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문화

 
작성일 : 10-12-29 23:10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크리스마스에 찾아온 행복, Love actu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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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가 확실한 동산교회는 다른 교회들과는 ‘다르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말씀운동 안의 모든 성도들이 그러하겠지만.) 헌데 종종 그 자부심과 도도함이 크리스마스 같은 행사를 쉬이 여기고 성의 없게 준비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뻗치기도 한다. 썰렁한 예배당이 민망해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냥저냥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좀 하시지…. 그런데 그건 손님의 마인드였다. 나 역시 손을 놓고서는 누군가 해주기만을 기다리는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올해는 주인의 마인드를 갖고 본격적으로 성탄절을 준비하기로 했다.

  부스행사를 기획했다. 식당을 세 구역으로 나누고 한 구역은 사진전, 한 구역은 퀴즈, 한 구역은 방명록을 진행하도록 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데코레이션을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목표는 전 교인의 1000프로 참여!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사진전에 쓸 사진을 고르기 위해 홈페이지를 열었다. 2005년도부터 현재까지의 사진을 꼼꼼히 훑었다. 내 시각은 배제하며 되도록 성도들이 골고루 나오고, 시간 순에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이 이어져야 하며,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았던 사건의 비중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기에 사진을 고르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홈페이지 속에는 2010년 오늘, 단단히 뿌리내린 동산교회가 있기까지의 그 고단하고 뭉클했던 시간들이 어느 것 하나 바래지 않고 힘차게 빛나고 있었다. (역시 히스토리는 대상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한다!) 근 네 시간에 걸쳐 동산교회의 5년을 훑고 난 후에는 기분이 묘해져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사람들, 얼마 전에 새로운 식구가 된 사람들, 한결같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그 속에서 갓난아기가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중학생은 대학생이 되었으며 차가운 빈 땅에 흙을 고르더니 어느 새 교회건물을 짓고 입당예배를 했다. 성도의 마음과 뜻을 담고 성도와 함께 나이 먹어가는 교회의 모습은 꼭 할머니의 주름처럼 따듯하게 그리고 짠하게 가슴을 문질러왔다.

  퀴즈를 준비할 땐 교회에 오신지 얼마 되지 않는 분부터 내공 빵빵한 권사님까지 골고루 푸실 수 있는 문제가 필요했고 거기에 말씀운동의 핵심이 담겨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자꾸 성도들을 하나하나 떠올리게 되었다. 방명록도 마찬가지였다. 유년부 애들이 글씨를 쓸 수 있을까 어르신들이 흔쾌히 참여하려고 하실까 걱정하며 곱씹다보니 사진의 영상과 함께 성도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그리워하게 되었으며 빨리 성탄절이 되어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기쁨으로 충만해지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다들 너무나 좋아해서, 왜 진작 준비하지 못했을까 하는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른들이 참여하려 하실까 염려했던 건 정말 기우였다. 아이보다 더 즐거워하시는데 뿌듯함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다들 얼마나 예쁘게, 환하게 웃으시는지. 아마 천국에서 웃고 있다면 그런 얼굴들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평일에 계속 교회에 나와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은, 몸살과 무릎의 통증 때문에 앉아있는 것조차도 너무 힘이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깊고 진하게 성도들을 생각하고 교회를 사랑한 건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돌아보니 그랬다. 몸은 힘들었지만 농도 짙게 교회와 성도들에게 밀착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가 무척 애틋했고 사랑스러웠다. 그들의 수고했다는 한마디, 박수, 칭찬, 돈 없는 대학부가 애썼다며 쥐어주시던 꼬깃한 쌈짓돈 이 모두가 내겐 너무나 소중했다.

  행사를 마치고 테이블에 둘러 앉아 케잌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정담을 나누는 교인들의 모습을 보는데 왜 혼자 그리 행복했는지. 초등학생 때, 크리스마스랍시고 어른 두 분 앞에 서서 리코더 연주를 했던 휑한 교회가 떠올랐다. 우리 교회도 다른 교회처럼 연극도 하고, 노래도 가르쳐주고, 트리도 만들고, 무엇보다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또래 친구가 있어서 선생님과 일대일로 하는 수업 대신 여럿이 왁자하게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꿈이 이루어졌다. 창세 전, 하나님께서 미리 짜놓으신 계획대로 대한민국 곳곳에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동산교회에 하나 둘씩 걸음 했고 뜻을 모았고 마음을 나누게 하신 것이다. 너무나 감사하다. 진리로 소통하고 뭉칠 수 있는 사람들이, 다른 이들이 아닌 바로 이들이어서. 그리고 우리 교회가 그냥 그저그런 교회가 아니라 핵폭탄 같은 진리를 담고 있는 보석 같은 교회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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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지킬 것인가 <인사이더>
고요한 절망 <더 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