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문화

 
작성일 : 21-07-21 21:03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찬송가 「내 평생에 가는 길」

(통일 470장, 새 413장)


사도 바울이 로마에서 2년간 투옥되지 않았더라면 신약 성경 중 옥중서신에 해당하는 에베소서, 골로새서, 빌레몬서, 빌립보서 등을 쓸 수 있었을까? 크로스비(Fanny Jane Crosby, 1820~1915)가 갓난아이 시절 시력을 잃지 않았더라면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같은 8천여 편의 은혜로운 찬송이 나올 수 있었을까? 왓츠(Isaac Watts, 1674~1748)가 병약하지 않았고, 건강하여 교인들을 잘 돌보는 목회자였다면 ‘주 달려 죽은 십자가’ 같은 찬송시가 나올 수 있었을까? 통일찬송가에 크로스비는 23편, 왓츠는 17편의 찬송이 수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역경 속에서 신앙 간증으로 탄생한 찬송이 많이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찬송은 「내 평생에 가는 길」(통일 470장, 새 413장)이다.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

내 지은 죄 주홍빛 같더라도 주 예수께 다 아뢰면
그 십자가 피로써 다 씻으사 흰 눈보다 더 정하리라.

저 공중에 구름이 일어나며 큰 나팔이 울릴 때에
주 오셔서 세상을 심판해도 나의 영혼은 겁 없으리.

(후렴)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

이 찬송 역시 가사의 평안한 분위기와는 다른 배경에서 태어났다. 이 찬송가의 작사자인 스패포드(Horatio Gates Spafford, 1828~1888)는 미국 태생의 변호사이다. 찬송가 오른쪽 위에 작곡자 이름이 있고 그 위에 ‘빌 드 아브르’(VILLE DU HAVRE)라고 쓰여 있다. 이것은 호화여객선의 이름이다. 이 곡의 작사자인 스패포드는 시카고 미시간 호수 부근의 큰 호화별장에서 살았는데 시카고 대화재로 집을 잃게 되었다. 상심한 스패포드는 아내와 네 딸을 데리고 위로 여행을 떠나려고 일정을 잡았으나 그가 법정관리하던 교회도 다 타버려서 잔무를 처리하느라고 다섯 식구만 먼저 보냈다. 그의 가족이 탄 초호화여객선 ‘빌 드 아브르’호는 항해 도중 영국 여객선과 정면충돌하여 226명의 희생자를 내게 되었다. 그때 그의 아내만 간신히 살고 네 딸을 모두 잃게 되었다. 연속적인 재난에 스패포드는 땅을 치며 통곡도 하고 하나님을 원망도 하다 주님의 위로를 느끼며 차츰 안정을 찾게 되었다. 그는 아내가 요양하고 있는 웨일즈를 향하여 배를 타고 아내를 찾아가게 되었는데, 바로 네 딸을 앗아간 바다를 지나면서 ‘내 영혼이 평안하다’는 시구가 생각나 이 찬송시를 지었다고 한다.

이 찬송의 작곡가 블리스(Philip Paul Bliss, 1838~1876)는 미국의 유명한 찬송가 작곡가(통일찬송가에 그의 곡이 11곡 수록)이다. 이 찬송은 작사자 스패포드가 직접 블리스에게 가사를 주고 부탁하여 작곡하였다. 블리스는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났고 작사자, 작곡자, 가수로 활동하였다. 1855년까지 농부와 나무꾼으로 일하였으나 음악교육을 받은 후 1860년대 중반에 작곡을 시작하였다. 그의 찬송가 11곡 중 ‘속죄하신 구세주를’은 작사만 한 찬송이고, ‘주의 말씀 듣고서’, ‘내 너를 위하여’, ‘내 평생에 가는 길’은 작곡만 한 찬송이며, ‘할렐루야 우리 구주’, ‘달고 오묘한 그 말씀’, ‘하나님 아버지 주신 책은’, ‘주의 확실한 약속의 말씀 듣고’, ‘하나님의 진리 등대’, ‘듣는 사람마다 복음 전하여’, ‘온 세상이 어두워 캄캄하나’ 등은 작사·작곡 모두 한 찬송들이다.
블리스 역시 아내와 함께 여행하던 중 열차 화재 사고로 죽을 뻔하다가 탈출하였는데, 아내가 열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을 알고 다시 구하러 들어갔다가 그도 사망했다고 한다.

찬송가 가사를 살펴보면, 1절은 우리 삶이 잔잔한 강같이 순탄하든지 큰 풍파같이 어렵든지 우리 영혼이 늘 평안함을 노래하고 있고, 2절은 우리 지은 죄가 많더라도 예수님께 아뢰면 십자가의 피로써 깨끗이 속죄함을 받을 수 있음을 노래하고 있으며, 3절은 예수님께서 재림하셔서 이 세상을 심판해도 하나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후렴 부분은 시편 23편의 구절을 연상케 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 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
(시 23:1~6)

후렴 앞부분의 ‘내 영혼 평안해’는 우리 평생에 주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으로 평안을 누리듯 동일한 음으로 표현하였고, 후렴 뒷부분의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는 음이 점점 올라가며 우리가 주님을 향하여 그리스도의 품에 안착하듯 도약진행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찬송은 마음이 평안할 때 많이 부르곤 한다. 그러나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역시 이 찬송은 우리를 평안하게 한다. 이 찬송을 부를 때면 다윗이 대적들에게 쫓기며 언제 죽게 될지 모르는 극심한 상태에서 노래한 위의 시편 23편의 구절이 떠오른다. 이 시편의 구절은 부족함이 없는 하나님,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는 목자이신 여호와 하나님을 발견하게 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김명엽, 『김명엽의 찬송교실』, (예솔).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한용환 장로 (기독교지도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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