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이근삼의 개혁주의적 문화신학 (7)
-아브라함 카이퍼의 신칼빈주의적 문화신학 수용-
Ⅲ. 칼빈주의 원리는 하나님 중심 사상
1. 칼빈주의의 특징
3) 계시의존 사상: 신학은 이성의 이론 아닌 믿음의 교리
이근삼은 개혁주의 원리로 계시의존 사상을 말한다. 개혁신학이 말하는 인간의 전적 부패 사상과 구원관은 하나님의 계시말씀인 성경에서 온 것이다. 이러한 계시의존 사상은 화란(和蘭)의 개혁신학자 바빙크(Herman Bavinck)가 말한 것이다. 차영배 교수는 한국신학계에 헤르만 바빙크를 소개했으며 바빙크의 <개혁 교의학>에 근거해 <신학의 원리와 방법>과 <삼위일체론>을 소개했다. 박윤선과 차영배는 바빙크의 강조점에 따라서 계시의존사색과 계시의존신학을 강조한 개혁파 신학자다. 바빙크, 카이퍼를 따라서 이근삼은 계시말씀인 성경을 통한 사색, 계시의존 사상을 천명한다: “인간의 전적 부패를 성경에서 깨닫게 될 때 부패된 인간의 이성으로는 구원을 받을 수 없고, 하나님을 전혀 알 수 없음을 경험하게 된다.” 계시 의존 사색(啓示依存思索, the revelation-relied thinking)을 통해서 “오직 그리스도, 오직 믿음, 오직 은혜로만 구원에 이를 수 있음을 믿을 수 있다.”
계시의존 사상이란 성경에 의한 사색을 말한다. 성경은 하나님의 진리를 아는 유일한 원천이다.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성령의 학교다.” “성령의 내적 증거로 영의 문을 열어 하나님의 계시를 알게 된다. 하나님은 안에서는 내적 증거로, 밖에서는 객관적으로 기록된 말씀으로 일하신다. 말씀은 외적 도구, 성령은 내적 일꾼이다. 하나님은 말씀과 성령으로 인간의 구원을 이루신다.”
이근삼은 개혁주의 신학이란 인간 이성보다 믿음의 영역에 속한다고 본다: “신학이란 믿음의 교리이며 이성의 이론이 아니다.” 믿음의 지식은 단순한 앎이 아니라 확신하는 것이다.
믿음의 지식은 이성 사용의 합리적인 논증보다는 성령의 설득에 의해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확신이다.
4) 전인적 사상
개혁신학은 인간을 하나님 형상으로서 전인적으로 파악한다. 전인성(全人性)이란 인간을 영혼과 신체 두 가지의 구성요소로 파악한다: “성경은 인간관에 있어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이해한다. 그 본질적 의미는 영혼의 순전성(의, 거룩, 지)뿐만 아니라 인간의 육체적 순전성도 고려해야 한다. 즉 인간의 모든 구성요소를 망라한 총체적 순전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근삼은 인간의 어떤 기능이나 활동 영역의 부분적인 것(영혼, 신체 등)이 아니라 인간 총체적인 것(영혼, 신체, 감정, 기술, 일과 시간 등)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고 천명한다. 인간은 이러한 삶의 총체적인 영역에서 지식, 감정, 기술, 예술, 미를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피력한다: “인생과 문화는 곧 종교다. 전인적 인생은 곧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종교이다. 이것이 우리의 신학이다.”
2. 개혁주의를 칼빈주의와 동일시
이근삼은 화란의 3대 칼빈주의자 카이퍼, 워필드, 바빙크의 칼빈주의 이해에 따라 칼빈주의와 개혁주의를 동일시하였다. 칼빈주의의 원리와 개혁주의 원리가 둘 다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하나님 중심과 하나님 영광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이 드러나는 두 가지 양상이다.
