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인간이 하는 진단이 항상 옳은 것인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어떤 학교를 가더라도 ADHD로 진단받은 아이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초등학교의 경우 약 480만 명 중에 26만 명 정도가 해당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최근 10여 년 사이에 3~4배나 폭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갑작스럽게 ADHD 진단이 늘어나는 것은 진단기준이 완화되었을 수도 있고, 평가도구의 신뢰성 문제일 수도 있다. 혹은 실제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도 있다.
문제는 피부에 일어나는 원인을 찾기 힘든 질병 대부분을 아토피라는 이름으로 진단 내리듯, 아이의 행동에서 주의력과 행동에 관련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 대부분을 ADHD라는 이름으로 진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어린이의 경우 ADHD 환자의 약 80%가 남아이지만 성인 ADHD 환자의 비율은 남녀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남아들의 주의가 산만하고 얌전하지 못한 행동이 의학적 문제 때문이기 보다는 남아라는 성향의 특성에 관한 문제가 아닐까? 남아들은 보통 여아들보다 거칠고 활동적이다. 이른바 ‘사고치는’ 여아보다는 ‘사고치는’ 남아가 많은 현실을 생각한다면 쉽게 얻을 수 있는 결론이다.
2년 전에 연구차 지방의 소규모 학교를 2개월간 참관한 적이 있다. 그 학교에는 ADHD로 진단받은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의  특별한 행동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첫째는 교사의 가르침에 관심이 없는 대신 레고조립이나 종이접기와 같은 집중력을 요하는 행동을 좋아한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친구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종이접기 작품을 선물로 주는 것을 즐겨 했던 것이다. ADHD의 AD는 ‘주의력 결핍’의 의미를 가짐에도 그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아이들과의 관계성 유지를 위해 선물이라는 매개물을 고려할 줄 아는 사회적인 아이였다. 점심시간이나 방과후 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 또한 자연스러웠다. 그 아이가 부정적으로 행동을 하고 학습에 대한 흥미도 및 성취도가 현저히 낮아 ADHD로 진단받았는데 그 부정적 행동의 원인이 병적인 것이었는지 아니면 가정의 해체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었는지 또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인지 총체적 확인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어쨌든 아이는 ADHD로 진단을 받았고 그에 따라 약물처방을 받아 복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은 아이를 약을 먹는 환자이며 자신들과 다른 특수아라고 인지하고 있었다. 이른바 낙인효과다. 스스로를 환자로 간주하는 그 아이의 말과 표정에서 사회적인 폭력을 떠올리는 것은 과잉접근법일까? 혹자는 그 아이가 그나마 생활이 가능한 것은 약물의 효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선호하는 작업에 놀라운 집중력, 친구들과의 활발한 사교성은 일반적인 ADHD 약물효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가 만난 그 아이의 진단과정이 의심스럽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ADHD 현상이 불안하다. 요즘 부모들은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행여 ADHD가 아닐까 의심부터 한다. 솔직히 학교에서도 많이 산만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거나 폭력적인 아이들을 보면, 검사나 상담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병원을 먼저 찾기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울타리인 가정에서 끌어안아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때 상담과 치료라는 차선책을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ADHD로 진단받는 아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상담이 아니라 시간일지도 모른다. 타인과 눈을 맞추며 대화 나누는 연습을 할 시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나의 일을 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 등 ……. 인간이 하는 진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설령, 심각한 상황일지라도 부모의 사랑과 관심은 아이를 건강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