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내가 지고 (통 367장, 새 341장)
이 찬송시는 영국의 라이트(Henry Francis Lyte, 1793~1847) 목사가 작사하였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켈소(Kelso) 부근의 작은 마을 에드남(Ednam)에서 선장의 아들로 태어났고, 그의 가족은 아일랜드로 이사 후 부모와 헤어져 고아원에서 자랐으며 어려서부터 가난하게 살았다. 그 때문인지 평생 허약한 몸으로 고생하였고 천식과 폐결핵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 라이트 목사는 항상 ‘평화! 기쁨!’이란 말을 하고 다녔다고 하며 세상을 떠날 때도 유언으로 이 두 마디 말만 남겼다고 한다.
이 찬송시는 라이트 목사가 브릭스햄에서 시무하던 1824년에 “보소서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좇았나이다.(Lo, we have left all, and have followed thee.)”라는 제목으로 이 찬송을 지었는데 이 구절은 마가복음 10:28에서 베드로가 예수님께 고백한 구절이다. 마가복음 10장을 보면 재물이 많은 부자 청년이 “선한 선생님이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막 10:17)라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계명을 지키라고(막 10:19) 말씀하셨고, 이 모든 것을 다 지키었다는 부자 청년에게 “네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좇으라”(막 10:21) 하시니 “그 사람은 재물이 많은 고로 이 말씀을 인하여 슬픈 기색을 띠고 근심하며 가니라”(막 10:22)고 성경은 말해주고 있다.
이어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약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막 10:25)고 하시니, 제자들이 심히 놀라 서로 말하되 “그런즉 누가 구원을 얻을 수 있는가” 하니, 예수께서 저희를 보시며 가라사대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되 하나님으로는 그렇지 아니하니 하나님으로서는 다 하실 수 있느니라”고 말씀하셨을 때 베드로가 “보소서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좇았나이다”(막 10:28)라고 고백한 구절이 이 찬송시의 본래 제목이었다. 물론 이 구절은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씀이 아니고, 사람의 선한 행위로는 하나님 나라에 절대 들어갈 수 없으나, 하나님의 능력으로는 부자나 가난한 자나 아무런 상관없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하신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이다.
이 찬송시는 1824년에 펴낸 그의 찬송시집인 「성시(Sacred Poetry)」에 이름을 밝히지 않고 출간하였는데 모두 6절까지로 된 가사였다. 라이트 목사는 평생 80여 편의 찬송시를 남겼는데, 우리 찬송가에는 ‘내 영혼아 찬양하라’(통 19장, 새 65장), ‘주의 영광 빛나니’(통 38장, 새 132장), ‘십자가를 내가 지고’(통 367장, 새 341장), ‘때 저물어 날 이미 어두니’(통 531장, 새 481장) 등 4편이 실려 있다.
찬송가 오른쪽 위를 보면 작곡자에 대하여 표기되어 있는데 찬송가 편집자인 메인(Herbert Platt Main, 1839~1925)이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곡을 편곡하여 만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 멜로디가 모차르트의 무슨 곡에 나오는 곡인지 찾지 못하고 있다. 메인은 ‘비글로우와 메인(Biglow & Main Co.)’이라는 복음찬송 출판사의 창시자인 실버스터 메인(Sylvester Main)의 아들로 태어나 그의 아버지를 이어 찬송가 편찬에 크게 공헌한 사람이다. 메인이 작곡한 복음성가는 천여 곡에 이르고, 위의 찬송가와 같이 편곡한 곡도 수없이 많지만, 우리 찬송가에는 ‘나의 기쁨 나의 소망 되시며’(통 82장, 새 95장), ‘십자가를 내가 지고’(통 367장, 새 341장)의 두 곡만 실려 있다. 라이트 목사는 허약한 몸, 천식, 폐결핵 등 육적인 고통뿐 아니라 그가 섬기는 교회 안에서도 신자들과의 갈등으로 무척 고생했다고 전해진다. 이 찬송의 여러 구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주도 곤욕 당했으니 나도 곤욕 당하리’, ‘세상 친구 간사하되’, ‘원수들이 미워하나’, ‘내가 핍박당할 때에’, ‘세상 고초 당할수록’ 등의 가사에서도 말하고 있다. 이 찬송의 멜로디는 우리 국악이 ‘궁상각치우’(도레미솔라)의 5도의 음으로 구성되어 있듯이 ’시도레미파‘의 다섯 음(솔, 라가 없음)으로만 구성되어져 있다.
그리고 같은 리듬으로 반복 표현되는 것도 마치 십자가를 힘겹게 끌고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래는 찬송가의 가사이다.
십자가를 내가 지고 주를 따라가도다.
이제부터 예수로만 나의 보배 삼겠네.
세상에서 부귀영화 모두 잃어버려도
주의 평안 내가 받고 영생 복을 얻겠네.
주도 곤욕 당했으니 나도 곤욕 당하리.
세상 친구 간사하되 예수 진실하도다.
예수 나를 사랑하사 빛난 얼굴 뵈시면
원수들이 미워하나 염려할 것 없도다.
내가 핍박 당할 때에 주의 품에 안기고
세상 고초 당할수록 많은 위로 받겠네.
주가 주신 기쁨 외에 기뻐할 것 무어냐?
주가 나를 사랑하니 기뻐할 것뿐일세. 아멘.
크리스천들은 때로는 나그네와 같이 고달프고 힘든 이 세상 삶 가운데 있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자녀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며 영생을 얻는 것은 재물이나 인간의 지혜나 인간의 그 어떤 행위로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절대적인 하나님의 섭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항상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익히며, 형통한 날에는 기뻐 찬양하고 곤고한 날에는 기도하는 생활이 최고의 삶이 아닐까?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마 16:24).
참고문헌
김명엽, 『김명엽의 찬송교실』, (예솔, 2010)
박용기, 『성경강론13권』, (진리의말씀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