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교회란 무엇인가?①
언어의 혼잡이 인간의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지대하다. 특히 인간의 정신세계를 좌우하는 영혼문제와 밀접하게 관게되어 있는 종교적인 언어들은 더욱 그러하다. 기독교에 있어서 언어에 의해 신앙적인 혼란을 심하게 일으키는 경우들이 허다하게 많이 있으나 그 가운데 하나가 ‘교회’라는 단어이다. ‘교회’라는 단어는 기독교의 대명사처럼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인간의 소중한 영혼을 병들게 할만큼 신앙적인 혼란을 심하게 일으키고 있다. 물론 ‘교회’라는 단어의 의미가 이렇게 혼잡해진 것이 하루이틀 사이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약 2천년 동안 흘러온 교회역사와 함께 이뤄진 것이다.
기독교 초기에는 교회에 대한 견해에 약간의 이견이 있기는 했지만 비교적 건전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4세기 경 로마 제국의 콘스탄틴 황제에 의해 기독교가 공인을 받게 되자 교회는 크게 번창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로마 교회는 교회에 대한 새로운 제도와 교리를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변질시키고 조작해서 대중들을 세뇌시키기에 급급했다. 그 결과 중세 천년이 지나는 동안에 교회는 교회가 아닌 교회로 탈바꿈이 되어 버려 전혀 새로운 형태의 교회로 완전하게 둔갑해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16세기에 접어들면서 종교개혁 운동이 일어나 교회에 대한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하여 온갖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개혁운동은 천년세월이 넘게 뻗어온 중세 로마교회의 오랜 제도적 전통과 형식의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개혁자들은 로마교회의 잘못된 제도적 전통과 형식을 배제하려고 노력은 했으나 상당한 부분에서 그 잔재들을 남겨놓은채 후대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게 된 것이다. 그런데 종교개혁 이후, 수백년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에 개혁교회는 전통과 형식, 그리고 교리적인 면에서 상당한 부분이 다시 로마교회화 되어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 한 예를 들면, 로마교회가 성당에서의 형식적인 미사 중심의 신앙행위를 하는 것처럼, 개혁교회도 소위 성전에서의 형식적인 예배 중심의 신앙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개혁의 근본 정신은 형식에서 내용으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의 개신교가 부분적인 제도나 교리적인 차이 때문에 교파를 달리 하고는 있으나 진보주의 교회나 보수주의 교회를 막론하고 거의 내용이 없는 형식적인 제도에 치우치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로마교회 곧 구교와 신교의 차이를 크게 보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보수적인 개혁신학자들만이 근본적인 교리적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일반 대중들은 도리어 구교가 신교보다 더욱 경건하고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기독교에 대한 위기의식을 더욱 심각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 교회가 본질적인 의미를 상실한채, 낡아빠진 제도와 형식만을 중시 여기는 형태는 진정한 교회의 파괴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주제 아래 교회의 본질적 의미를 성경으로 재조명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본 논고에서는 지상에 현존하는 교회를 중심으로 성경적인 견해를 정리해 보기로 하겠다.
교회에 대한 바른 견해를 갖기 위해서는 먼저 그 말이 지니고 있는 뜻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순수한 뜻을 알아보려면 신·구약 성경에 사용되고 있는 ‘교회’라는 단어에 대한 원문의 의미를 분석하여 그 말이 어떠한 뜻을 가지고 있는가를 근원적으로 알아보아야 한다.
구약성경에서는 ‘교회’라는 말이 히브리 원어로 ‘카할’이라는 단어와 ‘에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두 단어 가운데 ‘카할’이라는 명사는 ‘소집하다’ 또는 ‘모으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카할’이라는 동사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집회’ 또는 ‘회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에다’라는 명사는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서 함께 만나다’ 또는 ‘함께 모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야아드’라는 동사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모임’ 또는 ‘회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두 단어는 모두가 동일한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이스라엘 백성의 집단’ 또는 ‘이스라엘 백성의 총회’를 가리키는 명사들인 것이다.
신약성경에서는 ‘교회’라는 말이 헬라 원어로 ‘엑클레시아’라는 단어와 ‘쉬나고게’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두 단어 가운데 ‘엑클레세아’라는 명사는, 장소나 근원을 나타내는 전치사 ‘엑크’라는 단어와 ‘초청하다’라는 단어가 합해져 이루어진 합성어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회중’ 또는 ‘모인무리’라는 뜻이다. 그리고 ‘쉬나고게’라는 명사는 ‘∼함께’ 또는 ‘∼같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전치사 ‘쉰’이라는 단어와 ‘인도하다’ 또는 ‘끌어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동사 ‘아고’리는 단어가 합해져 이루어진 합성어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기독교인의 모임이나 집회’ 또는 ‘유대교 회당의 집회’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들 두 단어 역시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는 것들로서 ‘택자들의 회중’ 또는 ‘택자들의 모인 무리’를 가리키는 명사들인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교회’라는 말의 뜻을 종합해서 언어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하나님께서 특별히 ‘택하신 자들을 불러 모으신 모임’이라고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다.
구약성경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을 특별히 택하셔서 그 후손을 애굽에서 불러내어 모아 주셔서 ‘이스라엘 회중’을 이루게 하시고, 신약성경에서도 하나님께서 창세 전에 선택한 백성을 죄악 세상에서 특별히 불러내어 그리스도 안에 모아 주셔서 ‘성도의 회중’을 이루게 하셨다. 따라서 구약에서의 ‘교회’라는 말은 ‘이스라엘의 회중’을 의미하고, 신약에서의 ‘교회’라는 말은 ‘택한 자의 회중’을 의미하는 말로 이해가 된다’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그 본질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의 본질에 대한 문제는 역사적으로 많은 논란이 야기되었던 문제이다. 2세기 말에 이단들의 발흥으로 인하여 교회가 외면적 조직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게 된 나머지 그 여파로 중세 로마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그 결과 중세교회는 그 본질에서 벗어난 교회 아닌 교회로 둔갑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와같이 빗나간 교회로부터 벗어나기를 시도했던 개혁파 교회는 상당한 부분에서 교회의 순수한 본질을 회복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나 18세기 후반에 전성기를 이룬 계몽주의 영향을 받아 성경에 대한 고등비평이 가해지면서 개혁파 교회 역시 성경적인 교회의 본질에서 멀어져 가는 교회로 변모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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