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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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2-28 10:03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이수정이 만난 츠다센과 니지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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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에 하나님의 일꾼을 세우고 훈련하는 귀한 사역을 하는 오사카신학대학(학장 김건종 목사)이 있다. 필자는 1년에 2차례 여기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번 학기는 2024년 2월 22-23일 양일간 ‘선교의 역사’와 ‘기독교 역사’를 강의했다. 강의 전날 밤 강의 준비 중에 가슴이 벅차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것은 조선의 마케도니아인 이수정 선교사(1842-1886)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이수정은 한국 교회사에서 성경번역자(1884년 성경번역)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필자의 가슴을 멍하게 했던 이유는 이수정이 만난 주변의 일본인이 대단한 하나님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 사람은 츠다센(津田仙)과 니지마조이다.

이수정이 츠다센을 만나게 된 배경은 이수정이 1882년 신사유람단과 함께 일본으로 다녀온 후 다시 일본에 가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일본 농학박사이자 개신교 신자였던 츠다센을 만났고 그가 준 성경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복음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이수정에게 한문 성경을 전해주며 “공자의 빛은 호롱불과 같아서 방안만 비추는 빛이라면, 예수의 말씀은 온 세상을 밝힐 수 있는 태양과 같다”고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이수정은 츠다센의 집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에 거실에 걸려있던 한문 족자를 보게 되었다. 그 족자는 마태복음 5장에 나오는 산상수훈의 내용이었다. 츠다센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이수정에게 족자 글귀가 적힌 성경을 선물하게 된다. 그는 츠다센이 준 성경을 읽으며 결국 하나님을 믿게 된다. 결국 1883년 4월 29일 도쿄의 로게츠쵸(霜月町, 현재 시바교회)교회에서 야스카와 토오루(安川 亨) 목사에게 세례를 받았다. 츠다센을 만나 복음을 알게 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수정은 1883년 5월 동경에서 모인 제3회 전국기독교도 대친목회라는 대집회에서 한국어로 기도를 하였다. 당시 이 집회에 참석했던 일본의 대표적인 기독교 지도자 우치무라 간조는 이때의 감동을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그는 자기 나라 말로 기도했는데 우리들은 그 마지막에 ‘아멘’ 하는 소리밖에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그 기도는 무한한 힘을 가진 기도였다. 그가 여기 출석하고 있다는 사실과 또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 장소와 광경을 한층 더 오순절과 같이 만들어 주었다. 우리들의 머리 위에 무언가 기적적이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온 회중이 느꼈다.” 일본의 3대 여자 명문대학으로 쓰다주쿠대학(津田塾大学), 오차노미즈여자대학, 나라여자대학이 있다. 이 대학은 일본 여성 명문 교육 엘리트의 요람이다. 이 명문 사립대 중에 일본 도쿄도 코다이라시에 위치한 4년제 여자대학 쓰다주쿠대학의 설립자가 츠다센의 딸 쓰다 우메코(津田梅子)라는 사실은 일본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다. 우메코는 1871년 일본 국가 유학생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만 6세의 나이에 미국 유학한 이후 귀국하여 일본에서 교수직을 하다가 현재 쓰다주쿠대학의 기원이 되는 여자영학숙(女子英学塾)을 설립했고, 일본 여성 고등교육의 선구자가 되었다. 2024년부터 일본 5000엔 지폐에 우메코의 인물이 들어간다고 한다. 일본 1억2천260만 명에 해당하는 인구 중에 크리스천의 숫자가 190만밖에 되지 않는 것을 우리가 안쓰럽게 여기지만, 이수정에게 복음을 전한 일본인 츠다센과 그의 딸 우메코를 보면서 밀려오는 감동을 억누르기 힘들다. 하나님의 역사와 섭리의 세밀함과 장엄함에 기분 좋은 아침을 오사카에서 시작한다.

