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작성일 : 13-12-23 21:07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지치게 만드는 사회

‘학교 폭력 승진 가산점 쟁탈전 벌이는 교무실’


신문 기사를 읽다가 부끄러움과 동시에 화가 밀려온다. 점수 좀 얻겠다고 추태를 벌이는 일부 교사들을 향한 게 아니다. 승진 점수라는 떡밥을 던지면 학교 폭력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교육부의 단순함이요. 정책 시행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교사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승진이라는 교사들의 약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데서 오는 아픔이다. 말하자면 학교폭력이 만연한 것은 교사들의 문제 해결 의지가 없는 것이며 의지 고양을 위해서는 적절한 미끼가 필요하고 가장 효율적인 미끼는 승진 점수라는 것이다. 교사들의 약한 고리를 정확히 진단했고 대책도 그에 준하여 내놓았으나 결과적으로 틀렸다. 학교 폭력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승진 점수 부과는 교사 간 유대 관계를 흐트러뜨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탁상공론이다. 전체 교원의 40%에게만 부과하기로 했다면 왜 40%인지, 평가 기준은 무엇인지, 기준의 신뢰성이나 타당성은 담보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했어야 했는데 추상적인 말로 하달하고 그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 넘겨 버렸다. 0.01점을 얻기 위한 생존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 올해 처음 도입된 학교 폭력 유공 교원에 대한 0.1점 부여는 큰 매력이었다. 얼마나 폐해가 심각했으면 철학을 달리하는 교총과 전교조에서도 공식적으로 교육부의 정책 철회를 요구했을까.
 
이는 경쟁 문화의 근본이 하나님과 같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임을, 그 정점에 학교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직위의 차별이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는 실례다. 전체 교원의 5% 남짓이 장(長)이 되는 현실에서 승진하지 못하는 95%는 패배자며 무능한 인물로 낙인찍힌다. 때문에 너도 나도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승진 점수를 채우기 위해서 점수가 부과되는 업무를 맡아야 하며 필수적으로 관리자에게 청탁을 해야 한다. 필자가 청탁 시즌에 교장과 면담을 요청하여 청탁 대신 기존의 제도적 방안 준수를 건의했으나 “모든 교장은 자신에게 충성할 사람을 원하고 부하 직원이 (충성)입장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말로 더 이상의 진척은 없었다. 아울러 경기도교육청에서 주도하는 ‘불합리한 학교 관행 문화 및 제도 개선’ TF팀원으로서 업무 배분에 있어서 기존의 제도적 방안을 실제화 하여 청탁을 없애자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팀장인 교감, 교장들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못했다.
사회는 첨단을 달리나 왕조시대의 철학과 향수에 젖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높은 곳을 탐하는 교직 문화는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전파되고 답습된다. 우리사회가 발전한 것은 경쟁의 결과라는 생각은 몸에 배인 습성을 통해 암암리에 전수된다. 이른바 잠재적 교육과정이다. 대상관계이론의 대가인 클라인(Klein)의 말을 주제에 맞게 변용하여보자. 교육과정의 이상향과 어울리지 않게 교사나 부모가 경쟁에 매몰되어 일관성 없는 교육(양육)태도를 강요하게 된다면 학생들은 좋음과 나쁨을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에는 심리적 불안과 공포가 더욱 증가하여 폭력적인 태도가 나타날 수 있다. 물론, 경쟁이라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도가 과해 사회적 비용이 과도한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경쟁의 낙오자가 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며 자포자기적인 삶을 사는 사람도 많다. 경쟁에서 뒤쳐졌다고 생각될 경우, 불만을 쌓아두었다가 가벼운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위 ‘묻지마 폭력’이다. 학교 폭력의 경우도 이에 준한다. 학생들은 자기의 성취도가 등급으로 매겨지고 수치화하여 서열이 정해지는 경험을 통해 그것이 인격적 잣대로까지 간주되는 경향에 분노한다. 그래서 학교 폭력을 교사들의 승진 점수로 해결하고자 하는 교육부의 꼼수는 비교육적이며 포괄적 접근법도 아니다.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가상하나 다수를 힘들고 지치게 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모두 내게 오너라. 그러면 내가 너희를 쉬게 할 것이다.”(마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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