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는 단위학교별로 20% 내에서 교육과정의 교과수업시수를 증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영어 과목을 증배하여 운영하였다면 다른 과목 수업 시수를 감소시켜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러한 정책의 취지는 학교, 지역, 학생들의 특성이 일률적이지 않다는 전제 하에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대다수의 학교에서 국•영•수 위주의 교과를 증배하되 기타 과목의 감소는 없었다. 교사에게는 수업 부담을, 세계 최고의 학습량을 자랑하는 학생들에게는 학습 부담을 덤으로 안겨주었다.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국 단위 평가였고 학교별, 교육청별 서열까지 표시되었다. 평가의 취지는 성취도가 낮은 학교를 선정하여 인턴교사를 지원하고 기본 학습의 낙오자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교육과정의 파행을 초래했다. 실례를 들어보자.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모 교육장은 “지금까지 창의력과 사고력을 높인다고 했던 독서•논술 수업이 다 쓸모없게 됐다. 우리도 이제부터 성적 올리는 수업만 하자”고 독려하였고 이후 이 지역에는 강제 야간 자율학습과 시험 대비 집중 문제풀이 등이 확산됐다. 필자의 경우에도 야간자율학습을 거부하는 바람에 관리자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혀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문제풀이식 교육에는 동참한 경험이 있다. 일반고의 위기의 시작은 특목고와 자사고, 자율고 등의 확대에 기인한다. 특목고로 대표되는 과학고와 외국어고는 비교적 역사가 긴 편에 속하지만 자사고 자율고 등은 수월성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근래에 그 수가 많아졌다. 원래 자사고나 자율고 등은 각 학교가 가지고 있는 건학이념이나 다양한 교육의 목적을 위해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맞춤형 정책으로 추진되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언론에서 대서특필한 바와 같이 일반고는 학습에 열정이 없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면학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이는 특목고와 같은 학교에서 상위권의 신입생을 우선 선발한 후 나머지 학생들을 모집해야 했던 일반고의 후기고화(後期高化)에 기인한다. 따라서 일반고는 수직적 서열화의 희생양이 되었고, 교육과정의 안정적 운영을 기하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데에만 열정과 에너지, 시간을 투자해도 오늘날 교육문제는 상당히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교원행정업무로 인해 기본적인 시간마저 할애할 수 없을 정도다. 교사들이 모여서 아이들 교육에 대해 논의하거나 학생을 지도하는 좋은 방법을 이야기하고 격려하며 협력해야 하는데 꿈같은 이야기다. 필자의 경우 1학기 동안 접수하고 기안한 공문이 500개가 넘었다. 매일 행정업무의 폭주 속에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거의 없다. 이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행정실무사 제도다. 즉,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고 나머지 행정업무는 행정실무사가 하도록 함으로써 뒤틀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 한 해 5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변한 것이 거의 없다.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공문 발송절차에서 실무사를 거쳐야 하니 업무라인이 하나 더 추가되고 번거롭게 되었다. 한마디로 교육의 안정화는 요원하며 해결책은 쉽지 않다. 피상적으로는 경쟁과 서열화라는 비교육적 현상을 불편해하지 않는 사회분위기 탓이고 정책 입안자들이 현장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 없이 새로운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자칭 지혜로운 자들의 호기(豪氣)지만 교육문제는 인생들의 뜻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상처만 늘고 곪아간다. 사람의 지혜가 하나님에게는 어리석은 바가 된다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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