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작성일 : 10-04-30 08:4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무엇인가?…성전①


일반적으로 종교는 신이나 절대자를 인정하여 일정한 양식 아래 그것을 믿고 숭배함으로써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얻고자 하는 정신 문화의 체계라고 알고 있다. 그러므로 종교는 인간의 내면 세계를 추구하는 것을 본연의 임무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교들이 주된 본연의 임무 수행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종교적인 의식을 화려하게 꾸미는 일에 더 큰 관심과 열을 올리는 경향이 있음을 보게 된다. 그것은 각 종파마다 종교의식의 특성에 맞는 웅장하고 화려한 시설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암창나게 많은 건축 예산이 필요하게 되고 그 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신의 이름을 빙자한 거액의 헌금을 선량한 신도들에게 강요하게 된다. 그 결과로 돈이 없이는 순수한 종교적 신앙을 갖기가 힘들어지는 여건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기독교의 경우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독교는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을 알아서 믿고 경외하며 섬기게 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스스로를 계시하신 성경을 가르치는 것을 본연의 임무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순수한 기독교는 성경을 신자들에게 가르쳐서 진리를 후대에 전수하며 지워야 하는 것을 본연의 임무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 역시 여타의  종교들처럼 기독교 본연의 임무에는 소홀히 하고 잘못된 예배 의식에 필요한 시설을 성전(聖殿)이라는 이름으로 웅장하고 화려하게 세우는 일에 온갖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엄청나게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성전 건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종교개혁 이전 중세교회가 의식중심의 미사(missa)를 드리기 위해 시도했던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은 말씀중심의 예배를 내세우면서 기독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 후예들인 개혁파 교회들이 다시 중세 로마교회의 잘못된 관행을 따라 의식중심의 제사를 재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사를 드리기 위한 웅장하고 화려한 성전을 세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가 성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종교가 성행하는 나라마다 그 종교의 특성에 맞는 신전들이 도시마다 군데군데 세워져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수려한 산속에는 웅장하고 화려한 불교의 전각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고, 도시는 물론 시골 마을에는 교회의 건물들이 특유의 양식을 갖추어 우뚝 우뚝 세워져 있는 것을 매우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교회의 건물들이 과연 우주와 만물을 지으신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성전이란 말인가? 아마도 성경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자라면 이러한 의문을 당연히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자들은 그 모든 건물들이 하나님을 모시는 거룩한 집 또는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성전이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건물을 신성시 하기까지 한다. 이것은 기독교가 그 본연의 자세에서 벗어나 얼마나 무속화되어졌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성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기독교를 무속화하는데 기여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무속적인 의식 중심의 예배에서 벗어나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건전한 교회로 궤도를 수정해가려면 성전에 대한 성경적인 바른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성전이란 말의 뜻

“우주와 그 가운데 있는 만유를 지으신 신께서는 천지의 주재시니 손으로 지은 전에 계시지 아니하고”(행 17:24)

‘성전’이란 말은 신구약 성경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특히 구약 성경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신약 성경에서도 간혹 사용되고 있다.
 
구약 성경에서 ‘성전’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바이트’와 ‘헤칼’을 주로 사용한다. 그 가운데 ‘바이트’라는 말은 본래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일반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헤칼’은 ‘궁전’이나 ‘성전’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서 특별히 큰 공공건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와같은 말들은 이방 종교의 신전이나 사원을 가리켜 언급할 때에도 사용하는 말이다. 그래서 구약 성경에서는 대부분 ‘성전’이라는 말을 일반적인 집이나 공공건물, 그리고 이방 종교의 신전이나 사원과 구별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집’ 또는 ‘거룩한 집’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신약 성경에서 ‘성전’이라는 말은 헬라어로 ‘히에론’과 ‘나오스’를 주로 사용한다. 그 가운데 ‘히에론’이라는 말은 성전에 속한 건물들이나 현관 및 뜰을 포함한 시설 전체를 총칭하여 일컫는다. 그리고 ‘나오스’라는 말은 성소와 지성소를 이루고 있는 거룩한 건물만을 가리켜 일컫는 말이다. 이와같은 말들은 주로 예루살렘에 세워진 성전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히에론’이 예루살렘 성전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라면, ‘나오스’는 예루살렘 성전의 부분적인 한 건물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신구약 성경에서 사용하고 있는 ‘성전’이라는 말은 ‘하나님의 집’ 또는 ‘거룩한 집’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하나님의 집’이라는 것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임재하여 계시는 처소라는 뜻이며, ‘거룩한 집’이라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제사장을 통해 여호와 하나님께 거룩한 제사를 드리는 처소라는 뜻에서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예루살렘에 세워진 성전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임재하셔서 스스로의 영광을 나타내신 곳이다.

그리고 특별히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 거룩하게 구별된 제사장들이 여호와 하나님께 백성을 대신하여 제사를 드리는 곳이다. 따라서 예루살렘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종교적인 중심지가 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날마다 제사장들이 제사의식을 행하는 거룩한 처소이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용기 원로연구원 (성경신학학술원,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명예총장)

무엇인가?…성전②
무엇인가?…교회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