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문화

 
작성일 : 14-06-29 20:1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삶을 품위있게 살아내는 방법

<심플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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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가게를 다른 옷차림으로 방문했던 적이 있다. 어떤 날은 단단히 꾸며서, 어떤 날은 갓 해산한 산모 마냥 머릴 풀어헤친 채로. 말끔하게 하고 간 날은 직원들이 날 관찰하거나 살피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필요를 채워주었고 물음에 답해주었다. 그렇지 않았던 날은 좀 달랐다. 응대하는 눈빛이나 말투가 지나치게 세세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일이 검토 당하는 것 같았다. 심하게는, 불친절을 넘어서 공격적이라고까지 느꼈다.
있어 보이는 고객에겐 친절하고 그렇지 못한 고객은 냉대한다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습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본인이 스스로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그리하여 깨끗하게 몸을 씻고 좋은 옷을 입고 차림새를 단정히 하였을 때 나오는 기운이나 분위기 같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심플하게 산다>는 그러한 단순한 삶의 진리 같은 것들을 간결하고 적확하게 정리해 주는 책이다. 내 삶 안팎을 정리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앞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를 설득력 있게 밝혀주고 있다.
이를테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나를 정결히 하고, 좋은 품질의 옷을 입고 머리를 예쁘게 했을 때 그것이 나의 마음가짐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 말이다. 사고 싶은 소파가 비싸니 일단 싼 것으로 사서 쓰다가 바꾸려고 하는 경우, 싼 것에 몸도 마음도 익숙해져 버린다는 사실, 충동적으로 산 물건을 보며 아까워하고 죄책감을 느낄 바엔 그것을 버리더라도 눈앞에서 없애는 것이 훨씬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는 사실, 티브이나 핸드폰 때문에 시간을 수동적으로 운용하게 된다는 사실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얼마 안 되는 것들은 훌륭한 품질의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소재들로 된 것으로 하고 나머지는 그저 지켜보는 것으로 그치라고. 특히, 이 책에서 가장 예리하게 파고드는 소유에 관한 고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에리히 프롬의 ‘소유나 삶이냐’를 인용하며, 꽃을 꺾어 집에 가져오는 것은 소유의 행위이고 꽃을 그것이 어우러진 자연과 함께 음미하는 것은 삶의 행위라고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삶의 방식이 매우 힘든 것임을 소리 없이 항변했다.
즐거이 하는 취미생활 중 하나는 ‘소비’이다. 소비는 상품을 구경하고 그 디자인과 가치를 음미하고 탐하며 그에 대한 재화를 지불해 내 손안에 넣기까지의 행위를 일컫는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가지고 난 후에 심드렁해지는 자신을 종종 보며, 사실 나는 소비하는 그 순간의 쾌감을 즐기거나 혹은 그것을 소유했음에의 안도감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어졌다. 결국 욕구 중의 하나를 해소하는 행위 정도에 그만큼의 돈을 쏟아부었다는 이야기다. 현대인의 소비행태라는 것은 결국, 소유 ‘욕’을 충족하기 위함이고 이 욕구는 끝없이 증식하여 또 다른 소유 욕구를 불러오기를 반복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기 중심성이라는 것이 있다. 이 자기 중심성의 다른 이름이 ‘에고’라고 한다. 에고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판단하고 욕심을 부린다. 끊임없는 욕구가 생겨나는 것이 모두 에고가 저지르는 일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죄성의 여러 모습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죄성의 궁극에는 이기주의가 있고, 그 무시무시한 이기주의가 ‘내’가 원하는 것들을 엄청나게 빨아들이려는 것이다. 태초에 아담이 선악과에 대한 죄의 추궁을 하와에게 떠넘겼던 것도 ‘나’만 살아야 한다는 이기주의에서 기인한다. 사라를 누이라 속인 아브라함도, 충복의 아내를 탐한 다윗도,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도 모두 ‘나’에게 충실하고 ‘나’를 중심에 두었었다.
육체를 입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서 백 퍼센트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성경 속 지혜를 가까이 두어 사상과 사고와 해석체계가 하나님 중심으로 옮겨가게 되면 성령의 소욕이 강해져 이 어마무시한 물질계의 유혹도 서서히 물리치게 된다.
지금 한창 돈 쓰는 재미에 빠져있는데다, 물건 자체의 상품가치보다 그 물건이 가진 이미지를 팔기 위해 디자인의 퀄리티를 높여대는 기업들로 인해 그야말로 버둥거리는 모든 작금의 소비자들에게 성경은 보다 궁극적이고 근본적인 마음의 해결을 가져다 준다. 자주 접하면 접할수록, 무분별한 과소비를 줄일 수 있는 마법의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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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거짓, 너에게는 진실
누, 누구냐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