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제11차 WCC 총회 주제 분석과 개혁주의 시각에서의 평가
<지난 호에 이어서>
이렇게 워크숍에서 화해와 일치가 필요한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했는데, 마지막 폐회식에서 4개의 성명서(statement)와 4개의 의사록(minute)을 채택하였다. 첫째는 2020 나고르노-카라바크 전쟁의 결과에 대한 의사록(Minute on consequences of the 2020 Nagorno-Karabakh War)으로, 화학무기 사용 등 전쟁범죄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아르메니아 사태에 대한 WCC의 의사표명이다. 둘째는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 만들기에 대한 의사록(Minute on ending the war and building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으로,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2023년 7월 27일까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려는 목적으로 전 세계 1억 명의 서명을 받자고 제안했다. 셋째는 시리아 집단 학살에 대한 의사록(Minute on Syriac-Aramic genocide)으로, 1915년에 일어나 무려 50만 명이 넘는 시리아계, 아람계 그리스도인들이 목숨을 잃은 학살사건인데, 아직도 올바로 명명되고 규명되지 않아 관심을 갖도록 촉구했다. 넷째는 서파푸아 상황에 대한 의사록(Minute on the situation in West Papua)으로, 인도네시아령 서파푸아에서 일어나는 원주민에 대한 억압과 인권 탄압의 해결을 촉구하는 의사록이다.
WCC 제11차 총회는 마지막 일정으로 평화, 환경,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동문제에 대한 4개의 성명서(statement)를 채택했다. 첫째 성명서는 화해와 일치를 향한 평화 성명서로, 갈수록 고조되는 양극화와 국가 간 전쟁,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인종차별, 경제적 불의 등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것에 대항하며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끌기 위해 교회의 역할, 즉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현할 것을 선언했다. 둘째 성명서는 ‘환경’에 대한 성명서로, 기후 위기를 전담할 새 위원회 신설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환경 보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셋째 성명서는 유럽지역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성명서인데,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규탄하며 휴전과 평화를 촉구했으며, 러시아의 군대 철수 및 국제 사회의 중재 역할을 촉구하고 교회 역시 화해와 치유, 위로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넷째 성명서는 중동 지역의 평화와 정의 구현에 대한 성명서인데, 중동에서 자행되는 모든 폭력을 단호하게 규탄하면서, 중동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국제법 수호 촉구 및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러한 문서들은 다양한 지역에서 화해와 일치,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문제들로 세상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며, 하나님의 선교의 핵심 주제들이다. 그렇지만 인간들이 하나님과의 화해를 위해 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V. WCC 총회의 93개 워크숍 주제에 나타난 젠더와 섹슈얼리티 논의
최근에 한국교회와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이 일어나는 분야가 인간의 성 정체성의 인식이다. 개혁주의를 따르는 교회들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따라 남녀의 자연적인 성을 인정하고 양성평등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포스트모더니즘을 따르는 사람들은 자연적인 성이 아니라 사회적인 성 개념인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주장하면서 성평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하여 양 진영 사이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워크숍 주제들은 여성 차별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관련된 주제들을 다룰 때 자연적인 성(sex)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젠더(gender)와 섹슈얼리티(sexuality)를 중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WCC는 창조 세계의 회복에 관심이 많은데, 성적 질서에서만은 창조질서가 아닌 포스트모더니즘의 성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이 문서에서 생물학적인 성(sex)은 거의 사용되지 않아, 여성을 성적 대상(sex object)으로 본다, 성 노동자(sex worker),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관련된 흔적을 다루면서 남자와 성 관계(sex)를 가진 남자를 표현하는 세 경우를 제외하고 생물학적 성을 사용하지 않고 사회적인 성인 섹슈얼리티와 젠더를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다.
64번 주제는 ‘온전함을 향하여: 인간의 섹슈얼리티 문제에 대한 학습 여행’인데, 일부 사람들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견해 차이를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피해야 하는 극복할 수 없는 도전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로 이것은 존중하며 의미 있는 대화, 긍정적인 관행 공유, 다양성의 화해를 위한 반가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논의하였다. 워크숍은 에큐메니칼 친교 안에 공존하는 다양한 관점과 경험에서 인간의 섹슈얼리티의 다양한 문제와 관련된 만남, 공유, 성찰을 위한 투명하고 열린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이들은 성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성경적인 섹슈얼리티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문제들을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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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은선 (안양대학교 교수 / 교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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