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1장 1~11절 솔로몬이 해 아래서 인생들의 모든 수고가 헛되다고 한 이유
1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2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3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4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5 해는 떴다가 지며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6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7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 8 만물의 피곤함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하는도다 9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 10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오래 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11 이전 세대를 기억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가 기억함이 없으리라
본문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솔로몬으로 해 아래서 인생들의 수고가 헛된 이유에 대하여 노래하도록 섭리하시는 내용이다.
1∼3절은 본서의 저자로 소개된 솔로몬이 해 아래서 모든 수고가 헛되다고 노래하는 내용이다. 전도서는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은 솔로몬을 가리킨다. 솔로몬은 여호와께서 언약대로 세우신 다윗왕가의 왕위를 계승하여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의 왕위에 오른 자이다. “전도자”라는 말은 ‘소집자’, ‘강연자’ 또는 ‘전도자’라는 뜻으로서 백성을 소집해서 지혜의 말씀을 가르치는 자를 말한다. 솔로몬은 다른 많은 민족들의 왕들은 물론 자기 백성과 신복들에게 지혜의 말씀을 가르친 자이다.(왕상 4:34; 10:1∼8) 전도자 솔로몬은 말하기를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노래했다. 여기에서 “헛되다”라는 말은 ‘텅 빔’, ‘공허’, ‘덧없음’, ‘헛됨’ 등의 뜻으로서, 아무런 의미와 가치가 없는 것을 말한다. 솔로몬이 “헛되다”는 말을 거듭거듭 반복하는 것은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와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솔로몬은 계속해서 모든 것이 헛되므로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하겠느냐는 뜻으로 말을 이었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여 얻은 것이 헛되므로 수고도 아무런 유익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 “해 아래서”라는 말은 영원한 것을 전제하지 아니한 시·공·형의 인간세계만을 한정해서 일컫는 문학적 표현이다. 인간이 수고하며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과 형상세계는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우주 가운데 태양계에 속한 것으로서 해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는 것이다. 솔로몬은 영원한 것을 배제한 상태에서 영원하지 못한 해 아래서의 모든 것은 그 존재 의미나 가치가 없기 때문에 헛되다는 뜻으로 노래한 것이다. 해 아래 속한 모든 것은 영원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배제하면 헛되고 헛된 것이다. 따라서 솔로몬이 해 아래서의 모든 것이 헛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은 일반적인 허무주의(虛無主義) 사상에 동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영원한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허무주의는 무신론 사상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솔로몬은 무신론 사상에 기초하지 아니하고 유신론 사상에 기초하여 노래한 것이다. 이렇게 본서의 저자로 소개된 솔로몬은 해 아래서 모든 수고가 헛되다고 노래했다.
4∼8절은 솔로몬이 모든 것이 헛된 이유는 운행을 계속 반복하는 만물이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노래하는 내용이다. 솔로몬은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라고 노래했다. “한 세대는 가고 한세대는 오되”라는 말은 시간이 계속 흘러서 세대가 교체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땅은 영원히 있도다”라는 말은 지음을 받은 땅이 없어지지 아니하고 영원토록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라, 흐르는 세월에 비해 땅이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역사 이래 한 세대가 가면 한 세대가 오는 것을 반복했다. 곧 다윗왕의 세대가 가고 솔로몬왕의 세대가 오듯이, 역시 솔로몬왕의 세대가 가고 아들 르호보암왕의 세대가 도래한다는 사실을 의중에 두고 노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세월은 계속해서 지나가지만 땅은 오래도록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는 뜻으로 노래한 것이다. 그리고 “해는 떴다가 지며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라고 노래했다. 이는 지구의 자전(自轉)을 부인하는 비과학적 표현이 아니라, 지구에서 본 해의 현상에 대한 시문학적 표현으로서 운행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태양의 현상을 노래한 것이다. 그리고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라고 했는데, 이는 목적하는 방향도 없이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바람 부는 현상을 노래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고 했는데 이는 역시 끊임없이 흘러도 바다를 채우지 못하면서 계속해서 바다로 흘러만 가는 강물의 현상을 노래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솔로몬은 만물의 피곤함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노래했다. 곧 해와 바람 그리고 강물뿐만이 아니라, 운행을 계속 반복하는 모든 만물의 피곤함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다는 뜻으로 노래한 것이다. 그러면서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않는다고 노래했다. 인생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으로 욕심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만족을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솔로몬은 인생들이 운행을 계속 반복하는 모든 만물의 현상을 보고 그 소리를 들으나 만족함이 없다는 뜻으로 노래한 것이다. 이러한 노래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만물을 운행하시는 역사섭리를 근거로 솔로몬 스스로가 실제로 생활 속에서 직접 경험을 통하여 깨달은 것으로 여겨진다. 일찍이 솔로몬은 자기 귀를 즐겁게 하려고 노래하는 남녀를 두기도 하고(전 2:8), 자기 눈을 즐겁게 하려고 눈이 보기 원하는 것을 금하지 아니한 사실이 있다(전 2:10).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만족을 주지 못하므로 모든 것이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며 무익한 것이라고 노래한 것이다(전 2:11). 이렇게 솔로몬은 모든 것이 헛된 이유가 운행을 계속 반복하는 만물이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노래했다.
<다음호에 계속>
참고문헌 박용기, 『성경강론 8권』(진리의말씀사), p.4425~p.4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