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1)
사람의 몸은 음식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그런데 소중한 우리의 건강을 무관심과 무지 때문에 희생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더 이상 맛과 모양에 현혹되지 말고, 간단한 아침 한 끼, 아이들 간식, 조리용 조미료 하나를 선택할 때에도 이것들이 과연 우리 몸에 좋은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여유가 없다. 바로 지금부터 음식과 영양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짐으로써,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고,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고혈압, 당뇨, 심장병, 암 등 성인병에 대한 예방수칙에는 거의 유사한 공통점이 있다. 첫째, 규칙적인 식사를 할 것, 둘째, 육류, 패스트푸드, 화학조미료, 가공식품 등을 멀리하고, 채소와 과일, 곡물, 콩류 등 신선한 제철식품을 많이 섭취할 것, 셋째, 식생활 개선과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할 것 등이다.
1. 흰 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그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쌀을 비롯한 곡류들을 주식으로 삼아 왔다. 쌀은 사실 우리 몸에 좋은 비타민(B1, B2)과 미네랄, 껍질을 벗기기 전에는 매우 풍부한 식이섬유질들을 가지고 있다. 쌀에는 없는 다른 영양소들을 보조식품(반찬) 등을 통해 공급해 준다면, 사람에게 필요한 식이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어서 우리의 주식으로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도정(搗精)에 있다.
도정이란 현미·보리 등 곡류의 등겨층(외피)을 벗기는 것을 말하는데, 벼는 도정이라는 과정을 몇 차례 거쳐 우리가 선호하는 하얀 쌀의 모습을 갖는다. 왕겨만을 벗겨낸 쌀을 현미라 부르고, 이 현미 껍질을 10번 이상 벗겨내야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이렇게 많은 도정 과정 동안에 대부분의 영양분(비타민, 미네랄, 섬유질, 필수지방산 등)이 소실된다. 원래 현미는 그 껍질에 29% 이상, 씨눈에 66%, 모두 95%의 영양분이 들어있는데, 5번 이상 도정과 정제 과정에서 씨눈까지 사라지는 것이다. 그 맛있는 쌀밥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녹말가루와 전분뿐이다.
먹기 쉽고 보기 좋게 하려고 영양소가 가득한 곡식의 껍질과 씨눈을 제거해서 곡식을 먹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식생활의 변화는 곧 우리 몸의 영양 불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먹기에는 껄끄러워도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현미, 통밀, 차조 같은 통곡을 먹어야 한다.
2. 흰 밀가루
하루라도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을 지경으로 밀가루를 주원료로 한 가공식품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편리하고, 맛있고, 서구적이다’라는 인식이 빵과 밀가루 음식의 일상화를 부추겨 왔다.
밀로 만들어지는 빵,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 등이 우리의 식탁에서 상당 부분 쌀을 대신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우리 식습관의 변화엔 문제점이 없을까?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은 장내 세균에 의해 에소루핀이라는 알레르기 물질을 만들어 지방의 영양대사를 교란시키며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두드러기 같은 신체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현대인들이 불임, 생리통, 만성 소화불량, 장 질환에 시달리는 것은 묵은 밀가루를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특히 큰 문제는 대부분의 밀가루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수입 밀가루는 농약과 화학비료, 방부제, 살충제를 비롯하여 온갖 표백제와 밀가루 개량제 등이 뒤섞인 제품이다. 살균제로는 구아자닌, 디페노코나졸, 카벤다짐이 있고, 벌레나 알을 죽이는 살충제로는 메치오카브, 벤디오카브 등이 쓰인다.
이런 화학 물질들은 직접적인 세포 손상뿐만 아니라 면역기능을 저하시키게 되고 발암물질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수입 밀은 여름에 성장하는 곡식으로, 그 성질이 국내에서 겨울에 자라는 밀과 다르고 병충해에 약해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런 측면에서도 식품 안전성에 문제가 된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애용하는 하얀 밀가루는 모든 영양성분이 제거되는 도정과 정제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사실 밀과 귀리 같은 곡식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 만들어낸 빵들은 우리나라의 빵처럼 달고 부드럽고 기름지지 않다. 그들의 빵은 통곡을 가루 내어 만들기 때문에 색이 거무칙칙하고 거칠며, 하루만 지나도 너무나 딱딱해져 먹지 못할 정도의 신선한 자연식품이지, 우리나라와 같은 가공식품이 아니라고 한다.
현미가 정미한 백미보다 섬유소, 비타민, 무기질 함량이 우수하듯, 밀가루도 마찬가지이다. 거칠게 빻은 밀가루는 대장에서의 음식물 소통을 원활하게 하지만, 반대로 곱게 정제된 밀가루는 장이 음식을 밀어내는 힘을 약하게 만든다. 장이 약해지면 결장암 등의 유발 가능성이 커지게 마련이다. 결국 밀가루를 먹어도 통밀로 거칠게 빻은 밀가루가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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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희철 박사 (한의학박사, 파동한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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