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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7-17 16:3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남아공에서 전하는 소식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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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ζ 轺 2013

한여름 더위로 고생하는 한국과는 정반대로 이곳 남아공은 한겨울이 되었다. 물론 한국의 겨울 만큼 기온이 내려가지는 않지만, 한국과 달리 난방시설이 없다 보니 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 내가 아프리카에 와있는 것인지 러시아에 와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체감온도가 내려간다. 지난 일요일, 방학이라 주말엔 도서관도 문을 닫고 집은 너무 추워 공부할 수가 없어서 책을 들고 벽난로가 있는 미국인 선교사 집에 찾아갔다.

앞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 미국인 선교사 재이 스톰스(Jay Stoms) 가족은 말라위에서 13년간 성경을 가르쳤다. 늦은 나이에 복음을 깨닫고 한 장로교 신학교에서 공부를 마쳤는데, 자기를 가르쳤던 교수가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말라위로 떠나자 이 분도 선교에 동참하고 싶어 스승을 따라나섰던 것이다. 그 교수는 말라위에 신학교(아프리칸 바이블 칼리지)를 세우고는 제자였던 재이 선교사에게 교육을 일임한 후 자신은 다시 우간다로 가서 신학교를 세워 복음의 일꾼들을 길러내고 있다. 이 교수는 ‘계약신학과 그리스도’란 책으로도 유명한 ‘팔머 로버트슨’이다.

스승처럼 재이 선교사도 언약신학에 관심이 많은 개혁신학자이다 보니 재이 선교사와는 첫 만남부터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집을 항상 개방해 두려는 선교사 특유의 오픈 마인드로 인해 몹시도 추웠던 그 날도 거리낌 없이 찾아간 것이었다. 거실에 들어가니 선교사의 어린 세 딸도 벽난로 앞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세 명이 옹기종기 모여 즐겁게 책 읽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필자는 아내인 로라 선교사에게 아이들 교육법에 대해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로라 선교사는 필자에게 자신이 사용하는 홈 스쿨링 교재를 보여주었다.

주 교재로는 ‘내 아버지의 세계’(My Father’s world)라는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홈 스쿨링 교재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공교육을 받는 학생들에 뒤처지지 않도록 분기별로 매일 매일의 시간표뿐 아니라 교육내용을 제공한다. 이 책의 신선한 점은 흔히 말하는 ‘국영수사과’를 따로따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성경 배경사 혹은 기독교역사에 통합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이번 분기의 주요 주제는 ‘성경 고대사’였는데, 이번 분기의 교육 내용은 모두 성경의 고대사와 관련된 것으로 제공된다. 예를 들어 한 날의 교육과정을 보면, 매일 아침 첫 시간인 성경 읽기 시간엔 출애굽기를 통해 출애굽 사건의 내용을 읽게 되고, 영어 시간에는 출애굽과 관련된 시편의 시를 통해 영어를 공부하고, 이집트 사회와 이스라엘 사회의 비교를 통해 사회를 공부하고, 출애굽과 관련된 미술작품을 통해 미술을 이해하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분기마다 읽어야 할 어린이용 고전들이 있는데 이 분기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디세이야’도 있었다. 의아해하는 필자에게 로라 선교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고전에 대한 비판적 읽기도 필요해요.”
이러한 교육과정은 다음 분기엔 초대 교회사를 배경으로 그다음 분기엔 중세교회사를 배경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다양한 교재 중, 영어가 제2외국어인 필자에게 영어교재가 유독 눈에 띄었다. 왜냐하면, 우스갯소리로 영어교재가 영어교재인지 성경교재인지 헷갈리게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본문은 모두 성경에서 발췌했고, 문법 연습도, 단어 암기도 모두 성경에서 가져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피킹 연습도 성경의 사건을 정교하게 묘사한 명화를 보고 언어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다양한 성경 중심의 교재와 깔끔한 교사 지침서를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로라 선교사는 음악공부용 노래를 들려주었다. 흔한 동요 같았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동요로 만든 것이었다.

재이-로라 선교사 가정에서 이들의 자녀교육법을 접하며 필자는 세 가지 생각을 곱씹게 되었다. 첫 번째는 자녀를 하나님의 일꾼으로 기르는 일엔 헌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공교육에선 하나님 중심 사상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홈 스쿨링을 고집하며 세 자녀를 고집스럽게 기르는 로라 선교사를 보며 기독교 진리 전파의 핵심인 헌신과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교재의 중요성이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와 신앙 수준에 맞는 성경 중심의 교재가 많아져야만 자녀들을 교육적 필요와 은사에 따라 기독교 세계관에 충실한 일꾼으로 양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교육도구로서 성경신학총서(박용기 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의미분석 성경개론에서 보여주는 성경의 논리적 순서와 구조를 바탕으로 일반학문을 통합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먼 길이지만, 먼 길에 앞서 나 자신부터 우리의 가정교회부터 말씀을 사모하고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게으르지 않고 전념케 해주시길 기도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네가 이것들을 명하고 가르치라. 누구든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고 오직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대하여 믿는 자에게 본이 되어 내가 이를 때까지 읽는 것과 권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에 착념하라

(디모데전서 4:11~13)

변도근 (전 장안중앙교회 교사, 현 Christ Church 초등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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