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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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2-11 08:4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한국칠십인역번역위원회 제3회 학술세미나 개최


‘헬레니즘 시대의 성경. 칠십인역이 빚어낸 본문, 신학, 그리고 오늘의 번역’
목회자로서의 소명과 정체성을 되새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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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칠십인역번역위원회(연구소장 김정훈)는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기독연구원 느헤미야(백향나무교회)에서 ‘헬레니즘 시대의 성경. 칠십인역이 빚어낸 본문, 신학, 그리고 오늘의 번역’이라는 주제로 제3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곽은성 박사(계명대 연합신학대학원) ‘칠십인역 연구 동향 및 칠십인역 우리말 번역’, 김근주 박사(기독연구원 느헤미야) ‘독자적인 정체성 문헌으로서의 칠십인역 이사야서’, 김정훈 박사(부산장신대학교) ‘칠십인역 사무엘상의 번역 대본과 그 특징. -칠십인역의 짧은 본문과 4Q51, MT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김한원 목사(총신대학교) ‘잃어버린 원본을 찾아서. 토빗기 전승사 연구의 주요 쟁점과 의의’, 방기민 박사(강남대학교) ‘칠십인역 에스더기가 보여주는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교류’, 정미혜 박사(서울신학대학교) ‘예레미야서의 LXX와 MT 비교 연구. -열방신탁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6편 논문이 발표되었다.

한국 칠십인역 연구, 국제 흐름 속 본격 출발

곽은성 박사는 한국어 칠십인역(70인역) 번역 작업이 국제 학계의 연구 흐름 속에서 본격적인 형성 단계에 들어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곽 박사는 칠십인역 연구가 본질적으로 ‘본문비평’과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한 칠십인역은 어떤 본문 전통을 반영하는가라는 질문을 전제하며, 오리게네스의 「헥사플라」에서 현대 괴팅엔(Göttingen) 비평편집본에 이르기까지 비평 본문 전통 속에서 발전해 왔다. 오늘날 국제 학계 역시 괴팅엔 비평편집본을 기준으로 연구와 번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어 번역도 이를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제칠십인역학회(IOSCS)를 중심으로 최근에는 각종 핸드북, 학술지(JSCS), 현대어 번역과 주석 시리즈가 활발히 출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한국의 칠십인역 연구는 1970~90년대의 ‘연약기’, 2000년대의 ‘전환기’를 거쳐, 2024년 번역위원회 출범 이후 본격적인 ‘형성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현재 14명의 번역진이 참여하고 있으며, 비영리 기관 설립과 출판 협력, 교회와 성도들의 크라우드 펀딩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곽 박사는 “왕의 후원으로 시작된 고대 알렉산드리아 번역과 달리, 한국어 번역은 교회 공동체의 기도와 헌신 위에 세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번역 출간과 학문적 연구 확장, 차세대 연구자 양성을 통해 국제 학계와 교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칠십인역 이사야, 대조본 아닌 독자적 정체성 문헌

김근주 박사는 “칠십인역(LXX) 이사야서는 히브리어 성경과 비교하기 위한 대조 성경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리스어로 성경을 읽는 이들을 위한 독자적 문헌으로 의도됐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칠십인역 이사야서는 히브리어 본문에 없는 문학적 구조와 표현을 통해 자체적인 완결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사야 11장은 히브리어 본문과 달리 교차대구 구조를 형성하며, ‘아수르’ 대신 ‘애굽’을 언급하는 등 이집트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관점을 반영한다고 했다. 이는 본문이 애굽 공동체의 회복을 신학적으로 강조하도록 재구성됐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사야 19장 18절의 ‘멸망의 성읍’ 문제도 주목된다고 하면서 다수의 전승이 ‘태양의 성읍(헬리오폴리스)’을 지지하는 가운데, 칠십인역은 이를 음역해 ‘의의 성읍’ 개념과 연결된다고 했다. 더 나아가 ‘메트로폴리스(어머니 도시)’라는 표현을 사용해 애굽의 유대 공동체를 새로운 중심지로 부각한다고 했다. 또한 모호한 심판 표현을 특정 집단—부자, 권력자, 예루살렘 제사장 등—에 대한 비판으로 구체화하고, 심판 이후 ‘남은 자들’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해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존재를 신학적으로 정당화한다고 했다. 심지어 ‘내 백성 애굽’이라는 표현을 통해 보편주의적 선언을 애굽 유대인 공동체에 적용한다고 하면서. “칠십인역 이사야는 예루살렘 중심 질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애굽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신학적 문헌”이라며, 이를 독립적 성경으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역 기법, 신학보다는 본문 자체의 역사와
전승 문제에 초점

