에 대한 예수의 말씀을 다음같이 전해주고 있다: “이는 그 날들이 환난의 날이 되겠음이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시초부터 지금까지 이런 환난이 없었고 후에도 없으리라”(막 13:19). “만일 주께서 그 날들을 감하지 아니하셨더라면 모든 육체가 구원을 얻지 못할 것이거늘 자기가 택하신 자들을 위하여 그 날들을 감하셨느니라”(막 13:20). 역사 종말에는 여태까지 없었던 큰 환난이 다가오는데 하나님은 그 택하신 자들을 위하여 그날을 단축시키실 것이다. 그렇지 아니하면 어느 누구도 구원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신다. 나사렛 예수는 역사 종말의 징조를 다음 여섯 가지로 말씀하신다.
1. 예루살렘의 함락과 무너짐
첫째, 예루살렘의 함락과 무너짐이다. 복음서 저자 누가는 예수의 말씀을 다음같이 기록하고 있다: “너희가 예루살렘이 군대들에게 에워싸이는 것을 보거든 그 멸망이 가까운 줄을 알라”(눅 21:20). “그들이 칼날에 죽임을 당하며 모든 이방에 사로잡혀 가겠고 예루살렘은 이방인의 때가 차기까지 이방인들에게 밟히리라”(눅 21:24). 이 말씀은 역사적으로 이미 이루어졌다. 예수의 예언이 있은 지 약 40년 이후인 A.D. 70 초순에 로마군에 의한 예루살렘의 실제적인 포위 공격이 시작되었다. 유대의 열심당원들이 로마에 대해 무력 반란을 일으킨 것이 그 원인이었다. 로마의 장군 디도(Titus)가 예루살렘을 함락한 것은 그해 9월 12일 경이었다.
2. 재난과 난리의 소문
둘째, 세계 각지에서 난리의 소문이 들리며, 민족 사이에 분쟁이 일어날 것이다. 마가는 종말에 관한 예수의 예언을 다음같이 기록하고 있다: “난리와 난리의 소문을 들을 때에 두려워하지 말라. 이런 일이 있어야 하되 아직 끝은 아니니라.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막 13:7-8). 누가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기록하고 있다: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눅 21:10). 복음서 저자 마태는 다음같이 기록한다: “이는 그 때에 큰 환난이 있겠음이라. 창세로부터 지금까지 이런 환난이 없었고 후에도 없으리라. 그 날들을 감하지 아니하면 모든 육체가 구원을 얻지 못할 것이나, 그러나 택하신 자들을 위하여 그 날들을 감하시리라”(마 24:21-22).
이 민족 간의 분쟁의 구체적인 실례들은 1950년 6.25 남침에 의한 한국 전쟁, 1990년대 보스니아의 민족 분쟁, 2000년대 이라크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쟁,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 오늘날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민족들의 분쟁이다. 국가 간의 전쟁은 2001년 9.11 맨하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비행기 납치 테러 이후 10년 이상 지속된 아프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그리고 2014년 6월 칼리프(이슬람 정치·종교 지도자)가 지배하는 세계적 이슬람 국가를 건국하고자 창립되어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를 장악하고 전 중동지역을 장악하여 그 세력이 확산되고 있는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IS(Islam State)의 무차별적 살상 공격과 이에 대한 서구 유럽과 미국 연합군들의 진압 전쟁 등이다. IS의 공격이 시작된 지 3년 지난 2017년 7월 10일 이라크 정부군이 미군과 쿠르드족(族) 민병대 ‘페슈메르가’와 힘을 합쳐 IS로부터 3년 만에 모술을 탈환했다.
3. 지진과 기근 등 자연적 재앙
셋째, 지진과 기근 등 자연적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마가는 예수의 말씀을 다음같이 기록하고 있다: “곳곳에 지진이 있으며 기근이 있으리니 이는 재난의 시작이니라”(막 13:8). 누가는 다음같이 기록하고 있다: “곳곳에 큰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이 있겠고 또 무서운 일과 하늘로부터 큰 징조들이 있으리라”(눅 21:11). 그 예가 2004년 12월 동남아시아 해변지역에서 수십만을 휩쓸고 간 쓰나미, 2008년 중국 쓰촨성의 대지진, 2009년 이탈리아의 지진, 2011년 일본 동북지방 후쿠시마 앞바다 진도 9.0 대지진, 2015년 네팔 중부지역 진도(震度) 7.9 대지진 등이다. 지진 안전 지역 한국에서도 2016년 9월 12일 경주시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는 1978년 기상청이 계기(計器)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에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다. 본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 후인 9월 19일 오후 8시 33분 규모 4.5의 지진이 또다시 발생했고, 9월 20일에는 여진 횟수가 400회를 넘어섰다. 그리고 1918년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명이 사망했던 스페인 독감, 2003년 중국에서 시작된 사스(SARS,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2005년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일어나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2009 인플루엔자A(H1N1, 돼지 독감), 2015년 치사율 30%로 전 세계적으로 102명 치사시킨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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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 / 숭실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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