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숲을 걸어서
서쪽으로 기울던 햇살이 레아의 무릎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레아가 햇살을 만지작거리며 연신 싸리문 쪽을 바라봅니다. 오늘 밤 남편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남편인 그 분, 가슴이 시리도록 그리운 사람입니다. 아들이 싸리문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에 무언가를 꼭 쥐어주고는 훌쩍 뒤 곁으로 사라집니다. 레아의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
라헬이 레아에게 합환채 있는 거 다 안다며 조릅니다. 남편 사랑은 받지만 자식 하나가 없는 그녀는 목이 마릅니다. 그녀는 어이없는 방법을 써서라도 아들을 갖고 싶어 합니다.
레아가 몸을 꼬며 말합니다. “그이 보내 줄 거지?” 라헬이 고개를 끄덕이자 줄듯 말듯 애를 태우던 레아가 합환채를 라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날 밤 레아는 남편의 품 안에서 깊은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라헬에게 돌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레아에게 야박한 게 아니냐는 책망을 들을 때마다 야곱은 억울합니다. 레아와 결혼한 건 자기의지와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라헬을 처음 본 순간 어찌나 예쁜지 그만 한 눈에 반했습니다. 소심한 자신에게 어찌 그런 용기가 있었는지 라헬과 결혼시켜 주면 칠년동안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식 다음 날 일어났습니다. 처남들이 어찌나 술을 먹이는지 야곱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는데 깨어 보니 동침한 여인은 라헬이 아닌 레아였던 겁니다. 차서대로 결혼하는 게 자기들 풍습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외삼촌이 미웠지만 그래도 사나이가 오기가 있지 야곱은 다시 칠년 무보수 노동계약을 맺고 라헬과 결혼하고 만 것입니다.
레아는 안목이 우둔하고 지혜가 미숙합니다. 아버지의 지혜로 겨우 결혼은 했으나 남편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먼발치에서 남편을 바라볼 때마다 심장 오그라드는 슬픔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쩌다 합방을 하면 순풍순풍 아들을 낳았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레아가 회복할 수 없는 깊은 병이 들었습니다. 죽음이 곧 당도했을 때 그녀는 이슬 맺힌 눈으로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많이 사랑했어요.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레아를 바라보는 야곱에게 회한이 밀려 왔습니다. ‘미안합니다. 사실은 나도 당신을 많이 사랑합니다’ 그리고 레아는 눈부신 미소를 머금은 채 하늘 길에 올랐습니다. 남편은 조강지처의 예를 다하여 레아를 선산에 정성껏 장사했습니다.
그날 밤 레아는 선영에서 사라와 리브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아가야, 너는 몰랐지? 네가 얼마나 복이 많은 여인이라는 걸 말이다”
“네에? 복이 많다니요. 저는 미숙하고 모자란 여자가 아닌가요?”
“네 복중에 이스라엘 왕가의 열왕이 있으니 복의 여인이구 말구?”
“교만하지 않게 하려고 널 조금 모자라게 만드셨다는 구나 글쎄…호호호”
세상에서 멸시받고 외로웠던 레아, 알고 보니 장차 하나님의 나라 열왕들의 조상 할머니였다는 것입니다.
나는 사람의 가진 것을 보고 그 사람의 품격을 판단합니다.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이들을 아프게 했나 봅니다. 나로 인해 울고 있나요? 미안 합니다. 울지 마세요. 나로 인해 밤잠을 설치나요? 주무세요. 평강의 왕께서 당신을 다스립니다.
오늘도 나는 겉 사람보다 속사람을 볼 수 있는 지혜를 구합니다. 그리고 덕 있는 자로 살아가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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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惠 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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