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자유학기제를 아시나요?
중학생이 된 지현이(가명)는 2학년이 되는 내년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음악과 춤이 좋아 ‘뮤직뱅크’를 틀어놓고 동작을 따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영·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성적도 신통치 않고 자신의 흥미와도 맞지 않아 흥이 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신천지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격려하며 유명 안무가를 초빙하여 체계적인 교육도 제공한다. 지현이는 자신의 끼를 맘껏 발산할 수 있을 것이고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댄스대회에도 참여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지루한 학교는 가고 싶은 학교로 바뀔 것이며 사회에서도 공교육이 개개인 맞춤형으로 전환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교육부가 5월에 발표한 자유학기제가 정착되었을 때를 상정한 필자의 가상이다. 교육부는 적성에 맞는 자기 계발 및 인성 함양, 만족도 높은 학교생활, 공교육 신뢰 회복 및 정상화라는 기치 아래 자유학기제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수업 운영을 학생 참여형으로 개선하고 진로 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이다.
자유학기제는 올해 9월부터 연구학교를 선정하여 운영하고 2016년 전국 모든 중학교를 대상으로 전면 실시할 계획이다. 사실, 자유학기제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리 실정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아일랜드의 그것은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1년을 추가로 학교에 다니는 제도로서 학제 개편의 성격이 강한 반면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는 3년의 중학기간 중 한 학기를 선택하여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제도이다. 이는 학제라는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도 ‘창조’교육의 취지는 살려야만 되는 현 정부의 고육지책이다. 그럼에도 지현이의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유학기제가 제도적 및 사회문화적으로 반드시 정착되어야 한다.
문제는 현실의 벽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첫째, 정책의 추진이 탑다운(top-down) 방식이다. 문민정부 시절 전국에 광풍을 몰고 왔던 열린교육은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교사의 열정과 자발성이 중시되어야 함에도 관 주도로 이루어진 방식은 모양만 열렸을 뿐 내용은 닫혀버렸다. 열린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실과 교실을 연결하는 벽을 허물었다가 몇 년 후 재건축하는 학교가 속출했다. 같은 이유로 아일랜드 국립대 교수인 제퍼스는 “자유학기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별학교 차원에서 각 교사들이 자유학기제의 교육적 가치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관건이며 그 필요성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동의와 확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학벌이라는 연고주의의 견고함이다. 과거보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서열로 상징되는 학벌주의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획일화시켰다. 학벌이라는 탑을 쌓기 위해서는 국·영·수 위주의 주지교과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독서라는 간접경험, 체험위주의 학습은 사치로 취급되며 자유학기제에서 중점을 두는 진로탐색은 대입 이후의 일이다. 따라서 한 학기에 국한된 제도는 모양만 남아있되, 내용은 없는 형식주의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우리나라는 교육을 정치적·이념적으로 재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방과 후 학교’를 마지못해 계승하긴 했지만 지원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던 것은 자존심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여, 자유학기제 전면시행 2년 후 들어설 새 정부의 성향에 따라 제도는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학기제는 교육적으로 시도해 봄직하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됐던 것은 학생들의 발달을 직접 목격한 학부모들이 늘면서 구성원 다수가 그 가치를 신뢰하게 되면서부터다. 빗대어,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자녀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본다면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를 넘어 자유학년제 및 그 이상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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