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뭡니까
영화 <킥 애스 2>
스파이더맨, 배트맨, 슈퍼맨, 아이언맨… 바디라인에 타이트하게 달라붙는 쫄쫄이를 입고 도시의 악을 소탕하는 영웅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가장 두드러지는 하나, ‘성인 남자’이다. 이 남자들은 박애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불의를 참지 못한다. 민간인일 때의 현실과 영웅일 때의 현실에의 괴리 때문에 종종 고민하기도 하지만 어여쁜 여자 주인공과의 러브 라인으로 대충 무마하며 또 다음을 기약한다.
<킥 애스2>의 ‘힛 걸’은 여자다. 어린 여자다. 중학교에 다니는, 젖살이 통통한 여자‘애’다. 무기는 기본으로 다루고 각종 무술과 격투기도 섭렵한 짱짱걸. 약자를 괴롭히고, 시민들의 멘탈을 후려치는 악당들에게 통쾌한 굴욕을 선사한다. 머리에 총을 쏘고 손목을 칼로 베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강철 멘탈의 소유자다. 힛걸의 양아버지는 경찰이다. 자신의 딸이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것도 싫고 폭력을 행사해 평화를 선사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는 몇 번이고 딸을 설득, 협박, 회유한다. 힛걸은 마지못해 평범한 중딩으로 살기를 마음먹는다.
힛걸 밑에서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으며 견습생 역할을 했던 데이브는 메뚜기색 쫄쫄이를 입고 본격 힛걸의 대역을 시작한다. SNS를 이용해 악의 소탕에 합류할 사람들을 모으고 본격 평화 사업을 한다. 데이브가 설치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갑부 크리스는, 돈으로 악당들을 사들여 어둠의 조직을 형성한다.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고, 데이브의 동료와 아버지를 죽이고, 그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어울리지도 않는 옷차림과 표정으로 또래들과의 학교생활에 적응하려 애쓰던 힛걸은, 결국 마지막 순간 데이브와 함께 악당들을 해치우는 데 합류한다. 뭐 그러저러해서 승리하게 되는 것까지는 빤한 영웅물의 결말과 모양새가 닮았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조금 더 씁쓸한 뒷맛이 있다.
경찰차 세 대를 박살내고 경찰은 물론 최소 열 명 이상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악당들을 처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처치의 과정이 폭력과 살인이었다는 이유로 힛걸의 목에는 수배령이 걸린다. 결국 뉴욕을 떠나며 데이브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선사하는 그녀. 함께 도움을 주었던 동료들도 도망가거나 경찰의 눈을 피해 떠난다.
영화를 통해 여러 갈래의 생각을 얹어볼 수 있다. 과연 영웅이란 무엇일까. 영웅이 생각하는 정의는 현상적으로 드러난 부당함, 억울함에 대한 보상이 전부일까. 영웅으로서 누군가를 도와주었을 때 괜스레 들어가는 어깨의 힘, 아닌 척 하지만 스멀스멀 가슴을 부풀리는 우월감은 어떤 식으로 타인과 자신에게 작용할까. 누군가를 도와줌으로써 확인하는 자존감은 건강한 것일까. 고마워하는 사람들의 일렁이는 눈망울 없이도 그들은 만족할 수 있을까. 한 시대에, ‘영웅’이라는 만인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그가 어떤 업적을 쌓았을 때 가능할까. 악당이라고 규정된 상대, 그러나 똑같은 팔다리와 체온과 목소리를 가진 ‘사람’에게 총을 겨눌 때 무슨 생각이 들까.
내 주위에는 메시아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은 훈수 두길 좋아하고, 세상의 모든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과 오지랖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자신이 기준이며 옳음과 그름의 잣대가 된다. 누구도 추어주지 않았는데 스스로를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영웅은,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늘 승리하는 자라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은 그만한 능력과 재능을 가졌다는 뜻일 뿐, 그것으로 영웅이라 칭하는 건 어딘가 억울한 기분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지 않은가. 진짜 영웅은 매일의 싸움에 맞서는 자들. 자신을 능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나를 뛰어넘는다는 건, 극기에 가깝다. 고도의 성실함과 끈기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신앙이다. 그리스도교 최대의 전도자이자 최대의 신학자인 동시에 오늘날 기독교의 사상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바울. 갖은 박해와 시련 속에서도 그가 의지를 꺾지 않고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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