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루증
마가복음 5장에는 세가지 예수님의 기적이 담겨져 있다. 첫 부분에서는 예수님께서 거라사의 귀신들린 사람을 치유하신 사건이 나와 있고, 그 다음에는 혈루증 걸린 여자의 치유와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기적이 나타나고 있다.
성경을 모르는 의사들에게 혈루증이 무슨 질환인가 묻는다면 대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모른다는 대답을 할 분과 혈우병을 잘못 발음 한 것이 아닌가... 하고 되묻는 분이 계실 것으로 생각된다. 공동번역에는 하혈증, KJV에는 had an issue of blood twelve years. NASB 에는 hemorrhage for twelve years 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여성 생식기로부터 출혈이 정상적 월경주기를 벗어나 불규칙하게 나타나거나 월경주기를 유지하더라도 그 출혈량이 정상범위를 넘어 과다한 경우는 비정상출혈로 간주한다.
비정상자궁출혈(혈루증)은 전체 부인과 환자의 약 10-15%에서 관찰되며 흔히 대하증(leukorrhea), 골반통(pelvic pain)과 더불어 부인과 영역의 3대증상이라고 일컬어진다. 비정상출혈은 사춘기이전, 사춘기, 가임기 그리고 폐경 전후기 등, 각 연령층에 따라 출혈기전에 차이를 보인다. 사춘기 비정상출혈의 원인은 여러 가지 중 가장 많은 것이 무배란(anovulation)이다. 이 경우 자궁내막이 지나치게 자라므로 출혈이 오랜 기간 다량으로 지속하게 된다. 가임기 연령층에서 흔한 원인은 유산, 자궁외임신, 융모성질환, 자궁근종, 자궁경부폴립, 자궁내막의 폴립, 난소의 양성종양,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융모상피암, 난소암, 자궁내막염, 자궁경부염, 골반염, 질염, 자궁내장치, 백혈병, 혈소판감소증, 본빌레브란트병, 항응고제사용, 생식기 외상, 질내이물, ? 琉??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축(H-P-O axis)의 기능이상 등이 있다.
성경속의 여인은 12년간 병치레를 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사춘기 때부터 병이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2-15세경 초경이 시작되고 그 후 무배란성 기능성출혈이 시작되어 부유한 부모님의 극진한 돌봄 하에 이 병원 저 병원, 용타는 의사들마다 다 찾아가 진료를 받았으나 체력소모, 금전소모만 되었지 병세의 호전은 없었다. 게다가 나이는 점점 들어갔으나 결혼도 못 한 채 가족들과도 떨어져 살아야 했다. 이윽고 병세가 10년이 넘어가면서 빈혈 등의 합병증, 경제적인 궁핍, 영육간의 고통과 시련이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인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 이 때 예수님을 만나게 되는데 나이가 26-29세 정도로 추측되지만, 예수님 앞에서 간증할 당시 이 여인은 얼굴은 창백하고 몸은 비쩍 말라있는 초라한 40대의 모? 응潔珦?것이다.
낙망과 고통 속에 있던 이 여인이 예수님의 소문을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그분과 접촉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레위기 15:25-30에 여자의 생리기간 외에 하혈이 있는 경우 부정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혈루증에 걸렸을 때 환자를 비극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 질환이 비록 유출이 있다고는 하나, 타인에게 병을 옮기는 부정한 것은 결코 아님에도 유대인의 율법에 따라 부정한 자로 낙인찍힌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나병환자처럼 예배에 참석할 수 없었고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떨어져 있어야 했다. 마가 5장 25-34를 읽을 때에는 모든 종교적 사회적 활동이 금지당한 한 여인의 고통을 먼저 생각해야한다. 이 환자는 질환만을 앓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처럼 그 자신은 부정한 여자였기 때문에 누구든지 자기를 만! 지면 안 된다는 율법을 잘 알고 있었다. 무리 속에 섞이는 것도 정당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것저것 생각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 여인은 마지막 희망으로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예수님께 접근한다.
27-28절을 보면 그녀는 무리에 밀고 밀리기를 계속하다가 최종적 결정으로 예수님의 옷이라도 만지기로 하고 실행한다. 물론 옷에 손을 대는 사람들은 많았다(막 6:56).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는 순간 피가 즉시 멎었고, 그녀는 병이 나은 것을 느꼈다. 만약 코피가 흐르다가 그쳤다면 누구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치유가 됐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29-30절처럼 부인과적인 질환에서는 환자의 느낌과 답변이 중요하다. 의사인 누가보다도 오히려 마가가 훌륭하게 상세히 기술한 질환이 바로 이 구절이다.
예수님은 "누가 내 옷을 만졌느냐?" 고 물으신다. 제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옷을 만지는 것을 보아온 터에 느닷없이 걸어가시다가 돌아보시며 말씀하시는 예수님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군중이 이렇게 밀어닥치는 것을 보시면서 누가 만졌느냐고 물으십니까?" 하고 누가복음의 베드로는 반문한다. 예수님은 제자의 물음에 답변도 아니 하시고 주위를 둘러보신다(32절). 그녀는 감사에, 두려움에 몸을 떨며 예수님 앞에 와서 엎드려 사실대로 말한다. 사람 수를 셀 때에도 제외되던 여자가 주님과 단독으로 상담하게 된다. "제 이름은 베레니케(Berenike)라고 합니다.(Gnilka,국제성서주석, 274) 저는 유출(discharge)이 있어 부정한 몸이었는데, 주님의 옷을 만지는 순간 깨끗이 낳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만지면 안되는데..." ! 그러자 예수님은 온화한 어조로 말씀하신다. "딸아 ,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라" 예수님께서는 사랑이 가득한 짧은 정신과적 상담을 통하여 옷을 만짐으로서 이미 회복된 여인을 육뿐이 아닌 영까지 강건케 해 주신 후 곧 다른 딸을 고치신다. 이번에는 죽어있는 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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