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작성일 : 13-07-07 17:03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소고


뉴라이트 계열에서 만든 역사교과서가 국가 검정 본심사를 통과한 것에 대해 논란이다. 일반적으로 본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8월 30일 최종 선정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의미다. 교육부 지침에 맞게 내용을 약간 수정하면 끝이다. 최종 심사 통과까지는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담당자 외에 교과서 실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뉴라이트라는 이념적, 정치적 속성과 그들이 과거에 편찬했던 역사교과서의 내용 탓이다. 즉, 안중근을 비롯한 무장독립투쟁을 ‘테러’라고 명명하거나 위안부, 명성황후 등에 대해 격하시키는 표현에서부터 박정희로 상징되는 산업화세력에 대한 과감한 애정표현 등이다. 이와 같은 시각임에도 교육부 검정을 통과했다는 것은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기존의 주장이 많이 순화되었거나 추상적인 표현으로 대체되었을 수도 있으며 산업화 세력이나 민주화세력에 대한 공과론 등으로 절충하여 기존의 민족주의적 사관을 흐렸을 것이다. 또한 역사적 사건과 내용의 양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교과서 편찬의 숨은 뜻을 충분히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뉴라이트 교과서의 편찬은 상대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그들의 논리는 다원적인 사회에서 특정 이념에 기반한 역사적 해석도 있어야 하지만 그와 반대의 사관을 가진 역사책도 있어야 한다는 것일 게다. 이 말은 현 시대의 조류에 비추어 틀리지 않다. 혹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의 원리가 과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 영역에 침투하여 상대주의라는 철학적 괴물을 만들었고, 여기에서 자유로운 현대인은 없다고 단언한다. 뉴라이트 교과서의 탄생도 이러한 철학에 기반한 교과서 정책의 산물인 것이다. 즉, ‘절대’라는 가치를 상실한 상대주의 시대에 자기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인생들의 사회적 현상의 반영이다. 다만, 상대적인 시각을 가진 국민들이 상대적인 역사교과서를 막는 모순이 발생하는 까닭은 단일성과 민족주의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역사를 바라봤던 국민들의 해석 기반을 흔들어 놓아 자신의 정체성 혼돈을 초래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완성해가는 수단이며 도구다. 과거에는 절대적인 의미를 가졌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런 까닭에 국가의 정체성과 교육과정의 근본 철학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내용의 서술과 다양한 관점의 교과서가 가능하다.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교과서 정책이 바뀐 까닭이다. 하지만 교과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해석하고 가르치는 교사다. 뉴라이트 교과서가 산업화 세력에 대한 분량을 늘리고 민주화 세력에 대한 분량을 축소하였을지라도 가르치는 양을 조절하는 것은 교사의 재량권에 속한다. 결국 교과서 논쟁은 피상적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 설 수 없듯이 교육부의 편성지침을 따라서 제작된 뉴라이트 교과서라 할지라도 개별 교사의 연간 교육과정에 녹아들어가 새롭게 편찬되게 되어 있다. 민족 정체성을 강조한 현 역사교과서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관을 가진 교사는 자기만의 교육과정 가운데로 학생들을 모아갈 것이며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경험적으로 보아도 교과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역할 아닌가. 그래서 교과서 논쟁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보도내용이 갑론을박으로 치달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본능적 ‘불편함’이다. 이는 교사를 수동적으로 바라보거나 교육개혁의 주체보다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오래된 시선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빌립이 달려가서 …… 말하되 읽는 것을 깨닫느냐 대답하되 지도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어찌 깨달을 수 있느냐 …… 빌립이 입을 열어 이 글에서 시작하여 예수를 가르쳐 복음을 전하니 …… 빌립이 세례를 주고 (사도행전 8장 30∼3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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