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작성일 : 15-04-12 19:1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남유다의 멸망과 여호와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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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짓눌리는 현대인들은 불안감을 줄이고 자존감을 높이려는 본능적 자기 정당화에 매몰되며, 현실과 기억을 왜곡해서라도 나의 가치를 고수하려는 이러한 방어적 메커니즘을 엘리엇 애런슨과 캐럴 태브리스는 공저 『거짓말의 진화』에서 치밀히 파헤친다. 마음의 가장 악마적인 속임수를 이해하는 데 탁월한 안내서라는 서평처럼 남을 속이고 나를 속이는 인간의 책임 회피 의식은 문제를 문제로 보지 못하게 해 왔다. 하나님은 경멸당하지 않는 높은 분이기에 스스로 속이지 말 것을, 곧 미혹을 받지 말 것을 경계한 교훈(갈 6:7)은 성경의 절대 권위에 부복하는 모두를 진실히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예루살렘 함락 이후 폐허가 된 유다 땅에 여호와의 명대로 거하지 않고 이집트로 향한 백성 일부는 그곳에서도 예레미야의 고언을 고집스레 거역하며 오히려 따져 들었다. 하늘 여신 아스다롯에 분향하던 시절에 우린 풍족히 잘살았었노라고, 요시야의 개혁으로 여신에 대한 섬김을 폐한 후로 칼 맞고 굶주리게 되었노라고. 우상 숭배로 초래된 몰락의 현실을 직시하기는 고사하고 말씀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개혁을 파멸의 원인으로 돌리는 가증한 정당화의 모습에는, 일찍이 여호와의 노를 격발해 열국에 흩어진 백성들이 목석의 신을 섬길 것을(신 4:28) 예언하신 섭리가 배경으로 자리한다. 주전 605년 갈그미스 전투 이후 뜨는 해 바빌로니아와 지는 해 이집트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가 지속되던 상황에서도 다수 백성은 절망 중에 스스로 믿고 싶은 믿음을 만들고 그 믿음을 여호와의 음성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여호와의 영원한 도성이 가시의 현실로 오해된 가운데 거짓 선지자 하나냐는 바빌로니아는 곧 멸망하고 포로들은 2년 만에 돌아오리라 외치다 역시 모세의 예언(신 18:20)에 근거한 죽음을 맞는다. 즉위식을 마치고 서부 원정을 단행한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 II. 604~562)이 블레셋까지 석권한 이후 여호야김은 그의 봉신이 되었으나, 601년 이집트 국경 부근의 전투에서 바빌로니아가 고전하자 반란을 시도했고 이는 곧 치명적 실수로 판명된다. 수년 뒤 느부갓네살의 재침 속에 여호야김은 쇠사슬에 묶여 잡혀갔으며, 597년 그 아들 여호야긴을 비롯한 왕국의 지도층, 용사와 기술자들, 그리고 선지자 에스겔까지 엄청난 전리품과 함께 2차 포로로 바빌론에 끌려간다.

조카 여호야김이 그러했듯 외세에 의해 시드기야로 개명된 맛다니야(597~587)는 우유부단한 꼭두각시였다. 엘리트가 뽑혀나간 왕국은 한층 쪼그라든 영역의 껍데기에 불과했으며, 신민들은 느부갓네살 궁정의 은급(恩級) 수혜자인 여호야긴을 진정한 왕으로 여겼다. 애매한 위치의 시드기야는 예레미야의 조언을 구하면서도 광신적 애국주의의 신료와 의심하는 백성을 두려워하였고, 갈팡질팡하던 왕이 결국 측근의 무모한 주장에 따라 이집트 호프라(589~570)의 정책에 동조해 바빌로니아에 반기를 들자, 588년 바빌로니아의 군대는 신속히 유대 땅에 도달해 예루살렘을 봉쇄하고 외곽 요새들을 잠식해왔다. 1935년 라기스 유적지에서 발견된 총 21개의 서신용 오스트라카(도기 파편) 중에는 라기스와 아세가만 남은 상황에서 더 이상 아세가의 봉화 신호를 볼 수 없다는 군관 호샤이야의 안타까운 급보가 담겨 전해진다.

믿고 싶지 않던 예레미야를 통한 여호와의 경고대로 587년 느부사라단의 바빌로니아 군대는 한때 화려했던 도시를 아예 평평한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582년 바빌로니아의 총독이 암살당하자 느부갓네살은 더 많은 유대인들을 유배시켰다. 오만한 느부갓네살은 자신이 재건한 바빌론 시의 건축 구조에 혼돈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우주의 중심이 표현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바빌론은 함락될 것이며 천지의 질서를 창조했다 참칭한 바빌로니아의 주신(主神) 마르둑(Marduk)은 부스러질 것이라는 선포(렘 50:2), 70년이 차면 다시 그립던 옛 땅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위로(렘 29:10)는 역사 속에 어김없이 성취됨으로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 여호와의 영광과 살아계심이 확증되었다. 지상의 성전이 사라지고 인간의 소망이 끊어진 때에 은혜를 은혜로 깨닫게 하셨던 여호와 사랑의 손길은, 참 성전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죽고 함께 사는 성도의 아름다운 동행중에 이제도 면면히 이어지리라.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재규 집사(자유기고가)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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