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 제국의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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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술계의 흐름인 통섭(統攝)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학문 간 소통과 융합을 뜻한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지식의 대통합』이 번역되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이 용어는 19세기 영국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윌리엄 휴얼이 처음 사용하였는데, 그는 사실과 사실을 통합하는 새로운 개념의 진화론적 출현에서 귀납의 가치를 파악하였다. 더 소급해 올라가면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구분이 없던, 논리적 사색을 통해 우주의 근원적 질서를 탐구하고자 했던 그리스 시대의 철학이 자리한다. 알렉산더의 자취는 현대의 연구자들에 의해 제각기 해석되나, 분명한 것은 그가 마케도니아의 왕 혹은 코린트 연맹의 우두머리에 만족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며, ‘하나의 세계’를 꿈꾸었던 대왕은 정복한 영역의 내적 통합을 지향해 나갔다.
알렉산더가 세운 총독을 태워 죽인 폭동의 결과로 참정권 없는 낮은 위치로 전락한 사마리아와는 달리 별다른 저항 없이 알렉산더를 맞아들인 대가로 예루살렘은 평화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헬라 제국의 지배 아래 세 대륙이 교차하는 요지를 향해 그리스인들이 이주해 오면서 점차 이방의 언어와 문화가 침투해왔다. 그리스와 동방의 문화가 융합되며 세계시민주의라는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 현세적 헬레니즘의 전파는 보수적인 이들에게는 개탄할 일이었지만 젊은 층들에게는 세련된 매력의 자극이었다. 인본주의적 다신교는 유일신주의와 충돌하였고, 시일이 흐를수록 흩어진 각 처에서 정복자의 문화에 젖어든 헬라파 유대인과 전통적 율법을 고수한 히브리파 유대인 간의 갈등이 불거지게 되었다.
질적으로 하나 된 제국을 위해 알렉산더는 수사(수산)에서 다리우스 3세의 딸을 아내로 맞는 동시에 부하 1만여 명과 페르시아 여인들의 결혼을 독려하였으나, 제국의 중핵이 될 그리스-페르시아 혼합 지배층 확립의 소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간구와 승리를 예표하는 느헤미야의 기도(느 1:4)와 모르드개의 영광(에 8:15)이 서린 도성 수사는 다니엘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있는 곳이자 그가 성민나라의 일차적 징조와 관련된 환상을 본 장소였다. 강대해 가던 정점에서 숫염소의 큰 뿔이 꺾이고 대신 현저한 뿔 넷이 사방으로 돋는(단 8:8) 이상(異像)의 묘사는 세계통일을 향한 수사의 꿈이 꺾일 것에 대한 예언이자 역사의 주관자를 명시하는 선언이었다.
알렉산더의 임종 시(주전 323) 옥새를 받고 실권을 쥔 페르딕카스는 자신의 정통성을 모색하던 중 급사했으며, 이어 전반적 지배권을 행사했던 이는 ‘외눈박이’ 안티고노스였는데, 그 아들 데메트리오스와 함께 옛 제국 전체를 장악하려 했던 시도는 301년 소아시아 중부의 입소스 전투에서 가로막힌다. 알렉산더 사망 당시 마케도니아의 섭정이었던 안티파테르의 아들 카산드로스, 바빌로니아의 셀레우코스, 트라키아의 리시마코스,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의 네 디아도코이(후계자, 遺將)는 동맹을 맺고 안티고노스를 폐사시켰고, 이후 사분(四分)된 제국의 구도는 281년 코루페디온 전투에서 리시마코스가 셀레우코스에 의해 전사하기까지 유지된다. 306년경부터 디아도코이들이 왕을 자칭했던 사실을 참조할 때, 다니엘서의 현저한 ‘뿔’ 넷은 네 계승국가의 통치자들로 성취되었음이 더욱 분명해진다.
일사불란한 계서적 체제를 갖춘 로마 가톨릭과 대비되는 기독교의 사분오열에 세상은 손가락질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심각한 분란을 겪던 고린도 교회에 바울은 일치의 요건을 밝히면서 외려 너희 중에 편당이 있어야 - 가톨릭의 공로주의에 반기를 들었던 루터의 예처럼 - 옳다 인정함을 받은 자들이 나타날 것(고전 11:19)이라 교훈한다. 이러한 역설은 성경이 말하는 단합이란 인간 관점의 보기 좋은 통일성이 아님을, 단합의 주체란 심거나 물주는 사람이 아닌 오직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뿐임을 시사한다. 완전하다 자고하는 인간 중심의 모든 통합을 흩뜨리시며, 불완전한 죄인을 간과(看過)의 은혜로 믿어주셔서 감격으로 세워가시는 하나님의 법이 그 마음에 있는 성도의 걸음에는 결코 실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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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재규 자유기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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