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작성일 : 10-04-02 13:5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거식증과 폭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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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다이어트로 인한 거식증으로 말라서 죽은 세계적인 체조선수였던 크리스티(Christy)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녀가 땅에 묻혔을 때 몸무게는 21kg 정도로 아주 말라서 실제로 살이 찌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끼고 굶어서 죽었는데 이것이 거식증이다. 이와 반대로 폭식증은 너무 한 번에 많은 음식을 먹는데 보통 사람보다 매우 빨리 먹으면서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먹어야 하고, 폭식을 한 후에는 자신을 혐오해 우울해지거나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필자의 한의원에서 가장 많이 진료하면서 듣는 말이 “선생님! 우리 아이 밥 좀 잘 먹게 해 주세요”라는 것이다. 특히 병치레 끝에 너무 안 먹으려 하니까 떠 먹여주지만 잘 먹지 않고 잘 자라지 않는 경우라면 부모는 더욱 조바심이 나고 애가 타게 마련이다. 오죽하면 옛날에 먹을 것이 부족한 시대에는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마른 논 바닥에 물 들어가는 소리만큼 좋은 것이 없다.” 라는 옛 말이 생겼을까만, 요즘 같은 음식이 풍부한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다섯 명에 한사람 정도는 마르고 영양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특히 체중에 민감한 10, 20대의 여자에게 흔히 많고 성장기 아이들에게서도 종종 나타난다. 뚱뚱한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한편으로는 마르고 약한 사람 또한 많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에 어떤 20대 초반의 여성이 와서 하는 말이 폭식증으로 최근에 10kg이 불었는데 이것 때문에 주 중에서 월,화,수,목 4일은 거의 굶어서 살이 빠지고  반대로 주말로 가면 너무 많이 먹어서 몇 킬로가 불어난다고 한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오히려 자꾸 살이 쪄서 고민이라고 한다. 자세히 물어보니까 최근 들어서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다가 살이 붙으니까 주초에는 굶어서 빼고 주말에 가까이 오면 억제할 수 없는 식욕으로 긴장이 풀어지므로 먹어도 만족이 없어 폭식하는 습관이 길들여졌다고 한다. 이처럼 살을 빼려고 시도한 사람 중에서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요요현상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역시 근본적인 원인인 마음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음식을 먹게 되면 정신적인 긴장을 풀어주는 묘한 기능이 있는데 그중에 특히 탄수화물에 강한 역할이 있다고 한다. 우리도 신경을 쓴 후에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면 졸음이 오고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쯤 되면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인지 아니면 먹으므로 긴장을 푸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살이 쪄서 배가 나온 사람이 일시적으로 식욕이 떨어진 것은 몸 안의 노폐물을 없애는 아주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적절히 식사를 하면 좋겠지만 너무 마른 사람이 식욕이 없거나 기운이 없을 정도로 식욕부진을 호소한다면 치료해 줘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들의 식욕부진은 타고 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유전으로 물려받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자는“콩 심은 데서 콩이 나올 수밖에 없듯이 부모를 닮지 않은 아이가 나올 수 없다.” 하고 먼저 부모의 체격을 살펴보고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부모 중에 마른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몇 달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을 해준다.

거식증과 폭식증 같은 서로 상반되는 극단의 양상을 띠는 질환들의 내면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기저에 깔려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치료는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원인을 치료하는 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먼저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흔히 보게 되는 식욕부진의 경우에는 이런 사람의 배를 진찰해 보면 명치아래를 눌러 보면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에는 이곳이 단단하게 굳어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것을 풀어주는 약물과 더불어 전체적인 밸런스를 조정하는 처방을 하면 식욕이 좋아지고 굳어 있는 것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거식증의 경우에도 심리적인 요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겠지만 식욕을 억제하는 처방을 하게 되면 폭식증이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식욕부진이 있는 사람과 아이들은 대부분 위장의 기능적인 이상이 생겨 있어서 위산의 농도가 떨어져 있다. 따라서 위산이 묽어진 것을 해결해 주는 처방이 필요한데, 이상하게도 위장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기생충에 감염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생충의 감염이 심해지면 가뜩이나 먹지 않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에 있어서는 업 친데 덮친 격이 되어서 이것이 더욱 빈혈과 영양의 부족을 일으키게 된다. 만약 집의 아이들 중에서 너무 식사량이 적다면 기생충약을 이틀 연속해서 먹여주는 것이 좋다. 계절마다. 그리고 드물게 음식이 아닌 흙이나 석탄 등을 지속적으로 먹는 이식증(Pica)도 있는데 이는 영양결핍이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난다고 한다. 옛 문헌에는 흙을 먹고, 배가 자주 아프면서(기생충감염으로 인한) 영양결핍의 아이들의 증세에 대한 기록이 많이 있지만 현재는 아주 희귀한 질환이 되었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저절로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식욕을 부여 받았다. 만약 식욕이 너무 떨어져 있거나 아니면 폭식으로 지나치게 먹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내면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이를 개선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다른 장기에 기질적인 문제가 없는지를 체크한 다음, 단순한 위장기능저하가 있는지를 확인이 된다면 복부의 진찰로 통해서 명치에 뭉친 것을 풀어 주는 처방을 하는 것이 좋은 치료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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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 장모의 병
뽕나무와 목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