김정훈 박사는 칠십인역(70인역) 사무엘상의 본문 전승과 본문 비평적 의의를 집중 조명했다. 김 박사는 현재 위원회에서 사무엘상 번역을 마치고 출간을 준비 중이라며, 이번 발표는 번역 기법이나 신학보다는 본문 자체의 역사와 전승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엘서와 열왕기서의 그리스어 본문 전승이 매우 복잡하며, 특히 일부 구간에서는 번역 어투가 급격히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이를 후대의 추가 번역으로 보기도 했으나, 쿰란에서 발견된 기원전 1세기 그리스어 사본과의 비교를 통해 ‘카이게 개정본’ 등 다양한 개정 전통이 이미 존재했음이 밝혀졌다고 소개했다. 또한 중세 사본에 전해지는, 이른바 ‘안디옥 본문’(과거 루키안 개정본으로 불림) 역시 고대 전승을 반영하는 독자적 본문 형태로 평가되며, 요세푸스의 『유대 고대사』 및 쿰란 사무엘서 사본(4Q51 등)과의 연관성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사무엘서의 본문 전승은 단일 계통이 아니라, 기원전 1세기 무렵 이미 다층적이고 유동적인 형태로 공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특히 칠십인역이 마소라 본문보다 짧은 본문을 전하는 여러 사례를 분석했다. 일부 구절에서는 칠십인역과 쿰란 본문이 일치하고 마소라 본문과 다른 경우가 확인되며, 반대로 마소라 본문과 쿰란 본문이 일치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또 세 전통이 각각 다른 형태를 전하는 구절도 존재한다. 그는 이러한 비교를 통해 특정 본문이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발표는 칠십인역 사무엘상을 우리말로 번역해 소개하는 작업이 단순한 대조 번역을 넘어, 헬레니즘 시대 초기 유대교 공동체에서 성경이 어떤 형태로 유통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며 마무리됐다. 김 박사는 다양한 본문 전통의 공존을 독자들이 직접 확인함으로써, 성경 본문 형성의 역사적 깊이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토빗기, 원본 없는 전승의 역사
디아스포라 위한 신학적 생존 매뉴얼

김한원 목사(총신대학교)는 외경 토빗기의 본문 전승과 신학적 의미를 조명했다. 토빗기는 아시리아 포로기 디아스포라 유대인 토빗 가문의 고난과 회복을 다룬 이야기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섭리와 자선, 매장의 의무 등을 강조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특히 토빗기에 긴 본문과 짧은 본문이 공존하며, 어느 것이 원형에 가까운지 오랜 논쟁이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해사본에서 아람어와 히브리어 단편이 발견된 이후 연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고 하면서 현재 다수 학자는 아람어 전승이 더 오래된 형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단일한 ‘원본’ 문서가 존재했다기보다 구전 전통이 다양한 언어로 확산되며 형성된 복합 전승으로 보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했다. 특히 시내산 사본의 장본문이 바티칸 사본의 단본문보다 원형에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했다. 그는 약 1,700단어의 차이를 보이는 두 전통은 번역과 개정 과정을 거치며 신학적 강조점에도 변화를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헬라어 번역에서는 ‘의’ 개념이 ‘자선(엘레에모쉬네)’으로 옮겨지며 선행과 구제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토빗기를 “흩어진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에게 주어진 신학적 생존 매뉴얼”로 규정했다. 하나님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자선과 장례 의무를 통해 공동체 정체성을 지키고, 결국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하도록 격려하는 텍스트라는 것이다. 그는 “토빗기는 정경 여부를 넘어, 포로 이후 신앙 공동체가 겪은 위기와 회복의 신학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헌”이라고 강조했다.

