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부터 자유
교회법은 교회와 성도들을 위한 명분으로 제정된 것임을 천명하지만, 성도를 제도와 규범으로 억압하고, 제왕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악법이다. 교회는 정당한 명분이 있더라도 법을 제정해서 법적인 장치로 교회를 치리해서는 안 되며, 권위나 조직으로 성도를 규제하거나 제도화해서도 안 된다. 교회는 자유정신을 기본으로 한 자율성을 원천으로 한다. 그리스도께서 허락하신 자유를 탈취하거나 억압한다는 것은 복음에 대한 모독이다. 이에 대해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며 성도들의 특권인 자유의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첫째, 교회는 종교적인 관습에 의한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다.
종교적인 관습에 의한 규범에 얽매여 생활한다는 것은 율법을 규범화해서 지키는 것을 뜻한다. 성도는 율법의 저주와 억압으로부터 해방 받은 진정한 자유인이다. 바울은 “이제는 우리가 얽매였던 것에 대하여 죽었으므로 율법에서 벗어났으니”(롬 7:6)라는 말로써 자유의 의미를 규명한다. 성도의 자유는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완성된 것이기 때문에 탈취하거나 유린해서는 안 된다. 교황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개혁주의자들 역시 성도들을 율법의 규범으로 자유를 억압하면 안 된다. 이에 대해 바울은 “무릇 율법 행위에 속한 자들은 저주 아래에 있나니 기록된 바 누구든지 율법 책에 기록된 대로 모든 일을 항상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저주 아래에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갈 3:10)라는 엄중한 경고를 한다. 바울의 말은 율법을 지키라고 명령하거나, 성도생활의 의무인줄 알고 지키려 한다면 율법 전체를 지켜야 하며 범법할 시는 저주가 임한다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자유인인 성도는 율법의 계율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의 법을 따르는 것이다. 사랑의 법 역시 지켜야하는 당위에 의한 의무가 아니라 사랑의 발로에서 지켜지게 되는 믿음의 행위이다. 믿음의 행위란 믿는 만큼 행동해야 된다는 이분법적 의무조항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닫고 감동하는 만큼 사랑하게 되어지는 유기적인 이치를 뜻한다.
둘째, 교회는 종교적인 형식에 의한 의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교회의 자유는 인위적으로 조작되거나 규격화된 허례허식과 종교적인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기독교는 의식의 타파로부터 출발했다. 예수께서는 유대교적 의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예배의 원형을 제시했다. 자유로운 예배는 예루살렘 성전이란 공간에 예속되지 않고 장소를 초월한 것이며(요 4:20~21), 성전에 좌정하신 신(神)관념을 벗어난 영원한 신(神)의식을 뜻하고(행 17:24), 규격화된 절차와 규례를 타파한 뜻 분별 중심의 합리적인 체계이다. 기독교는 정형화된 예배의식에 매이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어떠한 의식도 제시한 바 없다. 회당이든 성전이든 들판이든 어디든 상관없이 사람들이 모이면 말씀을 강론했다. 정해진 예배의식이나 절차도 없었으며, 자유롭게 강론하고, 기도하고, 찬송했다. 이에 비교한다면 현금의 예배의식은 절차와 형식에 문제가 있다. 이러한 경향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미사형식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다. 초대교회는 장소나 절차가 중요하지 않았고, 예배 때마다 헌금순서도 없었으며, 주교나 목사가 가운을 입은 사례도 전무하고, 화려한 성가대의 찬양도 없었으며, 축도가 목사의 전유물도 아니었다. 자유는 고착화된 종교적인 의식과 제도 그리고 형식을 초월한 신령적인 예배의 실제로서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다.
셋째, 교회는 종교적인 체제에 의한 법도에 얽매이지 않는다.
기독교는 체제화 된 법도에 종교행위를 집행하거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전통적으로 유전된 규격화된 종교적 체제에서 자유롭다는 뜻이다. 바리새인들이 예수께 손을 씻는 유전을 어기고 음식 먹는 것에 대해서 제자들을 비난한 사례가 있었다(마 15:1~9). 이에 대해 예수께서 “너희는 이르되 누구든지 아버지에게나 어머니에게 말하기를 내가 드려 유익하게 할 것이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하기만 하면 그 부모를 공경할 것이 없다 하여 너희의 전통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는도다”(마 15:5~6)라는 말씀으로 논박하셨다. 이는 예수께서 율법의 계명보다 전통적으로 전승된 장로들의 유전을 더 중시하는 바리새인들을 향해서 문책하는 말이다. 즉, 바리새인들이 부모님께 드려야 할 물질을 하나님께 드렸기 때문에 부모님께는 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전통 중시사상을 논박한 것이다. 또한 바울은 전통적인 법도에 매여 있는 자들을 향해서 “너희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키니 내가 너희를 위하여 수고한 것이 헛될까 두려워하노라”(갈 4:10~11)는 논조로 책망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독교는 종교적인 전통의 체제나 법도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그리고 형식으로부터 초월한 진정한 자유의 종교이다. 그리스도 오시기 이전의 유대교는 규례와 전통적인 권위에 예속되었다면, 신령과 진정의 예배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형식과 제도를 초월해서 드리는 자유로운 종교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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