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저 북방 얼음 산과’
(통일 273장, 새 507장)
‘저 북방 얼음 산과…’로 시작되는 찬송시는 히버(Reginald Heber, 1783~1826) 목사가 1819년 작시하였다. 그는 영국 체셔(Cheshire) 출신의 영국 국교회 목사이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시를 쓰는 재능이 있었고, 옥스퍼드 대학 재학 시절에는 당시 최고인 뉴디게이트(Newdigate)상을 받기도 하였다. 그가 쓴 찬송은 우리 찬송가에 5편이 소개되어 있다. ‘거룩 거룩 거룩’(통일 9장, 새 8장), ‘실로암 샘물가에 핀’(통일 298장, 새 225장), ‘주 예수 우리 구하러’(통일 398장, 새 346장), ‘자비로 그 몸 찢기시고’(새 233장), ‘저 북방 얼음 산과’(통일 273장, 새 507장) 등이다.
이 찬송시는 다음과 같이 만들어졌다. 1819년 히버 목사의 장인인 쉬프리 목사와 여러 명이 그해 5월 30일을 해외 선교주일로 정하고 그 전에 모인 자리에서 히버 목사에게 해외 선교에 적당한 찬송을 지어달라고 부탁하였다. 히버 목사는 그 자리에서 4절까지 지어내었고, 그 이튿날 주일예배 시간에 당시 유행하던 베가스 오페라의 멜로디에 맞추어 처음 부르게 되었다. 그 후 이 찬송시가 「복음지」(1821, 7월호), 「크리스천 옵서버」(1823) 등 여러 잡지에 실린 것을 하워드(Marry Howard)라는 자매가 읽고 은혜를 크게 받아 그녀가 다니던 교회의 음악감독인 메이슨(Lowell Mason, 1792~1872)에게 부탁하여 missionary hymn(선교사 찬송가)이라는 제목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작곡가 메이슨은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통일 364장, 새 338장)의 작곡가로도 알려진 사람으로 미국 최초의 음악 박사이다. 아래는 이 찬송가의 가사이다.
‘저 북방 얼음 산과 또 대양 산호섬 저 남방 모든 나라 수많은 백성들
큰 죄악 범한 민족 다 구원 얻으려 참 빛을 받은 우리 곧 오라 부른다.
주 은혜받은 우리 큰 책임 잊고서 주 예수 참된 구원 전하지 않으랴
온 세상 모든 백성 참 구원 얻도록 온몸과 재산 드려 이 복음 전하자.
만왕의 왕 된 예수 이 세상 오셔서 만백성 구속하니 참 구주시로다.
저 부는 바람 따라 이 소식 퍼치고 저 바다 물결 좇아 이 복음 전하자. 아멘.’
이 찬송가의 가사를 살펴보자. 히버 목사의 영어 가사에는 ‘그린란드의 얼음 산에서, 인디아의 산호초에서, 아프리카의 맑은 샘물이 있는 곳…’으로 시작된다.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박자에 맞게 한글 가사는 의역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1절 가사는 마치 세계지도를 펼쳐 놓은 듯 오대양 육대주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택함 받은 자들이, 그러나 잡신과 우상들 속에서 아직 하나님을 영접하지 못한 많은 민족들이, 우리에게 복음을 전하여 주기를 외치는 듯한 모습으로 노래하고 있다.
2절 가사는 먼저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의 자녀가 된 우리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승천하시면서 부탁·명령하신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는 말씀처럼, 우리는 이 찬송가를 들으면 이 말씀을 행하기 위하여 우리의 육신과 시간과 물질을 모두 드리기를 다짐하게 된다.
‘A이면 B이다.’라는 명제가 참이라면 ‘B 아니면 A 아니다.’라는 명제 또한 참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따라서 위의 사도행전 말씀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이웃이나 먼 외국 등에 복음을 전파할 마음이 생겨나지 않고 있음은 우리에게 성령이 임하시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할 수 있겠다.
3절의 가사는 더욱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복음의 말씀은 바람 따라 퍼지며 물결 따라 전하여진다는 것으로, 바람 닿는 곳마다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며 바다 물결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지 복음의 역사가 일어나야 한다는 강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최근 많은 단체에서 아프리카 등 해외 선교에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인터넷 등도 할 수 없는 아프리카 오지까지 직접 가서 선교하려면 그들의 언어로 통역도 필요하고 시간과 체력 그리고 많은 물질을 필요로 한다. 또한, 복음을 전하는 것과 더불어 그들의 마을에 태양전지로 작동하는 펌프를 설치하여 깨끗한 지하수를 마실 수 있도록,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또한 참으로 값진 일이다.
예수님과 사도들은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직접 걸어서 또는 배를 타고 그곳까지 가야만 하였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요즈음은 오지가 아니라면 인터넷 방송으로 전 세계를 향하여 실시간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 실시간 방송을 못 들었어도 저장된 것을 언제나 꺼내어 들을 수 있다. 아직은 외국어로 실시간 번역은 동시통역사가 하는 것보다 어설프지만, 인공지능에 의한 동시통역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참으로 좋은 세상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서양은 1445년 독일의 인쇄업자인 구텐베르크가 납으로 만든 금속활자를 발명하였고, 종교개혁 이후 인쇄술의 도움으로 성경의 대중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우리의 인쇄술은 1377년(고려 우왕 3년)에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직지심체요절)’이라는 불경을 인쇄하였다(프랑스 파리의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던 것을 되찾아왔다). 세계에서 가장 앞섰던 우리의 인쇄술로 이제는 불경이 아닌 하나님의 복음의 말씀이 많은 서적으로 출판되어져야 하겠다.
선교지에 직접 가서 봉사할 분은 몸으로, 먼 곳까지 직접 갈 형편이 안되는 분들은 물질과 기도로 동참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직접 가는 선교보다는 방송선교와 문서선교 등으로 비중을 옮겨야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작정하신 일들은 우리가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을 시켜서 이루어지게 하신다. 그러나 우리가 기쁨으로 동참할 수 있음이 큰 축복이요 은혜이다. 미약한 우리들이 합력하여 선한 일을 이루자.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성령이 함께 임한 자들이 모여서 물질과 기도로 합력하여 예수님께서 당부·명령하신 성령의 열매(행 1:8)가 우리를 통하여 온 세계에 맺혀지기를 바랄 뿐이다.
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가로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 바울이 이 환상을 본 후에 우리가 곧 마게도냐로 떠나기를 힘쓰니 이는 하나님이 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우리를 부르신 줄로 인정함이러라
(행 16:9~10)
참고문헌 김명엽,『김명엽의 찬송교실』, (예솔,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