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 그러지 않나?”
“나는 교사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이든지 학년 초 교육과정에 계획을 철저히 세워놓고 정해 놓은 시기에 추진하면 자연스럽게 되는 일을 그렇게 무계획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어떻게 학교가 돌아갑니까?”
“사람이 살아가는데 원칙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숨이 막히는 일이에요. 계획은 계획일 뿐이지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거예요. 계획만 강조하는 사람을 보면 답답하고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거 모셨던 교감과 교장의 성격차이는 늘 교사들을 힘들게 했다. 교감은 뼛속까지 원칙주의자였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적인 사람이었다. 현장학습 등을 비롯해 모든 업무는 매뉴얼에 따르는 것이어야 했고 하나라도 어긋나면 즉각 반려하여 주변을 피곤하게 했다. 반면 교장은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는 분이었으므로 새로운 일들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졌고 계획된 일도 융통성 있게 혹은 다른 것으로 바뀌기도 했다. 두 분이 심리적으로 거리가 멀었던 것은 당연했다. 일반적으로 교직문화는 위의 교감스타일과 같다. 단, 학교 급별에 따라 초등이 더하고 중등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문제는 관리자의 성격차이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관리자의 성격 차는 교사들에게 혼란을 주고 그 혼란은 학생들에게 파급되어 일관성 있는 교육을 방해한다. 학생을 대하는 현장의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리더십이다. 이는 학교 문화와 교사 리더십간의 관계성을 연구한 수많은 연구자들이 맺은 결론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필자 역시 무계획적인 사람이었음에도 직업생활에서는 계획과 즉흥의 중간쯤에 서 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는 늘 즉흥적이다. 글을 쓸 때도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이 없고 주제가 정해지면 생각대로 갈겨쓴다. 그런 후에 글의 배치순서를 조정하거나 첨언 또는 생략 등의 절차를 거친다. 해외여행을 갈 때도 목적지만 정했지 아무런 계획도 없이 출발한다. 이런 습성이 있으므로 철저한 계획을 강조하는 보통의 학교에서는 불편함과 함께 간혹 매뉴얼을 생략하기도 하여 관리자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교감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것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은 편치 않으시겠네요. 계획적인 분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강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 틀 안에 벗어난 사람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잖아요.”
현장학습 차량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계획과 매뉴얼대로 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교감에게 했던 말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잖아요. 예를 들어 이사 갈 집을 보고 오라는 아내의 말에 남편이 보고 왔다고 해요. 아내가 묻겠죠? 방은 몇 개야? 거실 등은 어떤 모양이고 안방의 전등 밝기는 어때? 욕실 바닥은 미끄럽지 않아? 등등. 남편이 얼버무리면 부인은 화를 내겠죠. 하지만 남편은 억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분명 보고 왔는데 말이죠. 저는 그것을 성격차로 보는데 사람의 성격이 쉽게 변하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늘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실은 저도 그런 남편 스타일인데요. 하하.”
MBTI를 떠올리며 했던 말이다. MBTI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융(Jung)의 심리유형론을 토대로 해서 만든 성격유형검사인데 사람의 성격이 얼마나 다른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흥미로운 검사다. 결과적으로 사람의 성격은 각각 다르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을 표준화하고 그것을 잣대로 남들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세상의 모든 갈등은 ‘여기서부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늘날 교육의 중요성만큼이나 안정적인 교직 문화가 필요하다. 상대의 성격유형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대인관계를 유지한다면 교내갈등은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일관성 있는 교육을 담보하는 것으로 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가정이든 사회든 마찬가지다. 자신의 성격을 준거 삼아 주변과 지속적으로 갈등하며 상처를 받고 교회에서 위로의 하나님을 찾는 것은 “쫌 그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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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므리 왕조의 빛과 그림자 |
왕국의 쇠퇴와 분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