칠십인역 에스더기,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창조적 만남

방기민 박사(강남대학교)는 그리스어 에스더기에 나타난 문화적·신학적 특징을 조명했다. 방 박사는 칠십인역(LXX)이 단순한 번역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신학적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히브리어 본문에는 없는 여섯 개의 추가 본문이 포함된 그리스어 에스더기는 헬레니즘적 요소를 적극 수용하면서도, 히브리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사례로 평가했다. 에스더기는 사해사본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현존하는 히브리어 본문도 비교적 후대(10세기경)에 속해 본문비평상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더구나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가 추가 본문 일부를 언급하고 있어, 짧은 히브리어 본문과 확장된 그리스어 본문 중 어느 쪽이 더 원형에 가까운지에 대한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어 본문에는 헬레니즘 역사서의 전형적 특징인 ‘꿈과 환상’ 모티프와 장문의 연설 삽입이 두드러진다고 하면서, 모르드개의 예언적 꿈과 사건 이후 그 의미를 재확인하는 구조는 그리스 문학 전통과 연결되면서도, 에스겔서와 같은 히브리 예언서의 형식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또한 왕의 칙령과 기도문 등은 그리스 역사 기술 방식과 유사하지만, 실제 전승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했다. 방 박사는 칠십인역 에스더기가 헬레니즘을 단순 모방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 문화권 독자들에게 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 위한 ‘창조적 수용’의 결과라고 잠정 결론지었다고 했다. 이는 칠십인역이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긴장과 융합 속에서 세계 지성사에 기여한 대표적 사례임을 보여준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예레미야서 LXX·MT 비교
‘열방신탁 배열부터 신학적 의도 달라’

정미혜 박사(서울신학대학교)는 칠십인역(LXX)과 마소라본문(MT) 사이의 구조적·신학적 차이를 조명했다. 정 박사는 예레미야서가 두 본문 전통 사이의 차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LXX 예레미야서는 MT보다 약 7분의 1가량 짧으며, 특히 ‘열방신탁’의 배열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LXX에서는 열방신탁이 25~31장에 위치하고 곧이어 ‘진노의 잔’ 심판이 이어지는 반면, MT에서는 열방신탁이 46~51장에 배치되고 진노의 잔 단락은 25장에 분리되어 등장한다고 하면서 이는 단순한 편집상의 차이가 아니라, 열방 심판을 해석하는 신학적 구도 자체가 다름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열방의 배열 순서 역시 상이하다고 말했다. MT는 유다를 중심으로 한 지리적 이동 순서를 어느 정도 유지하지만, LXX는 뚜렷한 지리적 규칙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전통적인 본문비평 원칙인 ‘짧은 본문’과 ‘어려운 본문’ 우선 원칙에 따라 오랫동안 LXX의 우선성이 제기됐으나, 쿰란에서 발견된 사해사본이 두 전통과 부분적으로 각각 유사성을 보이면서 단선적 결론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정 박사는 특히 이집트 신탁(렘 46장)을 사례로 제시했다. MT가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이름을 명시하고 예레미야를 ‘예언자’로 반복 강조하는 반면, LXX는 바벨론 왕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면서도 이집트 왕 ‘느고’와 아피스(이집트의 성스러운 소) 등 현지적 요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한다고 했다. 이는 알렉산드리아를 배경으로 한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상황이 번역에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LXX와 MT는 단순한 축약·확장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전승 과정 속에서 형성된 두 본문 전통”이라며, 예레미야서 연구가 본문비평과 신학적 해석 모두에서 중요한 과제를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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