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에 대하여
교육이야기
새 마음의 새 학기다. 학부모들의 새 마음은 유독 강렬한데 그 강렬함은 자녀가 학습에 자발적으로 진력하여 어느 정도의 성과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새삼 ‘자기주도학습’을 떠올리는 이유다. ‘자기주도학습(self directed learning)’은 많은 사람들에게 ‘독학’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제 의미는 좀 더 깊다.
기성세대가 이해하는 학교교육의 과정을 떠올려보자. 먼저 교사는 객관적인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교사는 언어를 매개로 객관적이라 일컬어지는 지식을 그대로 학생에게 전달한다. 수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교사들의 지식을 최대한 많이 수용해야 한다. 지식을 얼마나 많이 수용하고 기억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인생의 항로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의 대안적 인식론들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본다. 왜냐하면 학생들을 교사에게 의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습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을 채우려는 강한 동기 및 성취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지식의 양을 교사가 담아낼 수도 없을뿐더러 어제 습득한 지식이 오늘은 휴지가 되는 시대에 과거의 객관적 인식론은 설 자리가 없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새로운 학습방법의 탐색을 요하게 되었고 자기주도학습이 부각되었다. 근래 ‘배움중심수업’이 교육계의 화두라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기주도학습은 그 중요성만큼이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원래 자기주도학습론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으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당연히 교사의 역할이 최소화된 독학의 의미와 비슷했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의미의 전수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독학의 개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학부모들이 흔히 말하는 ‘공부해라!’는 반복되는 말 속에 살아있고,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자율 학습에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아가 수업 과정에서 최대한 개입을 축소하고 학생들을 내버려 두는 것이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암암리에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대립적이거나 상호 배타적인 관계로 설정하고, 자기주도학습을 주도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방임 상태로 두는 경우도 보게 된다. 그러나 교사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 곧바로 학습자의 주도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교사의 가르침과 학생의 공부는 분리될 수 없는 활동이며 하나의 과정으로 나타나는 연속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적절한 교육적 개입이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높이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이진욱 박사는 장기간의 참여 관찰을 통해 자기주도학습의 독특한 결론을 추출하는데 그 내용이 신선하다. 학문적인 이론 위주의 연구와 달리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을 함에 있어서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자기주도학습을 위해 교사는 소통과 교류의 촉진자가 되어야 하고, 학생이 자기를 성찰할 수 있도록 안내자의 역할을 해야 하며, 학생들을 기다려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사람이란 존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학습의 동기가 되고, 남과의 비교가 아닌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의 학습을 설계하고 계획하는 습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교사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학생은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교육 방식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낙오자가 많은 이유 중 몇 가지는 잘못된 인간관을 배경으로 교사의 교육적 개입이 적절하지 못했거나 자기주도학습의 이름아래 교사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한 결과였다. 따라서 자기주도학습은 (부모)교사와 학생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참고 기다리는 가운데 학생 스스로 학습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공부해라!’가 아닌 스스로 학습해나가는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보고 어떤 도움을 줄지 숙고하는 자세가 먼저다. 개개인이 다르듯 교육적 처방도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며 학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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