일본 근대 역사 속에 기독교 역사의 흔적이 적지 않다. 이수정이 만난 일본 크리스천 츠다센과 더불어 알게 된 또 다른 감동의 인물이 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또 다른 사람은 니지마 조(新島 襄)이다. 니지마 조는 일본의 개신교 목회자이자 교육자이다. 그는 미국의 명문 애머스트 칼리지와 앤도버신학원을 유학했으며, 귀국 후 교토에 명문 사립대학인 도시샤대학(Doshisha University, 同志社大学)을 설립한 사람이다. 한국의 민족시인 윤동주와 정지용이 유학한 대학으로 유명한 이 대학을 지난번 일본 사역자 양동훈 목사와 김세진 목사와 같이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학교 식당 천정과 캠퍼스 곳곳에 성경 구절과 설립자 니지마 조가 좋아하는 성경 메시지가 여기저기에 있어서 나에게는 이것이 뭐지 하는 어리둥절한 충격이었다. 니지마 조는 메이지 시대의 6대 교육자(明治六大教育者) 중 한 명으로 아내인 니지마 야에(新島八重, 2013년 NHK 대하드라마 ‘야에의 벚꽃’의 여주인공)와 함께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일본 역사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크리스천이다. 지금도 일본 교토에 있는 도시샤대학교의 니지마조 기념관에 가면, 이수정의 신앙고백적인 시(詩)가 남아 있다. 이 시는 이수정이 도시샤대학의 설립자이자 목사인 니지마조의 설교에 감동을 받고 그에게 써 준 것이라고 한다. 이 시구 속에서 이수정의 잔잔한 신앙고백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人有信心如木有根(사람에게 하나님을 믿는 마음이 있는 것은 나무에 뿌리가 있는 것과 같고) 不有仁愛根枯木萎(사랑함과 어짊이 없으면 그 나무뿌리가 마름과 같도다) 愛之於心如水潤根(사랑하는 마음은 물과 같아서 뿌리를 윤택하게 하나니) 秋冬葉落其根不朽(가을과 겨울에 나뭇잎이 떨어져도 그 뿌리가 마르지 아니하고) 當春發生花榮葉茂(항상 봄과 같아서 싹이 나고 꽃이 만발하여 잎에 무성하도다) 敬天信道花爲成實(하나님을 섬기고 도(복음)를 믿음은 꽃이 열매 됨과 같으니) 壘壘滿枝孔甘且碩(가지마다 늘어진 열매로 즐겁고 풍성하여) 幹如松栢霜雪不凋(줄기는 송백과 같아서 서리와 눈에도 시들지 않도다). 이 시를 보면 믿음을 뿌리가 견고하고 열매가 무성한 나무로 비유하는 니지마 조의 설교에 감동한 이수정 자신의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이수정이 츠다센을 만나 복음을 알게 되고, 일본 기독교의 지도자 우찌무라 간조와 니지마조를 만난 것은 이수정에게는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큰 선물이며 은혜였을 것이다. 이수정이 일본에서 만난 이 하나님의 조선 복음화를 위하여 이미 예비하신 섭리적 사건을 통해 한국 교회는 일본 복음주의자들에게 큰 사랑과 복음의 빚을 진 것을 우리 한국 교회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수정은 미국 교회에 조선에 선교사 파송을 요청하는 편지를 쓰게 되고, 미국 북장로교회 해외선교부는 이수정의 편지를 계기로 언더우드를 한국을 위한 선교사로 임명하게 된다. 한국에 선교사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일본 땅에 이수정 그리고 중국 땅에 존 로스를 통해 성경이 번역된 사실은 다른 기독교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아주 특이하고 놀라운 일이다. 이것이 지난 과거의 기독교 선교와 부흥의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아주 특이한 사실이다. 한국 선교의 시작을 장로교의 언더우드와 감리교의 아펜젤로 기억하는데, 한국 선교사가 조선 땅에 오게 된 이유가 일본의 이수정의 편지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번 기억하고, 이 일이 가능하게 된 역사적 상황이 이미 일본 땅에서 벌어진 츠다센과 니지마조와 같은 일본 복음주의자들의 헌신과 수고로 이루어진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Knox Kwon (신앙과 사회문화연구소 소장, 총신대학교 교수)

성전(聖殿)을 정화(淨化)하신 예수(I)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나사렛 예수(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