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향을 향하네」를 들으며
부활절(금년은 4월 4일)을 앞두고 2회에 걸쳐 故 김두완 장로(1926~2008년, 평남 용강 출생)의 곡에 대하여 글을 쓰려 한다.
이번 호에 쓰려는 글은 김두완 작곡, 김희보 작사의 칸타타 「순교자」의 총 6곡(본향을 향하네, 영광, 둘째 인을 떼실 때, 죽도록 충성하라, 아버지의 품에서 쉬라,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 중 첫째 곡인 「본향을 향하네」라는 곡이다. 그는 이 칸타타가 북한의 교회에서 순교한 성직자를 생각하며 작곡한 것이라고 하였으나, 그의 부친 故 김치근 목사가 북한에서 순교하였으므로 그의 부친을 생각하며 작곡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본향을 향하네’의 가사는 아래와 같다.
“이 세상 나그네 길을 지나는 순례자
인생의 거친 들에서 하룻밤 머물 때
인생의 거친 들에서 하룻밤 머물 때
환난의 궂은 비바람 환난의 궂은 비바람
환난의 궂은 비바람 모질게 모질게 불어도
천국의 순례자 본향을 향하네
천국의 순례자 본향을 향하네.
이 세상 지나는 이 세상 지나는 동안
이 세상 지나는 이 세상 지나는 동안
괴로움이 심하나 괴로움이 심하나
그 괴롬 인하여 천국이 보이고
이 세상 지나는 이 세상 지나는 동안
이 세상 지나는 이 세상 지나는 동안
괴로움이 심하나 괴로움이 심히 심하나
기쁜 찬송 주 예수님 은혜로 이끄시네.
생명 강 맑은 물가에 백화가 피고
흰옷을 입은 천사 흰옷을 입은 천사
찬송가 부르실 때 찬송가 부르실 때
영광스런 면류관을 받아 쓰겠네.
이 세상 나그네 길을 지나는 순례자
인생의 거친 들에서 하룻밤 머물고
천국의 순례자 본향을 향하여 본향을 향하네.”
이 곡을 들을 때에는 칸타타 「순교자」의 첫째 곡이라는 것을 생각하여야 한다. 이 곡은 라단조의 곡이며, 피아노 반주가 전주부 6마디를 안단테(느린 걸음걸이)의 빠르기로 시작하면 이어서 베이스 파트가 ‘이 세상 나그네 길을’이라는 가사를 부르고 ‘지나는 순례자’라는 가사로 합창이 이어진다. 마치 나그네 길을 떠나는 순례자가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느낌으로 시작된다. ‘환난의 굳은 비바람’ 가사에 이르러서는 마치 비바람이 휘몰아치듯이 각 파트가 엇박자로 부르며 갑자기 템포가 빨라진다. ‘모질게 모질게 불어도’ 부분에서는 점점 크게 부르다가 이후 점점 작아지며 힘겨운 모습을 묘사한다. ‘천국의 순례자 본향을 향하네’ 부분에서는 첫 부분과 같은 멜로디이지만 분위기를 바꾸어서 이번에는 알토 파트에 이은 합창으로 우리의 본향은 천국이고 우리는 천국을 향하여 나아가는 순례자임을 노래하며, 이 곡의 메시지를 제시한다.
다시 힘차고 빠른 템포의 합창으로 ‘이 세상 지나는 동안’을 소프라노와 다른 리듬으로 세 파트가 노래하며 ‘그 괴롬 인하여’에서는 아주 큰 소리로 불러 우리의 괴로움이 아주 심함을, ‘천국 보이고’는 마치 천국이 희미하게 멀리서 보이는 듯 작은 소리로 노래한다. 이어서 앞부분과 같은 멜로디지만 더 빠른 템포로 변화를 주고 있다. ‘기쁜 찬송, 주 예수님, 은혜로 이끄시네’ 부분은 여성 파트와 남성 파트가 서로 다른 리듬과 가사로 부른다. 이제까지 라단조로 어둡고 슬픈 분위기였던 곡은 라장조로 변하고 보통 빠르기로 템포가 바뀌면서 곡은 밝은 분위기가 되며 ‘생명 강 맑은 물가에 백화가 피고…, 흰옷을 입은 천사 찬송가 부르실 때 영광스런 면류관을 받아 쓰겠네’까지 결승 골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처럼 큰 소리로 숨차게 부른다.
끝부분에 이르러 숨 고르기를 하고 찬양은 다시 처음 멜로디로 돌아가 ‘이 세상 나그네 길을 지나는 순례자…, 천국의 순례자 본향을 향하여, 본향을 향하네.’라는 가사로, 여기서 ‘본향을 향하여’는 작게, 그리고 ‘본향을 향하네’는 더 작게 불러 결론 부분을 조용히 마무리한다.
성경에서 인생을 나그네로 비유하는 구절이 많이 등장한다. 아브라함의 손자, 이삭의 아들인 야곱의 자손들을 이스라엘 자손이라 부른다(출 12:37; 민 1:45). 원래 이스라엘이란 이름은 야곱이 얍복 강가에서 천사와 씨름하여 이긴 후에 야곱에게 새로 붙여진 이름이다(창 32:28). 이삭의 쌍둥이 아들로 태어나 형인 에서를 제치고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야곱은 성경에 나오는 축복받은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야곱도 늙어서 식량을 구하러 그의 가족이 이집트에 갔을 때 이집트 왕에게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삼십 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라고 그의 삶이 나그네와 같이 힘들었음을 말하고 있다. 인생을 나그네에 비유함은 우리의 본향이 따로 존재함을 의미한다. 지혜자 솔로몬은 ‘본향을 떠나 유리하는 사람은 보금자리를 떠나 떠도는 새와 같으니라’(잠 27:8)고 했고, 히브리서 기자는 우리의 본향이 천국임을 증거하고 있다.(히 11:14~16)
이 찬양곡은 들을 때마다 극적인 변화와 가사가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우리의 삶은 천국인 본향을 향하여 가는 순례자와 같은 삶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좋은 찬양곡이다.
이같이 말하는 자들은 본향 찾는 것을 나타냄이라. 저희가 나온바 본향을 생각하였더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저희가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그러므로 하나님이 저희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 아니하시고 저희를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히 11: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