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여성의 지위
여성에 대한 안수의 정당성
1. 구약시대의 남성과 여성의 관계
두 번째, 심판을 통한 남성과 여성의 관계
구약의 이스라엘 국가에는 지도력을 필요로 하는 선지직과 제사장직 그리고 왕직에 해당하는 세 가지 종류의 직무가 있다. 이 모든 직무는 직분자를 세울 때 감람나무의 기름을 붓는 특수한 의식을 시행하여 하나님께서 지명하여 세우신 하나님의 사역자들임을 공시한다. 그런데 여성의 리더십에 대한 역할을 반대하는 자들은 제사장과 왕의 직무 수행에서 여성들이 제외되었다는 근거를 구약성경을 들어 제시하고 있다. 즉, 여성들이 왕과 제사장의 직무를 담당한 적이 없기 때문에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왕직과 제사장직은 남성 고유의 특권이며 선지자의 직무보다도 우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구약에서 기름을 붓는 제사장직과 왕직 그리고 선지직은 장차 기름부음 받은 자로 오실 그리스도를 약속하고 있는 계시적 의미이지, 현대 교회의 목사와 장로 직분과 연계해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기름부음 받은 자’란 말은 히브리어로 “메시아”이고, 헬라어로 “크리스토스”이며, 구약에서는 보통명사처럼 사용되기도 했으나 신약에서는 오직 성자(聖子)에게만 사용되는 고유명사이다. 그리고 구약의 선지직과 왕직 그리고 제사장직은 성자께서 성취하실 그리스도의 직임으로서 하나님을 계시하기 위한 방편인데,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서 모형적으로 계시된 구약의 세 가지 직분을 목사나 장로의 직분과 연계시켜 해석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해석학적 오류이다. 더군다나 제사장직에서 여성이 제외된 것을 남성 고유의 리더십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로 인용하거나, 여성의 리더십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선지직과 제사장직에 대한 직무상의 차등을 둔다는 것은 종교개혁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칼빈은 로마 가톨릭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교황의 절대성을 반박하며 만인제사장(벧전 2:9) 이론을 주창했다. 만인제사장이란 교황만이 제사장의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면 누구든지 하나님 앞에 나갈 수 있는 자격과 역할이 부여된 자를 뜻한다. 그래서 개혁주의 정신에 입각한 제사장의 직무는 특정한 직임이나 -목사와 같은- 성별에 따라서 남성에게만 제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약 남성의 지배권과 여성의 종속성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제사장직과 선지직에 차등을 두어 구별한다면, 기름부음을 받는 삼직 상호간에 가치 차등이 있다는 말이 되며,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한 계시적 방편으로서의 삼직에도 차등이 있다는 것이 된다. 하나님을 알게 하기 위한 계시적 차원에서의 삼직은 가치 비중의 차등이 있을 수 없으며, 제사장직이나 왕직은 여성이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선지직 보다 우월하다는 논리도 유치한 여성 비하의 발상이다. 바울은 ‘하나님의 주신 은사와 직임에는 가치 비중의 차등이 전혀 없으며 도리어 취약하게 보이는 은사가 더 요긴하고(고전 12:22~27) 은사와 직임의 출처와 주관자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모든 것이 동등하다’고 주장한다(고전 12:4~6).
제사장 직무와 선지자 직무에 차등을 두어 그것이 성별에 따른 우위의 판별 기준이 된다면, 직임에 따라 차등을 두고 차별화된 권위를 부여하는 이층 교회관과 유사한 제도 밖에 될 수 없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도 직임에 따라서 차별화된 권위를 부여하고 그 직분의 권위를 통해서 지배자로 행세하는 경우가 공공연하다. 그래서 ‘목사’를 기름부음 받은 종으로, 하나님의 전권대사이자 구약의 제사장 신분과 동일한 사역을 집행하는 특권층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목사는 기름부음 받은 종이 아니며, 제사장도 아니고, 특수한 권위와 사역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름부음을 받은 자’란 성자(聖子) 그리스도에게만 한정된 고유명사이며 유일한 직임일 뿐, 목사에게까지 적용되는 보통명사가 아니다. 목사는 가르치는 일을 하는 자로서 직책의 권위로 성도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 자체의 권위로 성도들을 지도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직임은 모든 것이 동등하며 교회의 유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며,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분류하여 지도층이 피지도층을 직분의 권위로 지배하고 군림하려는 오만한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구약의 선지직과 왕직 그리고 제사장직은 성자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한 신학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며, 직분 상호간에는 차등이 없고, 남성과 여성의 리더십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구약의 삼직을 근거로 해서 남성의 지배권을 확보하려 하거나 여성의 리더십에 대한 열등성을 주장하려는 태도는 해석학적 착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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