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작성일 : 11-03-31 16:22 |
무엇을 지킬 것인가 <인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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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수상작들은 빤한 까닭에 즐겨보지 않는다. 그들이 언급하는 '휴머니즘'의 포인트가 진부하기 때문이며 감동을 줄지언정 거드름 피우는 미국'빨'에 속았다는 생각에 뒷맛이 찝찝해서이다. 그래서 기껏해야 좀 그럴싸하게 만들어진,상업영화의 동류 정도로 취급해왔었다. 그러나 이 작품-정말 작품이다!-을 보고 아카데미 수상작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두 배우의 깊게 팬 주름 사이로 터질듯 팽팽하게 자리잡은 프로패셔널이란! 영화의 구성은 완벽하고 탄단하며 시종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진짜 잘 만들어진 영화란 이런 것. 보는 내내 매우 흡족했다. 분하지만... 헐리우드 만쉐이!
'브라운 앤 윌리암슨'이라는 담배 회사의 연구팀 중역에서 사임한 제프리(러셀 크로우 분)는 자신의 회사가 담배 제조시 마약성분을 첨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정부가 브라운사를 상대로 건 거대 소송의 주요증인이다. 그러나 정의라는 명분은 담배회사의 권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한다. 그들이 제프리에게 가하는 위협이라는 것은 결코 다른 사람들은 눈치챌 수 없는 매우 정교한, 고도의 심리적 기술이었다. 협박을 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것은 누군가가 보기엔 장난일 수도 있고 누군가가 보기엔 당사자의 신경증적 예민함이랄 수도 있는, 사악한 장난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제프리는 정신 쇠약에 걸릴 지경이었고 그의 와이프는 밤마다 걸려오는 목소리 없는 전화와, 베개 밑에 총을 숨긴 채 잠드는 남편을 보며 공포에 떨다 이혼을 결심한다.
그런 상황에 처한 제프리가 직접 증언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지원하는 인물이 로웰 버그만(알 파치노 분)이다. 그는 저명하고 영향력있는 시사 프로그램의 피디로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지성을 갖추고 있다. 그는 목숨을 담보로 한 제프리의 증언이 갖은 방해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전파를 타도록 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으며 결국 담배 회사라는 거대 권력 앞에 개인과 정의는 통쾌하게 승리한다.
교과서적인, 지나치게 훌륭한 결말이 흠이라면 흠이다,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음을 알리는 자막이 나왔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써의 양심적 고뇌, 가장이자 아버지로써의 고민, 남편으로써의 책임감, 개인적인 두려움과 갈등이라는 이 엄청난 중압감에 눌린 연기를 러셀 크로우는 탁월하게 해냈다. 그의 불안과 초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그를 빨리 구원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을 갖게 했으며 알 파치노 역시 메인 캐릭터를 힘있게 받쳐주는 동시에, 지긋한 나이임에도 타협이라는 편리한 이익 대신 자신의 원칙과 신념을 진실되게 고수해나가는 인물의 진정성을 잘 표현해주었다.
우리의 삶은 선택과 갈등의 연속이다. 더 좋은 것을 골라야하는 경우도 있고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건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괴로운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곧 내 욕심과 이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결정권자의 자리에 앉긴 앉았으니 내 원대로 끌어오기는 해야겠고 능력은 그만큼 따라주지 않으니 그 갭을 극복하지 못해 심정이 어지럽고 마음이 힘든 것이다. 그런 경우에 나는, 아빠가 가르쳐주신 대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기다렸다. 그리고 상황을 지켜보니, 하나님이 상황에 변화를 주시거나 내 심경에 변화를 주셨다. 그래서 그의 뜻이 무엇인 줄을 배웠고 마음의 평안도 누렸으며 결과에도 흡족할 수 있었다. 여호와의 지혜라는 것은 이토록 합리적이고 융통성이 있다.
두 갈래의 길 앞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는 것에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 <인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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