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애도, 순수한 의도
순수(純粹)한 애도, 순수(純粹)한 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정치색이 맞았든 맞지 않든, 그를 오래전부터 좋아했든 아니든 한때 그의 국민이었던 사람들은 충격과 슬픔으로 눈물을 머금었다. 나 역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원고 마감이 코앞에 닥쳤음에도, 한글 파일만 열면 눈시울이 붉어져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내일이면 괜찮겠지, 하루가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지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온 소중한 이를 잃은 마음은 쉽게 위로받지 못했다. 사무실에서도 넋을 놓고 있기 십상이었다.
나는 노빠다. 정치적 소견은 차치 하고서라도 ‘인간 노무현’을 제대로 알면 싫어하거나 비난할 이유가 하등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가 걸어온 길, 그의 눈동자에 담긴 단단한 기백과 절개, 부러졌으면 부러졌지 절대 휘어지지는 않는 소신. 그런 것들을 동경하고 사랑했다. ‘대통령 노무현’으로 이룩한 것들은 논해서 무엇 하랴. 시대가 알고 역사가 안다. ‘진짜’는 언제든 밝혀지기 마련이지 않은가. 더러운 오물 때가 묻어 벗겨지는 데에 시간이 걸릴 뿐.
솔직히 나는, 노짱이 서거하시고 나니까 ‘참여정부 때가 좋았다’느니, ‘시대의 영웅이었다’느니 유난 떠는 것도 싫고 이제 와서 재평가 되는 것도 달갑지 않다. ‘죽음’을 통해 그 모든 것이 드러났을 뿐이지 이전부터도 충분히 존경받을만한 분이셨기 때문이다. 노짱이 무너지던 순간까지도 그에 대한 신뢰를 져버린 적이 없기에, 미안하다 죄송하다- 하며 안타까워하는 말들도 밉다. 헌데 이런 시국에 혼자 고고한 척 팔짱 끼고 앉아 삐딱선을 타는 목소리가 있다. 요즘 말로 참 ‘얼척’없고 기가 찬다. 그 말인즉슨, ‘책임감이 없다’, ‘영웅심에 도취 되었다’는, 삼류 영화잡지의 영화 평보다도 못한 한마디들이다. 물론 생각은 자유다. 하지만 예의가 있고 도리가 있고 인지상정이라는 게 있다. 그가 짊어졌을 고통의 무게를, 감히 가늠조차 못하면서 경망스레 혀를 놀리는 것은 보기에 심히 구역하다. 국민이지 않은가. 한 때나마 그를 임금으로 모셨던 백성이지 않은가.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순수하게 애도하는 것이 맞다. 순수하게 슬퍼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조금 비껴가자면, 성경을 공부하는 편협된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강론의 핵심은 파고들지 못한 채, 테두리로 흘린 말을 어떻게든 흠 잡고 책잡아 뿌듯해하는 태도는 초딩스러운 데다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건 뭐랄까. 마치 송강호가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가 없다고 해서 배우로써의 자질 자체에 문제가 있는 양 트집을 잡고 떼를 쓰듯 억지스러운 짓과 진배없다. 마디 하나가 없다고 해서 송강호가 영화배우가 아니지 않듯, 역사적 사실이나 과학적 수치가 어긋난다고 해서 말씀이 진리가 아닌 것은 아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자잘한 것들은 진리를 조금도 훼손하거나 폄하할 만큼의 수준도 못 된다. 다만 우매하고,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자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데 쓰일 뿐이다. 그들이 진짜라고 외치는 진리는, 참 진리의 1/100에도 못 미칠 것이다. 가장 바른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데 왜 그렇게 언저리에서 달리는지 모르겠다. 순수한 의도, 순수한 목적. 그것이 올바르게 성경을 알고 진리를 배우는 주요한 첫 계단이 아닐까 한다.
이번 사건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친구가 물었다. ‘하나님은 정말 있는 걸까? 있다면 왜 이러시는 걸까? 이게 다 그의 선한 뜻이라면 우리는 왜 이토록 받아들이기 고통스러울까?’ 라고. 나는 대답함에 있어 곤란을 겪었다. 노짱의 죽음은 누구보다 가슴 아프지만, ‘하나님이 왜 그렇게 섭리하셨을까’라고는 생각했어도 ‘하나님이 정말 있을까?’ 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 개인적인 슬픔은 수치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하더라도 노짱은 2003~2008년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하여 대한민국 개혁 역사의 한 부분을 맡고, 그의 말처럼 ‘자연의 한 조각’으로 돌아가 5월 23일에 눈을 감도록, 하나님의 예정 안에 있었을 것이다. 뭐, 그렇게 믿어도 사실 크게 위안이 되지는 않지만, 근본적인 믿음은 건재하므로 건강히 해석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아무쪼록 온 진심과 성심을 다해 고인의 명복을 빈다.
“굿바이 마이 캡틴. 당신의 국민이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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