이근삼은 17세기 도르트(Dordt) 총회 신조에 따른 칼빈주의 5대 교리를 수용한다. 5대 교리(TULIP, 전적 부패, 무조건적 선택, 제한 속죄, 불가항력적 은총, 성도의 견인)의 중추는 하나님의 절대주권 교리이다. 이근삼은 바울이 로마서에서 피력한 이스라엘 민족의 메시아 거부에 따른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에 나타난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부요함에 대한 송영을 인용한다: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그에게 영광이 세세에 있을지어다 아멘”(롬 11:36)(For from him and through him and to him are all things. To him be the glory forever! Amen). 이 송영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대한 신앙에 기초하고 있다.
이근삼은 워필드(Benjamin B. Warfield, 1851-1921)의 칼빈주의 이해의 영향을 받았다. 칼빈주의는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칼빈과 어거스틴주의로부터 물려받아 발전시킨 교리 체계이며, 따라서 루터파와 구분된다. 개혁주의 유산으로서의 칼빈주의에 대한 워필드의 관점은 네 가지 주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첫째, 칼빈주의 교리 체계는 예정론과 같은 특정교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칼빈의 신학적 사상의 영향 가운데 경건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발전한 경건 체계를 의미한다.
둘째, 칼빈주의는 메마르고 구세대적인 사상이 아니다. 이는 그동안 잘못 이해되어 왔던 오해다. 워필드는 “칼빈주의자는 모든 현상의 배후에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보며, 모든 발생되는 일에서 그의 뜻을 행사하시는 하나님의 손을 인식하는 사람이며, 기도로서 하나님에 대한 영적 태도를 가지며, 구원의 모든 역사에 인간 자신을 의지하는 태도를 배제하고 하나님의 은혜에만 자신을 맡기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셋째, 칼빈주의는 협소한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개신교교파들과 연관성을 가지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칼빈주의는 가장 넓은 방법으로 사용된다. 칼빈주의는 신학, 윤리학, 철학, 사회학, 정치학, 그리고 교육학적인 관점들에 연관된다.
넷째, 칼빈주의는 기독교 유신론의 형식적 원리를 제공하여 현대의 만연한 무신론과 기독교 윤리 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안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하여 칼빈주의는 신학과 실천의 관계에 있어서 개혁주의 유산이 남긴 탁월성을 돋보이게 한다.
이러한 워필드의 칼빈주의 이해가 이근삼의 개혁주의 신학 이해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근삼은 개혁주의 신학의 특징을 하나님 중심의 신학, 성경의 신학, 거룩한 공교회의 신학, 예정 교리, 창조주와 피조물 간의 구별, 실제적 학문, 지혜로서의 신학 등 7가지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워필드의 칼빈주의 사상이 녹아 있다.
고신대 교수요 개혁주의 학술원장인 이근삼 제자 이환봉도 스승 이근삼이 평생 학교와 교회 강단에서 역사적 개혁주의를 칼빈주의로 가르쳤다고 피력한다: “이근삼 박사님은 한국의 역사적 개혁주의 신학의 선구자이셨다. 박윤선 박사님은 한국에 개혁주의 신학의 씨앗을 심으신 분이시라면 이근삼 박사님은 한국에 정통 개혁주의 신학의 꽃을 피우신 분이시다. 이 박사님은 일찍이 미국과 화란의 개혁주의 신학을 연구하고 귀국하신 이후부터 평생토록 선지자적 열정으로 학교와 교회의 강단에서 역사적 개혁주의 곧 칼빈주의를 가르치시고 외치셨다. 이 박사님이 남기신 모든 책과 글 속에는 교회와 시대의 필요를 섬기기 위해 가슴으로 쏟아내신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의 열정이 가득 넘쳐나는 것을 본다. 그리하여 개혁주의 신학은 오늘 우리 교회의 신앙으로 뿌리내리고 또한 우리 학교의 교육으로 꽃피우게 되었다.” (2007년 1월 29일 고신대에서 고 이근삼 박사님을 추모하며 유가족과 함께 드린 예배 시에 낭독한 추모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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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 / 숭실대 명예교수) |
기름 한 병이 있는가(왕하 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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