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문화

 
작성일 : 14-07-20 13:3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디테일이 힘이다

<언더더돔>


체스터즈 밀은 인구 1000여 명 정도의 미국의 작은 마을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정말로 ‘갑자기’) 이 마을에 거대한 돔이 씌워진다. 그 바람에 돔의 경계에 있던 모든 생물은 참사를 당하는데, 가장 압권은, 아주 순식간에 세로로 쪼개어져 버리는 소 한 마리이다. 이 강렬한 장면은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돔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 정부에서 핵을 터뜨려도 스크래치 하나 나지 않는 돔. 지하 깊숙이까지 굳게 박혀 움직이지 않는, 소형 전기기구를 강한 전류로 터뜨려버리는 무서운 돔 때문에 체스터즈 밀 사람들은 기한도 보장도 없이 무작정 갇히게 되었다. 물질에는 수명이 있고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생존을 위한 그들 간의 사투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여기까지만 본다면 기존 재난영화의 살아남기 문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과 진배 없겠지만, 돔 내부의 권력관계 및 비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툼과 돔의 비밀을 캐기 위한 움직임들이 조명되며 한두 인물이 아닌 여러 캐릭터가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줌으로 풍부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가장 궁금한 돔의 정체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추적인 힘으로 작용하며 마지막까지 극에 대한 호기심과 재미를 놓치지 않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요즘 들어 새삼 느끼는 바는, 잘 만들어진 모든 작품에는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디테일은 극에 사실성과 설득력을 부여하며 곧 프로패셔널과도 연결된다. 시대물을 보던 중 궁녀의 치맛자락 속으로 드러나는 하이힐이나 가채를 말아 올린 대비의 손톱에 칠해진 매니큐어를 포착하는 순간, 빠른 속도로 줌 아웃이 되며 현실의 소파에 앉아 허탈함과 실망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지 않은가? 디테일에 따라 감상자로 하여금 감탄이 나오게 할 수도 야유가 나오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설국열차>의 감독 봉준호가 ‘봉테일’이란 별명을 얻어가면서까지 디테일에 집착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는 맥북 화면의 커서의 디자인을 위해 거의 열 몇 시간 동안 그것을 노려보고 앉아있었다고 한다. 팬들이 애플의 디자인에 ‘미치는’ 이유도 그 작은 디테일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나님이 하신다’는 당연한 사실이다. 사실 때문에 감동을 얻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디테일을 공부한다. 성경으로, 삶으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드셨대,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치셨대,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한대- 정도로는 흠뻑 젖을 수 없다. 한글을 만들기까지의 세종대왕의 고민과 노고, 이순신 장군이 전투를 준비하고 적을 무찌르는 생생한 과정, 우리나라와 대진할 팀의 전적부터 시작해 한 경기 한 경기 관람하고 전후 과정과 디테일을 알 때에야 만이 깊은 공감과 기쁨으로 환호하게 된다.
‘하나님이 하신다’라는, 엄청난 무게의 말을 감당하지 못해 오히려 그것을 가벼이 여기고 내 마음대로 이리저리 대입해가며 살던 즈음이었다. 마태복음을 고샅고샅 공부하는 와중에 등에 찌르르 전율이 오고 눈가가 뜨거워졌다. 구약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인 말 없이, 단어 하나하나까지 모조리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한 긴 여정이었고 마태복음은 그 여정에 결실을 맺기 위한 출발임을 알게 된 순간 내 자신이 무척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저 어떤 영화의 줄거리 정도만 대충 알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양 설쳐댔던 까닭이다.
성경은, 디테일의 집약이다. 절대 대충, 이쯤하고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냥’ 쓰여진 구절이 없다. 그 모든 것이 의미와 함의를 지니고 있으며 살아있는 신 여호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생생히 증거한다. 그래서 어떤 콘텐츠보다 역사적 문학적으로 가치가 있고 완결성과 작품성 또한 뛰어나다. 단순히 오랜 기간 전승되었기 때문에 인류의 베스트, 스테디 셀러라는 말은 어딘가 속 편한 얘기다.
이러한 이유로 성경공부를 더욱 체계적으로 자세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이나 명제 만으론 삶을 겨우 유지할 뿐, 능동적인 힘을 얻을 순 없다. 성경의 디테일들을 발견할 때마다 새삼 고개를 들어 (공간적으로 인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보게 된다. 중생한 이성으로써 이 난해하거나 지루할지도 모르는 고전 문서에 대한 눈이 열리고 깨치는 지혜로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게 해주심이 벅찼다. 개인적으로는 하나님 여호와라는 이 엄청난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대서사시 같은 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무너지지 않는 수천수만 개의 단단한 디테일들에 경의를 표한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나와 너의 세상이 모여 만든 세상
살아있음의 생생한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