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여성의 지위
여성에 대한 안수의 정당성
2. 초대교회에 증거된 여성의 활약상
예수님 당시만 해도 랍비에 대한 법령의 강화로 인해 여성들의 활동입지는 더욱 좁혀져 있었다. 특히 여자는 모든 일에서 남자보다 열등하다는 의식이 보편적이었으며, 성전 예배에 있어서도 뜰을 분리하여 여성은 뜰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도록 제한했었다. 회당 예배 역시 남녀의 자리가 구분되어 있었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도 예수 주변에는 공적 지위는 없었지만 종교적 리더십을 발휘한 여성들이 있었다.
여성 선지자 안나는 성전에서 잘 알려진 인물로서 예루살렘의 구속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탄생을 소개한 바 있다(눅2:36~38). 그리고 예수 주변의 그룹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자들을 광범위하게 살펴보면 열두 제자인 남성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예수께서 제자에 대한 표현을 하실 때 “나의 형제와 자매와 모친”이라는 문구로 집단 구성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마 12:48~50, 막 3:33~35). ‘자매’에 대한 서술은 누가복음 8장 1~3절에서 자세히 거명되고 있는데, 마리아와 요안나 그리고 수산나와 다른 여러 여자를 함께 거론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여성들이 단순한 여행 동반자로서가 아닌 예수의 복음전파 사역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남성만이 아니라 리더십을 갖춘 여성들을 동반한 예수의 그룹들은 당시 사회적 통념에서 보더라도 다분히 진보적인 것이다.
예수의 여성관을 보면 여성이 남성의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며, 여성의 주체적인 역할과 함께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하며 진정한 인격체로 바라보았음을 알 수 있다. 예수의 이런 여성관에도 불구하고 열 두 제자를 남성들로만 구성한 것은 놀라운 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이에 관해서는 쉽게 정리할 수 있다. 그것은 당시 남성 위주의 문화적 배경으로 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뿐 어떤 신학적 의미를 두고 결정한 사항은 아니다. 문화적 배경은 시대의 사상에 영향을 미치고 당대의 관습과 도덕적 기준이 되기도 한다. 특히 거의 이천년 가까이 계승되어왔던 가부장(家父長) 제도는 남성과 여성의 주종관계에서 오는 위치를 제도적으로 명문화하게 만들었고, 이미 사회전반에서 자연스럽게 시대의 문화로 고착화된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부장 제도권 하에서 여성을 지도자로 활용한다는 것은 여성평등사상을 주창하는 예수에게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예수는 이미 뿌리내린 가부장적 문화를 정면으로 반박하여 문제를 일으키기보다는 복음사역에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여성들을 공적인 제자로 등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남성들로만 구성된 12제자의 문제는 역사적인 한시적 장치일 뿐이지 이것이 현대교회에서까지 정당화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시에 예수는 12제자만 데리고 복음사역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집단을 성별에 구분 없이 광범위하게 구성하였으며 거기에 여성들의 두드러진 역할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예수께서 사역의 절정에서 죽음을 당할 때 열 두 제자들은 모두가 도망갔으나 죽음의 현장을 끝까지 지킨 것은 여성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의 부활을 처음 목격함으로서 여성을 법적인 증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당시의 사회에서 남성 제자들에게 주님의 부활을 증언하도록 부탁받았다는 것은 여성에 대한 유대인의 편견을 전환시킨 계기가 되었고, 여성의 지도자 역할을 배제했던 당시의 관습을 역전시켜 놓았다.
초대교회의 상황 역시 남성 지배적 영향권에 있었으나 예수께서 파생시킨 남녀평등사상이 점차 성숙하고 있었다. 사도행전에서 나타난 현상들을 보면 예수의 부활승천이후 남성과 여성들이 공동 집단을 이루어 공히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성 회심(回心) 자들의 사회적인 높은 지위를 강조하기도 하고(행 17:4,12), 집단을 위한 건물과 편의를 제공한 여성들의 두드러진 활약상을 소개한다. 여성도(女聖徒) 다비다는 선행과 구제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으며, 빌립보 교회를 위해 헌신한 구라파 최초의 여자성도이자 성공적인 사업가인 루디아는 빌립보 교회의 지도적 인물로 등장한다(빌 4:2~3). 브리스길라는 사도행전에서 가장 부각된 여성으로서 남편 아굴라와 함께 바울의 복음사역에 전적으로 협력했으며, 바울이 에베소를 떠났을 때도 그들은 고린도에 남아서 유명한 아볼로를 데려다가 복음을 가르쳤다(행 18:26). 이 일은 일개 유대여성이 학문에 능하고 성경에 박식한 아볼로에게 선도적으로 복음을 가르친 것으로 당시 문화적 배경에서 볼 때 가히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당시 바울도 브리스길라의 활동을 전적으로 승인하였고 적극적으로 지지함으로서 여성의 리더십을 공적으로 인정한 사례가 되었다. 그래서 남편의 이름보다 여성인 브리스길라의 이름을 전면에 세우기도 했다.
바울은 갈라디아서 3장 28절에서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자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라고 말한다. 이 말은 그리스도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누구든지 종족간의 인종차별과 사회계층간의 신분차이 그리고 성적(性的)차등에서 벗어나 평등 됨을 선언하는 것이다. 특히 문장의 후반부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라는 문구에서 명백히 확인된다. 남자나 여자는 남성(male)과 여성(female)으로 표기된 것이며, ‘없이’는 ‘존재한다’라는 의미로서 직역하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남성과 여성은 차별 없이 평등하게 하나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며 하나님 나라에는 종족간의 차등이나 신분과 계층 그리고 남성과 여성간의 차별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구약시대의 후기 이스라엘은 극단적인 남성위주의 주도적인 사회였지만, 종속적인 위치에 있던 여성을 선지자와 지도자로 세운 역사적 사실이 있었다. 신약의 예수는 남녀평등을 공적(公的)화 시켰고, 초대교회 여성들의 초기 기독교 전파와 교회설립에 왕성한 활동과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점을 확인하면서 역사적 궤도를 추적해 보았다. 이상의 사례를 통해서 성차별의 해체 근거가 그리스도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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