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작성일 : 12-03-19 17:33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인도에서 부치는 세 번째 편지


나마스떼!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크리스천 신문의 원고를 쓸 때면, 고향에 계신 어르신들께 인사를 전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참 푸근하고 편안해집니다. 유독 사건 사고가 많았던 달이었던지라, 이번 편지는 간단한 브리핑 형식으로 서술해보고자 합니다.

  1. 소매치기를 당하다 : 인도에서 입을 여름옷을 사기 위해 시장에 나갔습니다. 평소엔 잘 들고 다니지도 않던 지갑에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끌어 모아 빵빵하게 채운 뒤였죠. 오전에 나가 오후에 들어올 때까지 아무 일도 없더니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만 소매치기를 당했습니다. 아기를 안고 있던 슬럼가 여자였는데 아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제가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대범하게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열려있는 가방의 지퍼에 깜짝 놀라 안을 뒤져보니 이미 지갑은 사라진 뒤였습니다. 거의 20만원 돈 되는 인도루피와 집 열쇠, 영수증이 한 번에 증발한 것입니다. 돈도 돈이지만 그런 사건을 당했다는 것 자체가 무섭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그런 일들에서 열외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인도의 지하철에는 사람이 많아서 -마치 우리나라 월드컵 응원 인파처럼- 지갑을 찾기는커녕 그대로 서 있다간 양말까지 없어질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걸음을 돌렸습니다. 돈을 잃은 건 배가 아팠지만 하나님께서 그리 하신 걸 보니 제 돈이 될 게 아니었나 봅니다.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지요.

  2.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치다 : 입에 담기조차 싫은 끔찍한 사건이라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도 했었지만, 선교지의 특성을 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례이기에 소개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힌두교의 어떤 교파에선 새 건물을 짓기 전, 사람-어린이-으로 제물을 바쳐 제사를 드린다고 합니다. 바로 지난 주, 제가 사는 아파트 부근의 공사장에서 5살 남짓의 여자아이가 납치당했습니다. 사탕을 주겠다는 꾐에 넘어가 공사장의 구덩이로 끌려간 뒤 그 곳에서 쇠파이프로 맞아 팔과 다리가 모조리 부러져 산 채로 묻혔습니다. 지금 제가 현재 사는 아파트 밑에도 그런 어린 아이들이 묻혀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것이 오랜 관습인데다가 힌두의 파워가 막강하다 보니 경찰도 개입을 꺼려한다고 합니다. 그 여자아이는 엠뷸란스로 실려 가는 길에 죽었는데, 그랬기 때문에 누구의 책임도 없다고 경찰이 정리했습니다. 특히 외국인들은 인도의 불가촉천민(만지기도 싫은 천한 사람)보다도 계급이 낮은 것으로 여겨지며 ‘묻지마 폭행’이나 강간, 강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저는 다른 것보다, 종교나 교육을 통해 죄책감도 학습이 된다는 사실이 더 두려웠습니다. 배우지 않으면, 생명을 죽이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납득이 가시나요? 인간의 무지와 죄성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요.

  3. 봄맞이 음악회 :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며 기쁨으로 준비했던 음악회가 드디어 지난 25일 Sai Auditorium에서 선을 보였습니다. 600명 정도의 인원이 수용 가능한 강당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안은 한국인과, 호기심 어린 눈을 빛내는 인도인들로 금세 메워졌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작한 음악회는 성악 듀엣, 바이올린 독주, 플루트 앙상블, 남성 중창으로 품격을 더 했고 꽃중년의 남자 집사님 세 분께서 「서른 즈음에」를 통기타와 함께 부르시어 아련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청년부는 록밴드로 돌변해 분위기를 돋우었고, 여리여리한 두 모녀의 가야금 연주와 한국에서 온 새빛 맹인 선교회의 사물놀이로 한국 음악의 풍미를 널리 알렸습니다. 마지막 순서였던 합창은 그야말로 화룡점정! 객석에서 무수한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청년밴드부의 코러스와 합창단의 소프라노를 맡아 신나게 달렸지요. 은사가 한 두 개가 아니다보니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은 또 어찌나 많은지 말입니다. (우히히^^) 특히 이 음악회의 수익금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에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해 가정마다 불편함 없이 전기를 쓰도록 하는 데에 쓰여진다고 합니다. 취지가 아름다웠기에 조금 어설프고 부족한 공연이었다 할지라도 그 벅참과 감동은 배가 되는 것이겠지요.

  사실 음악회 당일 보다, 그것을 준비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더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외부의 고난은 내부인들을 더욱 단합케 함이 맞듯이, 음악회라는 하나의 거대한 목표를 향해 청년부 지체들 및 교회 식구들과 함께 뜻과 마음을 모으는 그 과정이 제겐 어떠한 드라마보다 더 감격적이었거든요. 저는 아직도 못 잊을 것 같습니다. 공연장 바깥의 주차장에서 청년들끼리 햄버거를 펼쳐놓고 먹던 그 때, 실없는 농담과 장난으로 서로의 긴장을 누그러뜨려주던 그 때, 코끝을 스치던 향긋한 인도의 바람과 가슴이 알싸해지도록 새파란 하늘을.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 컴컴한 무대 뒤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기도했던, 떨리고 초조했지만 혼자가 아님을,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을 확인했던 그 뭉클했던 순간을요.
  저요, 이 곳을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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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병은 한방치료가 근본이다(3)
60,남쪽유다를 망하게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