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기뻐하며 경배하세’에 대하여
(통일 13장, 새 64장)
우리가 자주 부르는 ‘기뻐하며 경배하세’라는 찬송가의 원곡인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제9 교향곡(일명 합창교향곡)은 연말이 되면 세계 각지에서 연주되고 있다. 베토벤이 이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 그의 귓병은 점점 심해져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려면 필기장을 써야 하였고, 또 폐렴, 황달, 눈병, 위장 장애가 반복되는 한편,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시기였다. 이 합창교향곡은 평생 동안 가혹한 운명에 맞서 불굴의 의지로 살아온 베토벤이 그 이전까지 교향곡에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었던, 악기가 아닌 인간의 목소리를 제4악장에 도입한 교향곡이다. ‘기뻐하며 경배하세’의 곡조가 되는 ‘환희의 송가’의 가사는 쉴러(Friedrich von Schiller, 1759~1805)의 시로, 온 인류의 화합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이상향을 노래했다.
베토벤은 20대 초반, 쉴러의 ‘환희의 송가’에 깊은 감명을 받고 언젠가는 이 시를 위한 곡을 작곡하겠다고 다짐하였고, 그의 꿈은 30여 년이 흐른 그의 말년에 이루어졌다. 이 교향곡은 1824년 5월 7일 빈의 케른트나토아 극장에서 처음 연주되었다. 3번째 연주곡인 이 교향곡을 연주할 때 작곡자인 베토벤은 지휘봉을 잡고 지휘대에 섰다. 베토벤은 자신이 작곡한 곡을 직접 지휘하려 하였으나 귀가 들리지 않는 베토벤에게 오케스트라나 합창이 들릴 리 없었으므로 정지휘자 움라우프도 지휘봉을 잡고 지휘하였다. 무대 위의 2명의 지휘자, 그러나 연주자들은 당연히 움라우프의 지휘봉에 따라 연주하였다. 연주가 무사히 끝났을 때 베토벤에게는 청중들의 열광적인 박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옆에 있던 알토 가수가 다가와 그의 손을 잡고 청중 쪽으로 몸을 돌려세웠을 때 비로소 열광하는 청중을 보았고, 박수가 멈추지 않아 그는 5번이나 무대에 불려 나갔다고 한다. ‘환희의 송가’는 1985년 유럽연합이 유럽연합의 찬가(유럽가)로 채택하였으며, 베를린 장벽 붕괴 후 1989년 12월 14일 체코 민주화혁명을 축하하기 위한 동유럽혁명의 주제곡이 되기도 하였고, 1989년 12월 25일에 동서 독일의 융화를 축하하며 가사 중 ‘Freude(환희)’를 ‘Freiheit(자유)’로 바꾸어 노래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아래는 교향곡의 4악장에 나오는 프리드리히 폰 쉴러의 시 ‘환희의 송가’(김범수 옮김)의 가사이다.
<바리톤과 합창>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불꽃과 같은 빛남, 낙원의 딸이여,
우리는 광휘에 취해서, 천사의 당신 성역에 발을 들여놓는다.
당신의 조화를 다시 결속시켜 놓으리라. 이 세상의 풍습이 엄하게 갈라놓았던 것들을. 모든 사람은 형제가 되어라, 당신의 온유한 날개가 머무는 곳에서.
<4명의 독창과 합창>
하나하나 친구가 된다는, 커다란 포부를 실현한 사람, 정숙한 아내를 맞이한 사람, 그들은 환호를 올려라. 그렇다. 지구 위에서 오로지 한 영혼만이라도 그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도 함께. 하지만 이런 것에 이르지 못한 사람은 눈물 흘리며 이 단합에서 물러가야 하리. 모든 존재가 환희를 마시는 자연의 가슴에서 모든 선량한 사람, 모든 악인까지도 그들의 장미꽃 길을 걸으리라.
자연은 우리에게 입맞춤과 포도송이를 주며, 죽음의 시련 겪는 친구들에게도, 한낱 벌레에게마저 만족이 주어져 그리하여 하나님 앞에는 천사가 서리라.
<테너와 합창>
기꺼이, 천상의 거대한 운행을 따라 태양이 움직이듯, 달려가라, 형제여, 그대의 길을, 기뻐하라, 승리를 향해 영웅이 나가듯.
<합창>
백만의 사람들아, 너희는 껴안으라. 온 세상에 보내는 입맞춤을 받으라. 형제여, 별이 반짝이는 저 높은 곳에 사랑스러운 아버지는 반드시 살아계시니. 백만의 사람들아, 너희는 무릎 꿇었는가? 세상이여, 너는 창조주가 계심을 깨달았는가? 별이 반짝이는 저 높은 곳의 그분을 알라. 저 높은 창조주께서 계시리니.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들을 때 ‘환희의 송가’의 가사를 독일어로 부르기 때문에 그 가사가 찬송가 가사와 같은 줄 안다. 그러나 찬송가 ‘기뻐하며 경배하세’는 미국의 장로교 목사이며 교수·외교관·저술가였던 다이크(Henry van Dyke, 1852~1933)가 영국 윌리엄스대학 캠퍼스 부근의 아름다운 자연에 감명을 받아 베토벤 제9 교향곡의 ‘환희의 송가’ 곡조에 넣어 부르기 위해 작사한 찬송시(Joyful, joyful, we adore Thee)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편찬송가(1967년, 19장)에 처음 수록되었는데, 첫 줄이 ‘기뻐하며 경배하자’로 되어 있었다.
아래는 통일찬송가(1983년)의 가사이며, 새찬송가(2007년)에서는 3절의 ‘빛과 진리이시니’가 ‘복의 근원이시니’로 바뀌었다.
1. 기뻐하며 경배하세 영광의 주 하나님
주 앞에서 우리 마음 피어나는 꽃 같아
죄와 슬픔 사라지고 의심 구름 걷히니
변함없는 기쁨의 주 밝은 빛을 주시네.
2. 땅과 하늘 만물들아 주의 솜씨 빛내고
별과 천사 노래 소리 끊임없이 드높아
물과 숲과 산과 골짝 들판이나 바다나
모든 만물 주의 사랑 기뻐 찬양하여라.
3. 우리 주는 사랑이요 빛과 진리이시니
삶이 기쁜 샘이 되어 바다처럼 넘치네.
아버지의 사랑 안에 우리 모두 형제니
서로서로 사랑하게 도와주시옵소서.
4. 새벽 별의 노래 따라 힘찬 찬송 부르니
주의 사랑 줄이 되어 한 맘 되게 하시네.
노래하며 행진하여 싸움에서 이기고
승전가를 높이 불러 주께 영광 돌리세. 아멘.
베토벤이 온 정력을 기울여 작곡한 마지막 교향곡의 아름다운 곡조에 붙여진 이 찬송가는 영광의 주 하나님, 창조주 하나님, 사랑의 주 하나님, 승리의 주 하나님을 기뻐하며 찬양하고 주님께 영광을 돌리게 한다.
‘그 때에 새벽 별들이 함께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쁘게 소리하였었느니라.’
(욥 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