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Hymn)와 복음가(Gospel Song)의 차이
성경책 첫 장을 펴면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이 실려 있다. 그리고 맨 뒷장에는 십계명이 실려 있다. 찬송가를 펼쳐 보아도 마찬가지로 주기도문, 사도신경 그리고 십계명이 실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내가 처음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사도신경도 성경의 일부분으로 착각하였다.
교회에 갈 때 성경이나 찬송가를 들고 다니기가 번거로워 성경·찬송가 합본으로 된 책 한 권을 들고 다니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성경과 찬송가가 한 권으로 되어 있으므로 찬송가를 성경과 동일하게 절대적 권위가 있는 책으로 생각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찬송가는 개신교 여러 교파의 담당자들이 선정 과정에서 각 교파마다 서로 각자 즐겨 부르는 곡들을 나누어 편집하였으므로 교리적으로 부르기 거북한 가사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그러므로 회중이 함께 부를 찬송가 곡을 선정할 때는 아무리 멜로디가 좋고 화음이 어울려도 가사 내용이 성경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곡은 선정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찬송가집에 실린 곡들을 살펴보면 찬송가(Hymn)와 복음가(Gospel Song)가 섞여 있다.
찬송가에 대하여 초기 기독교의 지도자인 어거스틴(Augustine, 354~430)은 시편 제148편을 강해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찬송가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이다. 만일 당신이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노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찬송가가 아니다. 또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으면서 노래만 한다면 그것도 결코 찬송가가 아니다. 따라서 찬송가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하는데 곧 노래하는 것, 찬양하는 것, 그리고 하나님 자신이다. 즉, 찬송가란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인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찬양’, ‘노래’, ‘하나님께 드려짐’을 가리켜 흔히 ‘찬송의 3요소’라고 일컫고 있다.
우선 통일찬송가 343장(새 544장)의 가사를 살펴보자. 이 곡은 부흥회 등에서 많이 부르고 있다.
‘울어도 못하네. 눈물 많이 흘려도 겁을 없게 못하고 죄를 씻지 못하니 울어도 못하네.
힘써도 못하네. 말과 뜻과 행실이 깨끗하고 착해도 다시 나게 못하니 힘써도 못하네.
참아도 못하네. 할 수 없는 죄인이 흉한 죄에 빠져서 어찌 아니 죽을까 참아도 못하네.
믿으면 하겠네. 주 예수만 믿어서 그 은혜를 힘입고 오직 주께 나가면 영원 삶을 얻네.
(후렴) 십자가에 달려서 예수 고난 보셨네. 나를 구원하실 이 예수밖에 없네.’
위의 가사 중에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거나 영광을 돌린다고 하는 찬양의 내용이 없다. 따라서 이 곡은 찬송가가 아니고 복음가라고 한다.
이번에는 통일찬송가 9장(새 8장)의 가사를 살펴보자.
‘거룩 거룩 거룩 전능하신 주여 이른 아침 우리 주를 찬송합니다.
거룩 거룩 거룩 자비하신 주여 성삼위 일체 우리 주로다.
거룩 거룩 거룩 주의 보좌 앞에 모든 성도 면류관을 벗어드리네.
천군 천사 모두 주께 굴복하니 영원히 위에 계신 주로다.
거룩 거룩 거룩 주의 빛난 영광 모든 죄인 눈 어두워 보지 못하네.
거룩하신 이가 주님밖에 뉘뇨? 온전히 전능하신 주로다.
거룩 거룩 거룩 전능하신 주여 천지 만물 모두 주를 찬송합니다.
거룩 거룩 거룩 전능하신 주여 성삼위 일체 우리 주로다.’
위의 가사는 ‘찬송’, ‘경배’, ‘감사’, ‘찬양’, ‘영광’, ‘존귀’ 같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드리는 찬송의 경우에는 복음가가 아니라 찬송가를 불러야 한다.
이 찬송가 악보 오른쪽 위에는 곡명 ‘NICA-EA’라는 표기가 있다. 현재 터키 북부의 ‘이즈니크’의 옛 도시 이름인데, 그곳에서 열렸던 니케아 공의회(1차 325년, 2차 787년)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니케아신조’를 채택한 이 공의회에서는 삼위일체이신 그리스도의 신성을 거부하는 아리우스파를 이단으로 규정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만 보고서도 이 찬송은 하나님께 드리는 찬송임을 알 수 있다.
이 찬송은 멜로디가 ‘도도 미미 솔솔’(그림1 참조)로 음이 높아져 마치 높으신 하나님께 한 걸음씩 올라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넷째 단 첫 소절(그림2 참조)을 보면 우리말 가사에서 ‘성삼위 일체’의 ‘성’자가 제일 높은 음인데 영어 가사로는 ‘God in three Persons’에서 ‘God(하나님)’의 보좌 앞에 이른 것을 연상케 한다.
가사의 첫 부분은 요한계시록 4장 8절의 말씀인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여…(Holy, holy, holy, Lord God Almighty)’라는 구절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영문 찬송가 가사는 4째, 8째, 10째, 12째, 16째 마디가 모두 끝 발음이 ‘Holy’, ‘Almighty’, ‘Thee’, ‘see’, ‘sea’ 등으로 모두 ‘이(i)’ 모음으로 끝난다. 이런 영어 가사의 시적인 표현까지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는 것은 힘든 일이다.
위에서 설명한 두 가지 형식을 정리하면, 복음가(Gospel Song)는 찬송가와는 달리 예수님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예수님께로 돌아오기를 설득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십자가, 피, 용서, 부르심, 영접, 회개, 사죄, 구원 등이 주된 내용으로 복음적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복음가는 전도를 목적으로 부르는 곡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너무 세속화된 곡들이 복음가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교회 내에서 사용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찬송가(Hymn)는 찬송, 경배, 감사, 찬양, 영광, 존귀 등이 주된 내용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찬송 곡을 선정할 경우에는 각각 용도에 맞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할렐루야 하늘에서 여호와를 찬양하며 높은 데서 찬양할지어다. 그의 모든 사자여 찬양하며 모든 군대여 찬양할지어다. 해와 달아 찬양하며 광명한 별들아 찬양할지어다. 하늘의 하늘도 찬양하며 하늘 위에 있는 물들도 찬양할지어다. 그것들이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할 것은 저가 명하시매 지음을 받았음이로다”
(시 148:1~5)
참고문헌 나진규 저,『찬송가학』, (가온음,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